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동 미군에 실탄 경찰관 "생명위협 느껴 바퀴 겨냥"

[스팟인터뷰] 미군 추적 중 부상 입은 임성묵 순경

등록 2013.03.04 21:55수정 2013.03.04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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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도주 차량에 부상 입은 임성묵 순경 지난 2일 총기 난동을 부리고 도주하는 주한미군을 검거하다 부상을 입은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 소속 임성묵 순경이 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연합의원에서 검거 당시 상황을 취재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유성호


"계속된 교육과 제 상식으로 도망가는 차량은 바퀴를 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왼쪽 다리에 깁스한 임성묵 순경(30)은 기자들의 질문에 담담하게 답변했다. 이틀 전 도심에서 차량추격전을 벌이고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평정심을 찾은 모습이었다. 4일 서울 송파구 서울연합의원 5인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 임 순경은 부상입은 다리와 약간 피곤해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편안해 보였다.

임 순경은 지난 2일 오후 11시 53분 서울 이태원동 해밀턴 호텔 앞에서 유사총기를 시민에게 발사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자 도주한 미군 C하사 등 3명이 탄 차량을 택시를 타고 추적했다. 도주차량이 멈춰선 곳은 이태원에서 한참 떨어진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막다른 골목에서다. 택시에서 내린 임 순경은 차량에 다가가 하차 명령을 내렸지만, 미군들은 이를 거부했다.

급박한 순간이 이어졌다. 미군들은 자신들이 타고 있던 '옵티마' 차량을 앞에 서 있던 임 순경에게로 돌진시켰다. 임 순경은 그대로 차에 받혔다. 위협을 느낀 임 순경은 공포탄을 한 발 발사했다. 그러고도 후진한 차량이 다시 한 번 굉음을 내며 다가왔다. 두 번째는 피했다. 이때 그는 조수석 바퀴를 향해 세 발의 실탄을 발사했다.

그 가운데 한 발이 차량에 타고 있던 D일병 어깨에 맞았다. 총을 맞고도 미군들은 차를 후진시켜 대로변으로 나간 후 그대로 도주했다. 임 순경도, 그를 태우고 온 택시기사도 더 이상 추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미군들은 그대로 도주해 부상을 입은 채 영내로 복귀했다.

"실제로 나를 치려고 했다고 확신했다"

임 순경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좁은 골목에서 정확히 나를 향해 돌진하는 차량을 봤을 때 '정말 죽을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무릎을 차에 치이고 나서 뒷걸음질쳐 골목 모서리로 피했는데 차가 또다시 굉음을 내며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고 위험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다른 조치를 할 수 없어서 조수석 바퀴만 보고 쐈다"고 총을 꺼내든 순간을 설명했다.


이어 총기사용규칙을 정확히 설명하며 "필요최소로 사용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나 다른 조치를 할 수 없을 때만 쓰게 돼 있다, 계속적으로 받은 교육과 알고 있는 상식으로 도망가는 차량의 바퀴를 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과잉대응 지적에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반복된 교육을 통해 익힌 대로 타이어를 향해 쐈다, 규정에 어긋남 없이 대처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난동을 부리던 당시 미군들의 모습이 어땠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운전석과 조수석에 있는 사람을 봤다, 움츠리거나 겁내는 것보다는 저를 보고서 달려드는 게 느껴졌다"며 "적당히 위협하고 도망가려고 돌진하는 척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나를 치려고 했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임 순경은 순경 시험에 합격하고 2년 4개월간 서울경찰청 기동대에서 근무하다 지난달 21일 용산경찰서 이태원파출소로 발령을 받았다. 이태원파출소가 사실상 첫 일선 근무지인 신참이다. 임 순경은 택시기사가 119를 불렀지만 부상을 입은 상태에서 이태원파출소로 복귀했다가 사건감식 현장까지 다녀왔다.

그는 "통증이 있기는 했지만 못 걸을 정도는 아니어서 총기 사용 사실을 보고하고 사고를 수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 "부모님이 경찰이 위험한 직업이라고 늘 다칠까 걱정하셔서 걱정을 더해 드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 당일 도주 차량에 동승한 주한미군 C하사 등 2명은 이날 용산경찰서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차량을 운전한 D일병에게도 출석을 요구했으나 미군 측은 D일병이 임 순경이 쏜 유탄에 어깨를 맞아 치료 중이라는 이유로 출석 연기를 요청했다.
#미군 #이태원 #임성묵 #난동 #공포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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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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