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너무 오래 숨어있다... 힘들어도 나서야"

[인터뷰] 우상호 민주당 의원 "여야가 싸우듯 계파 싸움"

등록 2013.03.22 20:55수정 2013.03.22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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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 계파정치 청산을 위해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 의원들의 '진보행동'모임 해체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진보행동' 해체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 유성호



"계파 소속 의원들은 당 대표 혹은 주류를 욕한다. 상대 계파에 대한 근거 없는 정보를 취합해서 공유하고는 언론인들을 만나서 씹어가며 기사를 만든다. 정쟁이 거기서 시작된다. 이런 방식의 집단이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 다른 계파에서 하는 말이 다 비슷한데 굳이 다르다고 한다. 마치 여야가 싸우는 것 같다."

우상호 민주통합당 의원은 인터뷰 내내 연신 담배를 물었다. 민주당 '계파' 얘기만 나오면 저절로 목소리도 높아졌다. 목이 타는 듯, 자꾸 물잔에 손을 댔다. 그만큼 민주당 계파 문제는 그에게 답답함 혹은 갑갑함을 가져다주는 과제다. 우 의원에 따르면 민주당 내의 계파 문제는 '혁신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질 만큼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486 정치인들 사이에서 "계파끼리 싸움만 하는 게 바뀌지 않으면 민주당은 수권 세력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하나 둘 모였다. 대선 패배 후 그 원인을 복기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감대는 그들 자신이 속한 계파의 해체를 모색하는데 이르렀다. 지난 19일 민주당의 486 정치인 모임 '진보행동'이 해체한 이유다.

그러나 뒷맛은 쓰다. 현역 의원 25명과 원외 인사 19명이 모여 있는 진보행동은 민주당의 중심축으로 활동해 왔다. 커다란 조직의 해체가 녹록하지만은 않았을 터. 대표적인 486 정치인으로서 진보행동을 꾸려가며 고군분투 한 우 의원은 해체 과정에 대해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진보행동 운영위원이기도 했던 우 의원은 "정치권 입문 후 10여 년 간 모임을 만들려고 노력해 온 내 책임이 크다"며 "내가 잘못해 같이 일한 동료들을 무능한 486으로 보이게 한 측면도 있다, 착잡하다"고 말했다.

22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그는 고통 속에서도 해체 선언을 한 데 대해 "민주당 혁신의 장애물 제거하는 차원에서 계파 문제부터 들고 나온 것으로, 우리가 먼저 해체하자고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친노 향한 계파 해체 요구... "물귀신 작전 아니다"

이 같은 뜻은, 당내 다른 계파의 해체도 요구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친노(친 노무현)도 해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순히 '우리가 해체하니 너희도 해체하라'는 물귀신 작전이 아니"라며 "그렇지 않고서는 당이 한 발짝도 못 나간다는 고민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친노 진영이 선거 끝나고 모두 흩어져 있는 것도 못마땅하다"며 "패배했으면 제일 책임 있는 사람이 모여서 당이 어떻게 나갈 지에 대해 얘기해야 한다, 힘들다고 숨어있으면 되나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전 대선 후보를 향해서도 "너무 오래 숨어 있다, 힘들어도 자신을 돌아본 반성을 꺼내놔야 한다"며 "문 후보의 말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계파 해체' 후 486 정치인들은 어떤 길을 택할까. 우 의원은 "비슷한 철학과 가치, 정책을 공유하는 정치인 집단으로써 정파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그 속에서 뭘 해도 함께 행동하고 내부에서 조금의 잘못만 있어도 과감하게 비판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간의 관심은 흩어지게 된 486 의원들이 이번 5.4 전당대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쏠리고 있는 상황. 일단, 우 의원은 새로운 정파를 형성해도 그 안에서 의견을 모아 후보를 내거나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그는 "반성하고 해체하는 집단이 바로 전대에 뛰어들면 누가 진정성을 믿겠냐"고 잘라 말했다.

한편, 4·24 재보궐 선거에 노원 병 예비후보로 출마한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에 대해서 우 의원은 "'왜 부산 영도에 안 나갔냐'는 질문에 안 후보가 납득할 만한 대답을 못하고 있다"며 "기존 정치 질서와 대결하는 지도자는 어려운 데 가서 돌파하고 그 속에서 결기를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더불어 "기존 정치를 비판하는 레토릭을 반복하고 있다"며 "본인은 뭘 보여줄 것임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다만 그는 노원 병에 민주당 후보를 내는 문제에 대해 "시원하게 양보하는 것이 맞다"고 잘라 말했다.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도왔고, 정치 세력과 지도자 간의 도의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후보도 대선 패배 절절히 반성했을 것... 그걸 꺼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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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행동' 운영위원이기도 했던 우상호 의원. ⓒ 유성호


다음은 우상호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 진보행동에서 대선 복기를 2개월 동안이나 했다고 들었다. 대선 왜 졌다고 보나
"5년간 대선 준비했나? 아니다. 자기 혁신을 통해 수권 세력으로 거듭나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래놓고 정권교체 하겠다고 덤빈 거 자체가 오만했다. 치열하지도, 절실하지도 못했다. 모든 걸 걸고 싸우지 않았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 모두 부족했다."

- 왜 치열하지 못했을까
"'정권교체 되면 좋다'수준이었지 모든 걸 바쳐야 할 목표로 생각하지 못했다. 학생운동 시절 민주정부 수립을 위해 가졌던 그 절실함이 이번 대선에 있었나. 정치권 바깥의 동료들은 '우리는 정말 정권교체가 절실했는데 당신들은 절실하지 않았냐'고 비판하더라. 비교는 어렵지만, 우리가 더 절실했어야 하는 건 맞다. 직업 정치인이니까."

- 문재인 전 후보의 부족함도 지적했는데, 문 전 후보도 반성해야 한다고 보나
"문 전 후보도 절절하게 자기를 돌아보고 반성했을 거라고 본다. 반성을 꺼내놨느냐, 아니냐의 차이지. 누구보다 더 큰 책임감 속에 고통스러운 평가를 했을 것이다. 문 후보의 말씀을 듣고 싶다. 원론적으로 '선거에 졌고, 미안하다 반성한다'는 건 우리가 취할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미안함이 사라지면 책임감도 사라지지 않겠나.

훨씬 더 깊이 들여다보고 책임 의식이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제일 먼저 진보 행동이 해체 선언을 했으니 다른 계파들의 변화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다른 진영에서 당내 계파 문제에 대해 적절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반성하지 않는 거라고 본다. 변화할 때까지 '변해야 한다'고 주장할 거다."

- 마냥 '친노의 계파 해체' 등의 변화를 기다릴 수만은 없는 거 아닌가
"선거에 지고 나서 받은 충격은 모두 같다. 다만 선거를 이끈 주체는 충격이 클 수 있다. 하루 아침에 확 되겠나. 그러나 친노 진영이든 친노 진영에 대립적 입장을 가진 분들이든 자신의 문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 남의 문제를 지적만 한다고 당이 혁신되는 건 아니다. 계파 문제만을 보더라도 각 계파가 대립했던 게 문제였다. 결국 모든 계파의 문제인 것이다. 계파 대립이 혁신을 가로막은 요인이었다면,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대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가장 문제가 심각했던 계파나 지도자만 책임지면 된다? 친노 진영에서 다른 쪽으로 당권만 넘어가면 혁신인가. 절대 그렇지 않다."

- 친노도 해체해야 한다는 건가.
"현재 계파를 유지하는 방식이 문제다. 그래서 비슷한 철학과 가치, 정책을 공유하는 정치인 집단을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 정치적 정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만 치르면 대선주자 파벌이 생기고, 당 대표로 파벌이 확대 유지되고, 대립과 당권 경쟁밖에 없는 정당이 국민의 고통과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나. 지금까지 각 계파 안에서는 가치와 철학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평소에 밥 먹으며 당 대표 혹은 주류를 욕하다가 어디에다가 누구를 꼽자, 이런 얘기만 한다. 상대 계파에 대한 근거 없는 정보를 취합해서 공유한다. 그리고는 언론인들을 만나서 씹어가며 기사를 만든다. 정쟁이 거기서 시작된다. 이런 방식의 집단이 정권을 잡으면 안 된다. 계파끼리 싸움하고 있으면 그 나라가 제대로 되겠나. 이게 안 바뀌면 수권 세력이 될 수 없다. 다른 계파에서 하는 말이 다 비슷한데 굳이 다르다고 한다. 마치 여야가 싸우는 것 같다. 이건 단순히 '우리가 해체하니 너희도 해체하라'는 물귀신 작전이 아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당이 한 발짝도 못 나간다는 고민을 얘기하는 것이다."

- 민주평화연대(이하 민평련)는 계파 아닌가, 그렇다면 해체해야 하는 거 아닌가
"민평련은 계파와 정파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김근태 선배가 살아계실 때는 '민주 평화' 뜻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모임에 참여시키지 않았다. 세력을 넓히는 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런데 선배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런 건강성이 약화된 게 사실이다. 민평련도 좀 더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는 있다. (해체 여부는) 내가 할 얘기는 아닌 거 같다. 민평련이야말로 가치 지향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모임이다."

"진보행동 내에 운동권 콤플렉스, 독자 세력화를 막았다"

- 진보행동 해체 선언하고 나니 어떤가, 헛헛한가

"고통스러운 과정이었다. 막상 스스로 부족함을 고백하고 털어놓는 게 쉽지 않았다. 내부에서도 반성하자고 하면 '쇼'로 비치니, 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 '쇼로 비쳐도 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를 이뤄 하게 됐다. 이렇게라도 시작하지 않으면 혁신에서는 영영 멀어진다고 봤다. 정치권 입문 후 10여 년간 모임을 만들려고 노력해 온 나도 고통스러웠다. 내 책임이 크다. 내가 잘못해서 같이 한 동료들을 무능한 486으로 보이게 했다.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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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원은 "정치권 입문 후 10여 년 간 모임을 만들려고 노력해온 내 책임이 크다"며 "내가 잘못해 같이 일한 동료들을 무능한 486으로 보이게 한 측면도 있다"고 자책했다. ⓒ 유성호


진보 행동 내부에서 7차례 토론하며 무엇이 문제였나 들여다봤다. 우리 안에서 자꾸 타협이 일어났다. 우리 중 일부가 당직을 맡으면 신랄하게 비판도 못했다. 집단행동을 하려고 해도 자꾸 고려하는 게 많아졌다. 학생 운동 3~4년의 인연으로 10여 년 끌고 오는 것도 맞지 않았다. 이제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그 가치에 동의하는 정치인들로 모인 결사체를 만들어야 한다. 뭘 해도 같이하고, 함께 행동하는. 그게 정파다."

- 486이 독자 세력화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는 과거에 깊은 신뢰를 쌓았었다. 그러다 보니 당 안에 들어와서 서로가 조금 실수해도 비판하는 게 아니라 '잘하지 그랬어' 하고 넘어갔다. 서로 믿었으니까. 그게 뼈저리다. 또, 우리가 모여서 뭘 하면 운동권 집단으로 비칠까 봐 외연을 넓히자고 주장했다. 우리도 모르게 또 다른 운동권 콤플렉스가 있었나 보다. 그래서 정작 우리가 모여서 목소리 내야 할 때 내지 못했다. 계파 활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보니 자꾸 고리로 엮였고, 그것을 경계하지 못했다. 인간적 인연 때문에 서로에게 철저해지지 못하는 게 족쇄가 된 측면도 있다. 486 정치인들은 개개인으로서는 경쟁력 있었지만, 집단으로서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앞으로 우리는 관계보다는 국민을 우선시하고 조금의 잘못만 있어도 내부에서 과감하게 비판해 나갈 것이다."

- 또 다른 집단화를 꾀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정당은 무리 지어서 공동 목표를 실현하는 집단이다. 블록이 만들어지면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주도 세력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당연하다. 무리를 만들어서 가치를 지향하는 거 자체를 불원 시 하면 안 된다."

- 진보 행동 내부에서도 이번 5·4 전대에서 '혁신 후보'를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더라. 개인적으로 어떻게 생각하나
"두 개의 흐름이 있다. 혁신안과 당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당권을 잡아야 한다, 후보를 내거나 특정 후보와 연합해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한쪽은 반성하고 해체하는 집단이 바로 전대에 집단적으로 뛰어들면 누가 그 진정성을 믿냐는 목소리도 있다. 나는 후자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대에서 어떤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이다. 전대 과정이 대안과 비전을 논의하는 장이 되게끔 하는 노력은 하겠지만, 누구를 밀거나 하진 않을 거다. 당 대표가 혁신형 인물이 되면 좋겠지만, 모든 걸 한꺼번에 이룰 수는 없다. 일단은 아래로부터 운동을 통해 당 전체의 체질을 바꾸는 노력해 나가고 싶다.

새로 구성된 정파가, 후보를 내는 쪽으로 결정하면 따르긴 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진 않는다. 마땅히 낼 후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현재까지 거론되는 후보들로는 집단이 결집력 있게 결합하긴 쉽지 않다. 울분을 한 초선들은 후보를 내자는 의견인데, 미안하더라. 우리는 그 울분을 해결할 능력이 별로 없는데... 그래서 초선들과 술을 많이 먹는다. (하하하)"

- 현재 5·4 전당대회는 '유력 후보와 반 유력 후보' 구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형태의 전대를 가장 우려했다. 그래서 2년 임기의 정기 전대를 반대한 거다. '8개월짜리 대표면 누가 대표로 나오느냐'고 하던데 한심하다. 그런 당이면 깨져야 맞지 않나. 공천권이 있어야 대표로 나오겠다는 당이 무슨 혁신을 할 수 있나. 이게 반성하는 집단이냐,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공천권에 관심 없는 사람으로 지도부를 꾸렸어야 했다고 본다. 공천권줘야만 당 대표 나서겠다는 욕심 많은 사람이 당을 차지하면 안 된다.

무명의 초선이 당 대표가 되더라도 제대로 혁신하는, 문제의식 가진 사람이 칼질을 했어야 했는데 지금 혁신비대위가 잘못하고 있다. 민주당, 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전당대회에 나올 분들은 구도를 이렇게 짜지 말고, 새로운 혁신 경쟁을 공약으로 내걸고 민주당이 어느 쪽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냐는 대안 논의를 통해 토론의 장을 만들어가면 좋겠다."

- 사실 비주류 쪽에서 '8개월 대표면 누가 나오느냐'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들이 당을 차지하면 안 된다는 건가
"(비주류 측에서) 당권교체를 말하는 데, 물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진영이 다시 나오면 안 되겠지.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데 그 주장만 하고 있다. 친노만 2선 퇴진하면 민주당이 혁신되나. 민주당이 어떻게 나가야 한다는 걸 중심으로 보여줘야 한다.

친노 진영이 선거 끝나고 다 흩어져 있는 것도 못마땅하다. 좋은 분들이 많고 나도 신뢰한다. 그러니 당 대표로 뽑아준 거 아니겠느냐. 그런데 실패했다. 그렇다면 제일 책임 있는 분들이 모여서 '무엇이 부족했나, 어떻게 나갈 것인지'를 얘기해야 한다. 힘들다고 숨어 있으면 되나. 48%의 지지를 어떻게 할 거냐. 무책임하다. 정치를 어떻게 바꿀지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후보가 너무 오래 숨어 있다. 힘들어도 한 말씀 하셔야지. 친노도 새로운 정파로 거듭나기 위해 노무현 대통령의 철학을 계승하겠다면 그 철학이 뭔지 들고 나왔어야지. 이런 과정이 선행됐으면 친노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분들의 마음도 누그러졌을 것이다."

"486이 주류연합 세력? 매도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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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민주통합당 의원. ⓒ 유성호

- 5·4 전대에 대해 언론에서 접근하는 또 다른 프레임은 '친노·주류와 비주류의 대결'이다.

"본래 당 대표나 지도부를 맡은 세력을 주류라고 하고 아닌 세력을 비주류라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주류·비주류 개념에 계보를 넣어 쓴다. 친노, 손학규계, 정세균계, 김한길계 이렇게 쓰지 않고 이걸 통칭해 버린다.

사실이 아니지 않나. 당 대표가 되면 계파를 안배해 당직을 배분한다. 486도 당직을 맡아왔다. 그런데 누가 대표가 되던 자기와 대립했든 계파 일원에게 당직을 줬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우리도 당직을 맡았을 뿐인데 우리는 항상 주류라고 부르더라. 우리는 어느 계파와 선거 모의를 한 적도 없었는데 당권파로 규정한다. 이게 아무 여과없이 보도된다. 당직 맡으면 다 주류연합 세력인 거냐. 그 구도가 쓰기는 편하겠지만 옳지 않다.

486 주도 그룹 중 특정 계파에 속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억울하기도, 서운하기도 하다. 매도하지 말아 달라.

지금 구도도 친노 후보와 비노 후보가 나와서 싸우는 선거는 아니지 않나. 유력한 한 명과 다른 분들의 대결로 굳어지지 않았나. 반성하는 집단은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혁신형 후보가 움직이지도 않는, 그런 상태라고 본다."

- 진보 행동 내부 토론회에서 안철수 현상에 관한 얘기도 많이 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평가하나. 더불어 안 전 후보가 노원 병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는 게 현명했다고 생각하나
"민주당은 50~70대 당원으로 채워진 노후화 된 정당이다. 소통이 힘들다. 기존 정당에 기대할 수 없어서 안철수 현상이 생겼다. 그걸 경험하면서도 치열하게 고민하지 못했음을 반성했다.

안철수 전 후보 개인 행보로 보면 이번 보궐 선거에 참여하는 접근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안철수의 정치는 레토릭 정치다. 기존 정치를 비판하는 레토릭을 반복하면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새로운 정치인은 기존 정치 판을 비판하면서 나오는 게 당연하긴 하다. 그렇다면 '나는 뭘 보여줄 것이다'를 내놔야 한다. 그런데 '왜, 부산 영도에 안 나갔느냐'는 문제에 대해 안 전 후보가 납득할 만한 대답을 못했다고 본다. 기존 정치 질서와 대결하는 지도자는 어려운 데 가서 돌파하고 그 속에서 결기를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닌가. 좀 아쉽다."

- 민주당은 노원 병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하나, 말아야 한다
"원론적으로 보면 후보를 내야 한다. 후보를 내지 않으려면 연대·연합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양보가 가능할 거다. 그게 원칙인데 안철수 전 후보가 문재인 전 후보를 도왔고, 정치 세력과 지도자 간 도의라는 게 있지 않나. 민주당이 시원하게 양보하는 게 맞다. 이미 출마한 거 아니냐. 이것이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보여야 할 큰 태도다."

- 대선이 끝난 후 민주당 일부와 안철수 전 후보 측에서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미래 대통령론' 등이 그렇다. 진실은 무엇인가
"진실이야 있겠지만 후보 단일화 협상, 안철수 전 후보를 선거운동으로 유도하기 위한 과정에서 있었던 양쪽 대화를 공개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양쪽 다 입을 닫아야 한다."

- 이제 486은 무엇을 할 것인가
"두 가지를 해야 한다. 민주당 혁신을 위해 과감하게 행동하고 주장해야 한다. 어떤 지도부가 들어서든 혁신 의제가 사라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서 계파 문제부터 들고 나왔다. 혁신의 장애물을 제거하는 차원이다.

민주당의 기능, 구조, 운영방식 다 바꿔야 한다. 대표적으로, 지역위원회의 독점 구조를 깨야 한다. 나도 지역위원장인데 지금 같은 구조면 나한테 도전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지역위원회, 직장위원회, 청년대학생위원회 등 3개 분리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맹주를 셋을 세우는 거다. 그러면 경선 붙었을 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김대중 대통령이 물려주신 호남 당원만 끌어안고 있는 한 젊은 사람들이 지역위원회 활동을 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다 알면서도 자신의 기득권과 관련돼 있으니 모른 척 가고 있다. 이런 구조부터 깨야 한다. 기득권 지키느라 매번 대선에서 지는 정당이 될 수는 없지 않나.

기능 면에서 지역위원회가 당원과 지지자들을 교육해야 한다. 유력 정치인들이나 전문가들이 당원을 교육하고, 교육 받은 사람들은 당에 더욱 헌신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쉬운 일이다. 지구당 별로 한 달에 한 번씩 교육을 진행하지 않으면 공천 안 하면 된다. 또  당원 전체를 움직여서 봉사 등 좋은 일을 하게끔 해야 한다. 더불어, 실천해야 한다. 현장 으로 들어가야 한다. 1년에 2~3개의 어젠다를 결정해 국민을 위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의 일을 하겠다고 정하고 실천해 성과를 내야 한다.

-'혁신'하면 기득권 내려놓기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난 반대한다. 정치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 것 담론 때문에 기득권을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결국 이는 의원 정수 조정, 임금 삭감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제대로 된 정치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사람 줄이고 월급 깎으면 좋은 정치가 되나. 의회 권력을 약화시키면 대통령 권한만 세진다. 의원으로서 누리는 건 많다. 그렇다고 내려놓기 위해 사무실 밖에서 조그맣게 일하면 그게 좋은 걸까. 의원이라는 기득권에 안주해 어려운 사람을 돌보지 않는 걸 깨야지 정치 일반을 무력화하는 건 옳지 않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우리에게 '왜 이제야 반성하고 해체하냐'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반성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한 게 아니다. 집단으로서 486이 독자적 세력으로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더이상 486의 인연으로만 모이지는 않겠다,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지켜봐 달라."
#진보행동 #486 해체 #문재인 #안철수 #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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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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