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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려주는 노랑 개나리꽃. ⓒ 김종성
지금 남녘에서는 매화, 산수유, 벚꽃들의 흐드러진 꽃 잔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동네 서울은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를 훌쩍 넘는 심술궂은 꽃샘추위의 방해로 봄바람을 타고 올라오려는 봄 전령사들이 주춤거리다 3월이 넘어가 버렸다. 다행히 요 며칠 사이 서울에도 마침내 봄이 왔음을 알리는 개나리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생기와 생명의 색이자 비타민 색깔의 상징 노란색이 서울의 하천과 한강가를 화사하게 수놓았다. 아메리카 인디언 달력에 의하면 '생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 또는 '머리맡에 씨앗을 두고 자는 달'이라는 4월. 비로소 시작된 봄의 첫 향연, 애마 자전거를 타고 한강가를 달리며 사진과 마음속에 살포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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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렁했던 나뭇가지에 돋는 연두빛 꽃망울이 반가운지 새들의 지저귐에도 생기가 넘친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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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타고 한강가를 달리며 봄을 맞이하러 간다. ⓒ 김종성
한강가에서 아주 가까운 수도권 전철역 중의 하나인 3호선 옥수역에서 내리니, 강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코끝을 부드럽게 간질였다. 옥수역에서 한강가로 가는 길목에는 성동구청에서 운영하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신분증만 있으면 3시간까지는 무료로 자전거를 대여해 준다니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한강가로 달려간다.
옥수역 부근 한강변엔 봄을 느낄 수 있는 명소들이 많아 무료 자전거 대여소까지 만들었나보다. 마른 나뭇가지에서 연두빛 꽃망울이 돋아나는, 한결 생기 있어진 강변의 나무들 옆을 달리다보면 노랑 꽃불이 퍼지고 있는 응봉산이 나타난다. 해발 100m가 채 안 되는 낮은 돌산이지만 한강을 내려다보는 명당자리에 있는데다, 이맘 때면 산 전체에 개나리꽃이 피어나 명소가 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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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 개나리 꽃불이 퍼지고 있는 한강가의 명물 응봉산.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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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나리 꽃밭 사이에 조용히 피어난 민들레. ⓒ 김종성
응봉산 뒤쪽 언덕 주택들 사이의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전망대인 팔각정까지 올라가거나 산 밑에 자전거를 묶어두고 걸어서 올라가도 된다. 정말 산에 꽃불이 난 듯 온통 노랗게 물들었다. 화재(火災)가 아니라 화재(花在)다. 이맘때의 응봉산은 잠시 본명을 숨기고 개나리 산으로 불린다. 몇 분마다 산 밑으로 길게 지나가는 중앙선 전철도 개나리 산의 정취를 더해준다.
가까이에서 보면 팔랑개비 모양의 개나리꽃을 감상하다보면 시력이 좋아지는 것 같다. 개나리와 막상막하의 봄 전령사 민들레도 보인다. 같은 노란색이지만 산을 뒤덮은 개나리 군단에 질렸는지 산 기슭 구석구석에서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피어났다. 응봉산은 한강변과 도시 풍경이 발아래 펼쳐져 야경이 멋지기로도 유명한 작지만 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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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숲 공원 놀이터에서 즐거운 데이트 중인 연인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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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짹짹'거리며 돌아 다니는 참새들도 봄이 반가운가 보다. ⓒ 김종성
응봉산을 나와 다시 한강가의 자전거 도로를 타고 다음 명소인 서울숲 공원을 향해 달려갔다. 서울숲도 한강가에서 가깝고 자전거로 공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따로 나 있다. 공원을 지을 때 자전거도 배려했는지 산책로 옆에 자전거 길도 있다. 넓은 공간에서 순한 눈망울의 사슴들이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참 평화롭다. 떼를 지어 돌아다니는 귀여운 참새들도 봄이 왔음을 아는지 '짹짹' 경쾌하게 지저귄다.
이번 봄엔 같이 자전거를 타려는지 아버지가 자전거 헬멧을 쓴 어린 딸에게 열심히 자전거를 가르쳐주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화창한 봄날 자전거를 타고 다정하게 한강가를 달릴 부녀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두 바퀴로 중심을 잡으며 활짝 웃음 짓는 아이의 얼굴이 쌀쌀한 도시에 훈훈한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노란 개나리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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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봄, 다정히 자전거를 타고 다닐 부녀의 모습이 떠오른다. ⓒ 김종성
ㅇ 봄맞이 한강변 자전거 여행길 ; 수도권 전철 3호선 옥수역 - 한강 자전거 도로 - 응봉산 - 한강 자전거 도로 - 서울숲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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