노회찬 판결.... 일방통행의 사회를 경계한다

등록 2013.02.16 23:28수정 2013.02.16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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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가 제18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두 달이 채 안 되었다. 취임도 하기 전이니 가타부타 말하기 이른 때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취임하기 전인데도 일방통행을 강요하고 따르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듯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제도인데 한 쪽만이 진리인양 호도되고 있다. 극우 보수 세력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습에서 과연 지금 우리나라의 시침(時針)은 어디인가를 묻게 된다.

사흘 전(2월 14일)엔 진보정의당의 노회찬 공동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했다. 나는 이 판결을 사법부의 해바라기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단언한다. 법률 지상주의가 낳은 비극이다. 아니, 그것도 바른 법 지상주의에 서 있지 않은 판결이다. 노 의원이 말했듯이 도둑은 잡지 않고 도둑이라고 소리 친 자만 법의 심판을 받게 된 형국이기 때문이다. 검경과 사법부에 기대의 마음을 놓은 지 오래지만 그래도 한 가득 그들의 양심을 엿보려 했다. 역시 순진한 생각이었다.

언제인지도 까마득한 소위 검찰 떡값 발설이 노 의원에게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재벌 삼성으로부터 떡값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을 보도자료로 언론사에 돌리고 그것을 인터넷상에 올려서 해당 검사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것이 의원직 상실의 이유이다. 한 친구의 전언에 의하면 회기 중 이런 사실을 언론사에 알린 것은 죄가 되지 않는데, 인터넷 상에 공지한 것은 죄가 된다는 것이다.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이런 법원의 관점은 1970년 대 말 박정희 유신독재 정권 때나 통할 수 있을 기준이다. 인터넷이 일반화되고 초등학교 어린이들조차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현실에는 동떨어진 판단 관점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 당선자 의중을 미리 읽고 내린 판단이었다고 으쓱해할지 모르겠으나 이런 시대착오적인 판결은 대통령 당선자 박근혜를 30년 끌어 내리는 것밖에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도우려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결과를 안겨 주는 꼴이다.

우리나라의 법조 삼륜(법관 검사 변호사)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는 오래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권력 지향적 판결(법관)과 공소(검사) 그리고 변호(변호사)의 흐름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권력도 국민 전체를 위할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일부 지지층만을 위한 권력, 일방통행의 독선적 권력은 반신불수의 권력밖에 안 된다. 이런 권력은 국민 전체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없다. 군사정권은 운위할 가치조차 없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지난 정권들에게서 타산지석으로 배워야 할 교훈이 이런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다양성을 무기로 한 조화로운 사회를 말하는 것이다. 보수와 개혁 그리고 진보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상호 보완하는 사회, 이런 사회가 우리에겐 불가능한가! 진보정의당 노회찬 대표의 의원직 상실 판결을 보면서 느끼는 불만이 한 사람의 의원직 상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하고 조화로운 민주주의 사회가 무너지는 것 같은 균열을 보았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이 땅의 진보정당은 참으로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여차하면 붉은 색으로 덧칠 당하는 사회 분위기가 진보의 길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노회찬 의원은 진보 정당의 길을 성실하게 밟아온 사람으로 인정받는다. 극단의 진보, 이론만의 진보, 사랑이 배제된 진보를 지양하고 사람간에 정이 교감될 수 있는 진보를 꿈꾸며 정당 활동을 해 왔다. 그런 여정에 법의 굴레에 묶여 피선거권을 잃은 때도 있었다. 지난 총선에서도 진보정당 후보가 발 디디기에는 정말 척박한 정치 토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어려운 환경을 극북하고 서울 노원병에서 당당히 당선되었다. 진보 정치인으로서의 성실한 준비가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이다. 나는 그의 당선으로 우리의 정치 환경이 체면을 어느 정도 세우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선거구민이 노회찬을 선택한 것이고 우리나라가 그를 선택한 것이다.


국민에 의해 뽑힌 공직자는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은 사람들이다. 법도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지 그것에 반해 있는 것은 생명력이 없다. 그런 점에서 '검찰 떡값' 사건을 파헤치고 명단을 발표했다고 해서 그로부터 국회의원직을 상실하게 만든 판결은 그에 대한 반발보다 훨씬 더 큰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법의 잣대를 잘못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런 판결을 한 당사자가 누군지 모르겠지만 그는 나무만 보고 숲을 외면한 법관으로 오래 기억될 것이다.

빅근혜 당선자에게 주문 하나 하자. 나도 그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는 것은 쉽다. 아니 쉬우면서도 생각하기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겠다. 지난 대선에서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된다. 지지한 반쪽 대통령이 아니라 반대한 다른 쪽의 대통령도 될 때 이것은 가능하다. 여기에 대통령의 의지만 있어서도 안 된다. 대통령을 만인지상(萬人之上)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도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대통령 혼자만으로 안 된다.

주위에서 그를 도와야 한다. 모든 사람의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한 진보 정당 국회의원을 사장(死藏)시키는 이런 판결이 아니라, 이들도 힘을 합쳐 대통령을 도울 수 있게 만들 때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한 몽상가의 꿈에 그칠 것만 같다. 대통령 주위의 일방통행 사고를 가진 측근들, 권력을 쥐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사람들, 극우 성향으로 국민을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는 보수 언론들이 정신을 차리지 않는 이상 이 나라의 혼란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국가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나를 오늘 아침 우울하게 만든다.
#노회찬 #의원직 상실 #삼성 X파일 #박근혜 당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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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향기 그윽한 김천 외곽 봉산면에서 농촌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세상과 분리된 교회가 아닌 아웃과 아픔 기쁨을 함께 하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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