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대화제의'에 여론은 '북한 반응 보자'

<문화> "원칙없다" 비판... 일베는 "실망"-"고단수" 갑론을박

등록 2013.04.12 14:47수정 2013.04.1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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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인 투자기업 오찬 간담회에서 게인즈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에 대화를 제의하고 나서면서 '개성공단 페쇄 불사' 강경론도, '대북 특사 파견' 대화론도 일단은 숨을 죽인 채 북한의 반응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 11일 류길재 통일부장관이 발표한 정부성명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하겠다는 일환"이라고 부연하고 나서자, 청와대에선 이같은 발언 내용과 의미를 확인해주면서도 일말의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1일 밤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대화제의를 언론이 너무 오버해서 해석하면 보수진영에서 크게 반발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박 대통령의 말이 '북한에 굴복한 것'이라는 식으로 해석되면, 남한 내 강경론자들의 반발여론이 커져서 오히려 대화기조를 이어가기 힘들 수도 있다는 걱정이었다.

이 관계자의 걱정은 현재까지는 기우로 보인다. 보수성향 일간지들은 박 대통령의 대화제의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동아일보>는 12일자 사설에서 "북한은 어제 우리 정부를 대표해 대화의 장으로 나오기를 촉구한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앙일보>도 이날자 사설에서 "평양 당국의 이성적인 판단을 촉구"하는 한편, "정부의 고뇌 어린 결단을 우리는 존중하고 평가한다"고 호평했다.

<조선일보>는 4면에 실은 기사를 통해 "북한의 심리전에 정부가 넘어갔다는 비판도 나온다, 북한이 예상대로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쏘며 한반도 위기 지수를 한층 끌어올릴 경우 '어정쩡한 대화'를 언급한 우리 정부만 우습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또 '팔면봉'을 통해 11일 정부 성명에 대해 "그런 말 따를 북한이면 벌써 따랐지"라고 했지만, 지면 전반적으로 반대 논조가 크진 않았다.

다만 <문화일보>는 '이번 대화제의가 박근혜정부의 대북 원칙에 어긋나고 남한의 굴복으로 보여질 수 있다'는 내용의 분석기사를 1면 머리 기사로 올렸고, '대화 제의, 시기도 내용도 잘못됐다'는 내용의 사설을 싣는 등 비판적인 논조였다.

'일베'에선 "박근혜에 실망" - "고단수 강경 플레이"

박 대통령의 대화제의 뒤 전반적인 여론의 흐름은 강경대응론과 특사파견론이 대립하기보다는 '북한의 반응을 기다려보자'는 쪽으로 수렴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수구성향이 강한 누리꾼들은 박 대통령의 대화제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를 두고 다소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대한 증오 성향이 강한 누리꾼들이 많이 모이는 '일간베스트저장소'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이 사이트 '정치 일간베스트' 게시판에는 11일 류길재 통일부장관의 정부 성명 발표 직후 "대화 제의라면 이 인간(류 장관) 바로 잘라야 한다"는 등 류 장관을 비난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그 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사실상 대화제의는 아니다"라고 설명한 내용의 보도가 게시판에 올라왔고 다수의 사용자들이 '그것 봐라,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의 댓글을 달았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이날 정부 성명이 대화를 제의한 거라는 입장을 밝히자, 상당수 관련 글의 논조도 바뀌기 시작했다. 정부 성명 관련 글 중 가장 많은 댓글(12일 오후 1시 현재 138개)이 달린 한 게시물은 이번 대화제의가 '결국은 국민의 반북감정을 고조시키고 강경여론을 굳혀버리기 위한 고단수 정치플레이'라고 주장했고, 이후 '박 대통령의 강경노선을 믿어보자'는 부류와 '박 대통령이 대화를 제의했다니 실망'이라는 부류의 댓글들이 아웅다웅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이 벌인 논쟁의 결론은 북한이 내려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대화제의를 받은 북한이 대화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인다면 수구 누리꾼들은 '박근혜정부도 김대중, 노무현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비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군사적인 행동을 하거나 부정적인 대답을 보내온다면 '역시 북한과 대화하려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는 강경론이 득세할 것이 뻔하다.

북한은 전날 오후 6시 경 "이제 미사일 단추만 누르면 발사되게 돼 있다"고 한 이후 별다른 응답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류 장관의 오후 4시 성명 발표 직후 나온 북한의 이같은 언급이 부정적인 대답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도 공식 매체를 통해 발표할 때는 여러 내부 프로세스 거쳐서 하는 걸로 안다"며 "시점 상으로는, (우리 정부가) 4시에 발표한 것에 대한 대응입장으로 보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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