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연구원 원장 선임 놓고 노조-집행부 설전

노조, 이성근 원장에 대한 8개항 문제 제기... 이 원장 "사실 무근"

등록 2013.04.01 21:07수정 2013.04.0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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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연구원 ⓒ 조정훈


대구경북연구원 이성근(62) 원장의 임기가 4월 19일로 만료되면서 시민단체와 노조가 올바른 선임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원장의 비리 문제를 놓고 노조와 집행부가 설전을 벌이는 등 원장 선임을 앞두고 논란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전국공공연구노조 대구경북연구원지부는 '이성근 원장이 2011년 7월 취임한 이후 도덕성과 경영능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새 리더가 선임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집행부는 '이 원장 취임 이후 개혁이 뒤따르고 제도개선도 이뤄졌다'고 맞섰다.

① 우수인력 퇴사

노조는 이 원장이 취임한 이후 "많은 연구원들이 인격적 모독과 전횡을 견디지 못하고 퇴사하고 정규직이 아닌 위촉직을 해고하는 등의 위압적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규직과 책임연구원 5명이 원장에 대한 실망감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퇴직하는 등 15명 이상이 자리를 옮기거나 무직상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원장은 '폭언과 인격적 모독으로 우수한 인력이 연구원을 떠난 것이 아니라 박사급 연구원들의 특성상 대학교수나 더 나은 직장으로 이동하기 위해 몇 년간 학술연구 등 기본 준비를 한다'며 '노조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대경연을 떠난 연구원들이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긴 사례가 많은데 이게 왜 내 탓이냐"며 노조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② 원고대필 문제

노조는 "언론기고문 등을 쓸 때 연구원들이 일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도를 넘었다"며 이 원장의 이름으로 대구의 한 일간지에 36회 기고한 예를 들었다. 이어 "원장으로 부임한 후 1년 6개월동안 저서 4편과 기타저작물 11편, 논문 16편, 학술회의 발표논문 및 초록 4편 등 35편의 각종 연구실적을 영남대학교 교수연구실적으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계로 찍어내지 않은 이상 이렇게 많은 실적을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연구원과 제자를 이용한 대필로 실적을 부풀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이 원장이 휴직중임에도 연구실적을 토대로 학교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사실이 있다면 도덕적으로 큰 흠결"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언론기고문 등은 통상적으로 원장의 업적도 아니고 지역의 각종 이슈나 중앙정부에 대한 건의사항 등을 기관홍보와 지역발전 차원에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기고문의 주제나 주요 내용은 원장이 제시하고 연구원이 관련 자료수집과 초고를 작성하면 최종적으로 홍보담당자와 원장이 교정을 거쳐 기고했기 때문에 원장 개인업무라기 보다는 기관업무라는 것이다.

③ 고급양주 상납 관련

노조는 지난 1월 29일 지역의 한 일간지에 일부 간부가 출장 직원들로부터 양주 상납을 받아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가 나간 뒤 원장이 사실무근이라며 해당자들에게 양주를 돌려주고 각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양주상납은 그동안 여러 팀이 해외출장을 다녀왔고 이미 전 연구원에 퍼진 사실"이라며 "내부 반발과 일부 연구원들이 구입해 상납한 사실에 대해 서명에 들어갔다가 중간에 중단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연구원 내부 조사결과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사항으로 원장의 명예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④ 특정 장당에 치우친 정치행보

노조는 이 원장이 정치적 중립을 유지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책정보 제공이라는 명분으로 특정 정당에 가입한 사실을 비판했다. 이 원장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정책자문단장을 맡아 대구경북의 공약을 만드는데 일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장은 "특정 정파에 관계없이 시도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자문과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라며 "법적 테두리 내에서 정책정보를 제공하고 지역발전을 위한 정책공약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새누리당의 지역 정책자문단장 참여와 관련해서는 시민단체가 문제제기를 한 직후 경북도당에 사임의사를 밝혔고 이후 일체의 회의와 역할을 수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⑤ 실효성 없는 MOU와 이벤트 행사

노조는 "2011년 7월 이전까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은 4건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원장이 취임한 후 1년여 만에 16건을 체결하고 홍보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꼭 필요한 MOU라면 몰라도 연구원들이 각종 행사에 동원되는 일이 많았다는 것.

이에 반해 이 원장은 "지방연구원 특성상 인력이나 전공에서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에 국책연구원과 실질적 연구교류협력으로 지방연구원의 부족한 점을 메꾸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글로벌 시대를 맞아 미국과 베트남 등 외국 연구기관과의 소통과 네트워킹 강화를 통해 성과들을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⑥ 연구원이 아닌 개인 홍보에 열올렸다?

노조는 "현 원장이 부임한 후 기획경영실의 인력이 10명에서 20명으로 늘었다며 지난 20년간 연구조직을 지원하는 최소규모로 운영됐으나 최근에는 사진담당 직원도 고용하는 등 보고와 홍보자료를 만들기 위한 조직으로 바꾸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연구원을 대표해 대구경북지역 발전과 연구원의 성장을 위해 연구과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공동으로 참여했고 연구원의 연구결과물을 시도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각종 방송출연과 언론기고, 연구자료 등을 발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성과에 따라 대표저자 또는 연구원 명의로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⑦ 잦은 폭음과 주사

노조는 "이 원장이 모임이 있는 날에는 폭음으로 인해 늦게 출근하는 날이 많았고 오전에는 거의 휴무상태로 업무에 지장을 주는 등 잦은 폭음과 주사로 정상적인 근무를 하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노조가 생긴 이후부터는 조심하는 자세가 역력하지만 예정된 회의 등 모든 일정은 오후로 밀리고 연구원들은 오전부터 불려가 기다리는 등 고생하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같은 노조의 주장이 허무맹랑하다는 반응이다. 이 원장은 "임기 초반 자문을 구하고 각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일정기간 경과 후에는 반복적인 회식을 가진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사라는 표현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⑧ 모든 문제는 전임 원장 탓?

노조는 "이 원장이 자신의 제자를 연구원으로 채용한 후 다른 연구원보다 빠르게 승진시켜 이의제기를 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원장은 잘못을 전임 원장으로 돌리고 노조의 지적에 대해서는 개혁에 대한 저항세력으로 간주하는 등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전임 원장때 도입한 책임연구원 제도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도 정작 본인은 더 많은 책임연구원을 임용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 원장은 "2011년 7월 1일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경찰의 대대적인 사정이 있었고 경찰조사나 의회의 행정사무감사, 시도 감사관실의 감사과정에서 지적을 받고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인사 역시 "종합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지방연구원의 특성상 전공자가 없고 연구원들의 인력이 부족해 필요 인력을 채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지역대학 출신에서 탈피해 연구원들의 역량을 넓히기 위해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으며 이 과정에서 전임 원장의 탓으로 돌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외에도 이 원장이 부임 첫 해에 6개월밖에 근무하지 않았음에도 26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수령했다가 이듬해 6월 2000만 원을 반납했다며 이 원장의 도덕성을 문제삼았다. 이에 소통능력과 도덕상을 갖춘 원장을 공개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선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해용 대구시의원도 노조에 힘을 보탰다. 정 의원은 "대구경북연구원은 활력을 잃고 연구원들은 연구의욕이 없다"며 "대구시는 원장 선임에 대한 합당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성명에서 "불과 1년 만에 기획경영실 직원수가 10명에서 20명으로 늘어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97명 인력에 20명이나 되는 고급인력이 원장을 홍보하는 게 과연 정상적인 기관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4월 2일 오전 11시 대구경북연구원 대회의실에서 개최 예정이던 임시이사회가 잠정 연기됐다. 연기 사유는 대리참석을 위임한 이사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밝혔지만 이성근 원장의 연임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날 이사회가 열리면 2013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의하고 원장 및 임원 선임에 대한 의결이 있을 예정이었다.
#대구경북연구원 #이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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