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민주주의 지연시킨 '쿠데타'가 분명

[주장] '경제성장' 운운도 신화화된 표현... '불법정권' 변함 없어

등록 2013.03.08 08:56수정 2013.03.08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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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6 쿠데타는 정치적·법적으로 확립된 명제이다. 그런데 장관 후보자들이 하나같이 5·16에 대한 평가를 회피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심기를 살핀 탓일 게다. 이 시점에서 5·16 평가에 대한 단호한 재천명이 필요하다. 우리의 현대사는 민주화 과정 자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는 4·19로 시작되었지만, 5·16으로 뒤집어졌다. 이후 4·19 경향성(민주주의)의 성장, 5·16 경향성(권위주의)의 저항, 그리고 4·19 경향성(민주주의)의 반격을 거치면서 발전해오고 있다. 민주주의가 법률과 정부가 아니라, 민주화 운동에 의지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볼 때, 5·16은 일정기간 민주주의를 지연시킨 쿠데타가 분명하다.

쿠데타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5·16 지지 세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적 업적을 내세운다. 결과로 원인을 구축하는 기괴한 논리이다. 박정희는 1960년 5월 8일, 1961년 4월 19일, 1961년 5월 12일, 1961년 5월 16일에 걸쳐 4번의 쿠데타를 계획했다. 당시 그가 내세운 외적 이데올로기는 "민주당 정권의 부정부패로 인한 국내질서의 혼란과 빈곤"이었다. 그러나 4회의 쿠데타 시도가 증명하듯이, 그의 목적은 권력 장악이었다.

박정희 정권 때 경제적 기반이 구축되었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박정희가 경제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표현보다, 박정희 통치 18년 동안 그렇게 되었다는 평가가 더욱 적절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나라 경제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을 거치면서 지속적으로 쌓여온 축적물이다. 현재의 경제상태가 박정희 대통령의 업적이라는 주장은 신화화 내지 과장된 표현으로, 문제가 아니라 오류의 범주에 속한다.

게다가 권위주의적 개발경제가 초래한 부정적 측면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무엇보다 빈부격차로 명명되는 양극화가 가장 큰 문제이며, 그 결과 우리나라는 불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1987년 '경제민주화' 조항을 헌법 제119조에 삽입했지만, 여전히 경제적 민주화는 요원하기만 하다. 박정희 시대의 경제적 유산이 이러한 사회구조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관계이다.

경제발전에 대한 박정희의 의지와 신념도 의심스럽다. 불법으로 집권한 통치자는 집권 내내 정통성 문제에 시달린다. 정통성은 과정(대통령이 된 과정)과 행위(대통령의 행위)의 합법성이다. 불법 정권은 이미 과정의 합법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행위의 합법성에 매달린다. 행위의 합법성은 업적 정통성을 말한다. 업적을 쌓음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의미이다. 박정희 역시 경제성장이 아니라, 자신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한 업적에 집착했을 뿐이다.

정통성 문제에서 행위보다 과정이 우선이다. 전자가 아무리 출중하다고 할지라도, 후자가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민주주의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하는 정치이념이자 제도이기 때문이다. 박정희에게는 이미 과정의 정통성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업적을 내세워도 정상적 지도자의 범주에 들기는 어렵다. 쿠데타로 시작된 정권이기 때문에, 아무리 미화하고 포장해도 불법정권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구국의 혁명'이나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은 박정희 지지자가 사용할 수 있는 수사(修辭)에 불과하다.
#5. 16 #5. 16쿠데타 #군사쿠데타 #군사정변 #5. 16군사정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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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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