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찜? '큰엄마'가 답이었네

형수님 음식솜씨에 아이들은 마냥 칭찬만...

등록 2013.03.30 14:29수정 2013.03.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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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형수님, 우리를 위해 아귀찜 요리에 나섰습니다 ⓒ 김동수


일전에 아내 말을 듣지 않고 아귀찜을 만들다가 입만 버린 적이 있습니다. 아이들도 웬만하면 아빠가 하는 일은 다 좋다고 하지만, 그날 아귀찜만은 맛은 짜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집안에는 음식 솜씨 좋은 이가 한두 명은 꼭 있습니다. 우리 집에는 큰형수님이 그렇습니다. 결혼 전에는 분식점도 했다 합니다. 지난 24일 점심 시간, 큰 형수님이 만든 아귀찜은 분명 탁월했습니다.


"형수님이 아귀찜 만들어 보세요."
"오랜만에 손맛 자랑 한번 해볼까."
"아귀찜은 양념 맛이잖아요. 양념장은 어떻게 만들어요?"
"별거 아냐. 전분 가루는 나중에 넣는 것이 아니라 양념장에 함께 넣어야 해요."
"전분 가루를 마지막에 넣는 게 아니라 양념장에 함께 넣는다고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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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이 만든 아귀찜 양념장. ⓒ 김동수


큰형수님은 양념장 만들기부터 달랐습니다. '다름'은 계속이어졌습니다. 우리는 아귀를 삶습니다. 하지만 형수님은 아귀를 쪘습니다.

"아귀도 삶지 말고 쪄야 해."
"아귀를 삶지 않고 찐다고요?"
"찌면 살이 더 쫄깃쫄깃해."

"그렇구나."
"콩나물도 마찬가지, 쪄야 해요."
"콩나물은 다 삶은 아귀에 넣고 삶는게 아니라 따로 따로 찌는 것은 처음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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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든 방법과 달랐습니다. 콩나물을 삶는 것이 아니라 찝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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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 아귀와 콩나물에 양념을 넣고 있는 형수님 ⓒ 김동수


다른 집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집은 그동안 아귀를 삶았습니다. 아귀를 다 삶은 후 콩나물을 함께 넣어 삶습니다. 하지만 큰형수님은 아귀와 콩나물을 따로따로 쪘습니다. 생경한 모습이었습니다. 같은 재료, 같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지만 전혀 다른 만드는 방법이었습니다. 우리들이 상상하던 만드는 방법이 아닙니다. 역시 무엇이든 자신보다 잘하는 이에게 배워야 합니다. 다 찐 아귀와 콩나물에 양념장을 넣었습니다. 당연히 맛도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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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만든 아귀찜. 먹음직합니다 ⓒ 김동수


형수님 솜씨로 만든 아귀찜이 상에 오르자 아이들은 좋아라 합니다. 아빠가 만들어 준 아귀찜과는 다른 맛에 감동했습니다. 이날만은 아빠가 아니라 큰엄마 아귀찜 솜씨에 아빠는 오갈 데가 없었습니다. 큰엄마 음식 솜씨를 자랑하기에 바쁩니다. 자랑해야 다음에도 만들어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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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기 바쁜 아이들 "정말 맛있어요" ⓒ 김동수


"큰엄마 정말 맛있어요."(아이들)
"진짜로. 내가 만든 것이 맛있다고."
"정말 맛있어요. 역시 형수님 손맛은 대단해요."
"나는 그냥 만들었는데."
"그냥 만드는 것이 진짜 맛있어요. 이것저것 넣는 것보다 별로 들어간 것도 없어도 맛있게 만드는 것이 진짜 비법이예요."

온 가족이 큰엄마가 만들어준 아귀찜으로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아빠가 만든 아귀찜에 입만 버렸던 아이들. 이제 큰엄마만 바라보게 됐습니다.
#아귀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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