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가 아니면 걸을 수 없는 길, 행남해안산책로

동해바다 또 하나의 화산섬 울릉도와 독도

등록 2013.04.05 10:17수정 2013.04.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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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먼 심해선 밖의 한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 전용호


울릉도라는 섬은 너무나 멀다. 지리상 거리도 멀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거리도 멀다. 울릉도는 정말 큰 맘 먹지 않으면 가기 힘든 곳이다. 유치환 시인은 울릉도를 "동쪽 먼 심해선(沈海線) 밖의 한 점 섬"으로 표현했다.

밤을 달려 묵호항으로 향했다. 묵호항에서 울릉도로 가는 쾌속선이 있다. 날씨는 맑고 바다는 조용하다. 동쪽 먼 심해선 밖으로 나갈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북적거리는 묵호항을 빠져나와 배에 오른다.


배는 물살을 가르며 육지에서 멀어진다. 옆으로 보이는 바다는 망망대해다. 주변에는 가끔 고깃배 한척 보일까말까 할 정도로 막막하다. 배를 타고 가는 게 심심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수평선은 비틀어지다가 높아지다가 한다. 동해바다는 여행하는 사람을 단순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3시간을 넘게 바다에서 보내면 문득 섬이 나타난다. 반갑다. 바다와 하늘과 그리고 섬. 점점 다가오는 섬은 영화 속에서 본 것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보통 섬이 부드러운 능선을 보여주며 편안함을 주는데, 연무에 쌓인 뾰족뾰족한 섬은 잃어버린 세계를 발견한 것 같은 신비감을 준다.

울릉도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을 보여주는 섬

배가 속도를 줄인다. 첫눈에 들어오는 삼형제봉은 울릉도를 지키는 수문장 같다. 도동항은 양쪽으로 절벽 같은 산이 서있고, 그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오는 곳에 항을 만들었다. 하늘과 맞닿은 곳에 유독 큰 향나무 한그루가 눈에 들어온다. 도동항 향나무? 울릉도 가면 꼭 보고 싶었는데. 너무 높은 절벽에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보기는 힘들다. 울릉도 관광지도에는 '2000년 향나무'라고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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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항 향나무 2000년을 살았단다.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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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개비칼국수, 오징어내장탕, 전호나물, 부지깽이나물, 삼나물 ⓒ 전용호


점심으로 오징어내장탕을 먹는다. 오징어 내장으로 탕을 끓인 수 있다는 게 독특하다. 씹히는 촉감도 좋다. 촉수 같은 내장은 톡톡 터지는 색다른 맛을 느낀다. 반찬으로 나온 나물 향이 진하다. 나물을 따로 요리하지 않고 양념만 둘렀다. 식당 주인에게 물어보니 요즘 한창인 전호나물이란다. 당귀 비슷한 향이 싱싱하다.


부지깽이 나물도 맛있다. 부지깽이는 섬쑥부쟁이란다. 울릉도는 나물 천국이다. 산마늘인 명이나물을 비롯해서 울릉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나물들이 많다. 육지에서 안 나는 것이 아니지만 울릉도는 기후와 토양이 달라 나물이 더 맛이 있단다.

점심을 먹고 버스투어를 나선다. 울릉도 해안도로는 터널이 연속된다. 가파른 해안에 도로를 낸 방법이 터널이다. 차 한 대 다닐 정도의 터널로, 맞은편에서 차가오면 지나갈 수가 없다. 기다려야 한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서 경치가 좋은 곳에 잠시 쉬었다 간다. 통구미 해변에서 거북바위를 보고, 낙타바위를 지나고, 곰바위도 보고, 이사부장군의 전설이 깃든 사자바위도 만난다.

태하 황토구미에서 신기한 황토바위도 본다. 옛날 울릉도 순찰의 증거로 향나무와 황토를 가져오라고 했단다. 자세히 보면 황토가 아니라 바위덩어리다. 태하 해변에는 달팽이 계단도 있다. 계단을 타고 올라가니 아름다운 울릉도 해변이 내려다보인다. 동해바다에 우뚝 선 섬은 파도와 싸우면서 하루를 보낸다. 파도는 해안에서 하얗게 부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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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 해안 산책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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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해안산책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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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를 닮은 바위 공암 ⓒ 전용호


현포항에는 코끼리 닮은 바위가 바다위에 떠 있다. 공암이다. 신기하다. 코끼리 귀는 벼락을 맞아 떨어져 나갔단다. 천부를 지나 나리분지로 오른다. 나리분지는 분화구다. 울릉도는 또 하나의 화산섬이다. 분화구는 분지 형태로 평평해서 주민들이 농사짓고 살기에 좋다. 15가구 정도가 살고 있단다. 너와집도 있고, 초가도 있다.

울릉도에는 씨껍데기 술이 유명하다고 해서 한 잔 했다. 씨앗으로 만든 동동주란다. 안주로 나온 삼나물은 씹히는 촉감이 좋다. 삼나물 맛이 일품이다. 입에 착착 감긴다. 눈개승마를 이곳에서는 삼나물이라고 부른단다. 삼나물 안주에 술이 술술 들어간다.

울릉도에서만 걸을 수 있는 바위벽을 따라 가는 길

다시 도동항으로 돌아와 행남해안산책로를 걷는다. 행남해안산책로는 도동항에서 저동항까지 해안 절벽을 따라 낸 길이다.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해안 절벽을 파고 자연동굴을 지나가는 길은 울릉도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환상적인 길이다. 누가 이런 아름다운 길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바닷물이 에메랄드 빛으로 반짝인다. 마치 어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것 같다.

길은 다리를 건너고 바위벽에 붙어서 한참을 간다. 등대 오르는 길을 만난다. 숲길이 좋다. 신이대 숲길도 지나고, 소나무 숲길도 이어진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보면서 감탄을 한다. 동해바다 외딴 섬인 이곳에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길은 저동 촛대암으로 가는 길과 도동등대로 가는 길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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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남해안산책로에 걸린 무지개다리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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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동굴을 연결해서 만든 행남해안산책로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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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동등대에서 본 행남해안산책로. 절벽으로 무지개다리가 걸렸다. ⓒ 전용호


도동등대로 향한다. 등대로 가면 전망이 좋을 것 같다. 등대는 정말 깊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섬은 외롭지 않은데, 오히려 등대가 외롭게 보인다. 도동등대 전망대에 서니 저동으로 이어지는 해안 절벽길이 한 눈에 들어온다. 무지개다리가 놓였다.

저녁은 울릉도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나 두리번거린다. 식당들은 몇 개 없다. 맘먹고 들어간 집에서는 장사를 안 한단다. 간판에 따개비칼국수 전문점이라는 간판들이 많이 보인다. 따개비는 작은 조갠데, 맛이나 있으려나? 따개비 칼국수는 작은 따개비를 넣어서 국물을 내었다. 국물 맛이 너무나 독특하다. 어디에서 맛보기 힘든 울릉도 맛이다.

독도는 왜 이렇게 가기 힘든 섬이 되었나

울릉도에서 맞는 아침. 산 위로 떠오르는 일출을 본다. 하늘을 보니 바람이 살짝. 오늘은 독도로 가는데 걱정이다. 아침을 먹고 항구로 나가니 어제보다 파도가 세다. 오후에는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다. 독도를 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독도는 밟아야 하는데….

배가 울릉도를 벗어나려고 하니 바다는 나오지 말라는 듯 세차게 막아선다. 배는 기우뚱거리며 울릉도를 벗어난다. 울릉도를 벗어나니 또 다시 망망대해다. 바다만 보고 간다. 왜 독도에 가야만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을 하게 된다. 단순히 동쪽 끝에 있는 섬만은 아닌데. 이름이 독도라서?

독도로 가는 길. 마음이 심란하다. 왜 이렇게 가기 힘든 섬이 되었나. 기상이 안 좋으면 독도에 접안을 할 수 없다는 방송이 나온다. 배 안은 멀미로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창밖은 바다만 보여주고 있다.

창밖으로 섬이 보이자 배안은 술렁인다. 배가 몇 차례 접안을 시도한다. 파도는 세차게 밀어낸다. 그러다 배가 부두에 붙고 다리가 놓인다. 사람들은 독도를 밟는 순간 환호성을 지른다. 나도 발을 내민다. 하얀 시멘트 바닥이 어색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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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서도와 삼형제굴바위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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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동도 풍경 ⓒ 전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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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천국인 독도 ⓒ 전용호


독도에 내리니 그동안 동경의 대상이었던 섬이 그냥 숱하게 보아온 섬 중에 하나가 되었다. 사진으로 너무 많이 보아왔는가 보다. 큰 의미를 가지려고 계속 두리번거리지만 독도는 이제 나에게 새로운 섬이 아니다. 그렇게 독도는 나에게 보통 섬이 되었다. 독도 정상으로는 오를 수 없다. 갈매기 소리가 요란하다. 하늘로 날아오르다 내려오기를 반복한다. 외로운 섬에서 사람들을 보니 즐거운가 보다.
#울릉도 #독도 #행남해안산책로 #도동 #태하해안산책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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