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는 정말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일까

[주장] 보수적 기독교가 내세우는 동성애 반대 성서구절들이 진짜 그런 뜻인가?

등록 2013.04.25 11:19수정 2013.04.2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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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존재했지만, 그때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들 중에 오늘날에 와서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동성애 문제가 아닐까 싶다. 장안에 화제라고 하면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요즘 들어 부쩍 이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최근 '군대 내 동성간 합의 성행위도 처벌한다'는 내용의 군형법 개정안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민 의원측은 이에 대한 논란이 일자, 25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동성이란 문구를 삭제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에서도 동성애자를 차별하는 법안이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어쨌든 같은 당의 김한길, 최원식 의원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자진 철회한 것과 민 의원의 행보가 대조적이어서 납득이 안 간다.

특히 보수(이 말이 참 애매모호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용하자) 기독교 측에서는 이 부분에서 유난히 난색을 표하며 동성애 반대를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 즉 동성애를 차별하는 것에 오른손을 번쩍 들고 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말이다. 군 사회라는 특수 상황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짙게 배어있다.

그런데 보수적 기독교 측에서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에는 일면 타당한 이유가 있다. 성서가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기독교에서 가장 강력한 논증을 뒤에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서가 그렇게 말하는데 그걸 반대하면 기독교의 존재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어쨌든 동성애에 대한 반대 혹은 죄로 규정하는 것 같은 말씀들이 구약성서에서부터 시작해 신약성서에까지 다양한 목소리로 표현되어 있다. 성서를 비판적인 눈으로 보든지 말든지 하는 문제는 차후의 문제이고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대표적인 구절들 몇 개만 들어 보면 다음과 같다.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 너는 짐승과 교합하여 자기를 더럽히지 말며 여자는 짐승 앞에 서서 그것과 교접하지 말라 이는 문란한 일이니라"(레위기 18:22-23)

"누구든지 여인과 동침하듯 남자와 동침하면 둘 다 가증한 일을 행함인즉 반드시 죽일지니 자기의 피가 자기에게로 돌아가리라."(레위기 20:13)


"그 땅에 또 남색 하는 자가 있었고 여호와께서 이스라엘 자손 앞에서 쫓아내신 국민의 모든 가증한 일을 무리가 본받아 행하였더라."(열왕기상 14:24)

"불의한 자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할 줄을 알지 못하느냐. 미혹을 받지 말라. 음행하는 자나 우상 숭배하는 자나 간음하는 자나 탐색하는 자나 남색 하는 자나 도적이나 탐욕을 부리는 자나 술 취하는 자나 모욕하는 자나 속여 빼앗는 자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하리라."(고린도전서 6:9)

그 외에도 많은 구절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입장에 선 사람들이 대표적인 저 성서구절들을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고 죄인 취급을 하는 것인지를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레위기 본문들에 "죽일지니라"는 표현을 들어 동성애는 죄이기 때문에 죽이라는 야웨 하느님의 명령이 내렸다고 이해한다는 것이다. 또한 사도 바울의 편지인 고린도전서에서 "하나님 나라를 유업으로 받지 못한다"는 표현을 증거로 내세우며 동성애는 구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성애를 명확하게 반대하는 구절들이 있지만 위에 구절들만을 먼저 좀 살펴보는 것이 좋을 듯싶다. 레위기 두 본문에서 핵심이 되는 단어는 "가증한"이라는 표현이다. 이것의 히브리어 표현은 모두 명사형인 "토에바"(תּועבה)이다. 동사형은 "토에브"(תּעב)인데, 명사형이 먼저인지 동사형이 먼저인지는 학자들 사이에 아직 논란이 있다.

이 히브리어 단어를 그리스어 성서는 "브델뤼그마"(βδέλυγμα)로, 영어 성서들은 이것을 "abomination"(NRSV) 혹은 "detestable"(NASB)이러고 번역했다. 그리스어 사전이야 일반적으로 접할 수 없지만 영어사전을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히브리어나 그리스어를 번역한 영어단어들인 전자나 후자는 모두 "혐오스러운"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죄라는 개념보다는 우리 어감으로 하면 "보기 안 좋다" 혹은 "속이 매스껍다" 정도로 번역하면 좋을 듯싶다.

영어는 이렇고, 문제가 되는 히브리어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를 살펴보면, 명사형인 "토에바"는 이스라엘이 고대의 거대 제국이었던 앗시리아와 바벨로니아에 멸망당하고 포로로 잡혀갔다가 돌아 온 포로기와 포로 후기 문서에 집중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잘 쓰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단어가 유독 종교적인 영역에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일상적인 생활에서 쓰이던 단어가 아니라 제사 혹은 제의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었다는 말이다. 그 당시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던 팔레스타인(가나안) 종교, 이집트 종교, 앗시리아와 바벨로니아 종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성전 제의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성적인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는 제의에 반대하는 뜻으로 쓰였다는 이야기이다. 이스라엘의 야웨 종교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던 제의 절차나 제사장들이 이들 종교의 풍습을 따라하지 말라는 것이다.

좀 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일반 백성들이 이렇게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고, 야웨 종교의 제의를 진행해야 했던 제사장 그룹들에게 강조점을 두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일반 백성들에게도 그렇게 교육을 시켰겠지만, 그건 차후의 문제이고, 혹시나 이런 이방 종교들을 따라하는 그런 제의 절차나 제사장들에게는 전혀 여지가 없었고 반드시 죽이라는 명령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레위기 20장은 이방 제의 중의 하나였던, 사람을 제물로 드리던 "몰렉" 제의 대한 금지 규정이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에서도 그 특징이 드러난다.

이제 신약성서로 넘어가 보자. 사도 바울이 고린도전서에서 이 이야기를 할 때의 상황은 고린도교회 내의 상황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다. 즉 교회 내에서 동성애나 그 당시 고린도 지역에서 흔하디흔했던 성매매 행위를 따라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이것은 갓 태어난 원시 그리스도 교회가 교회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전혀 차별성 없이 그 전에 행하던 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이다.

사도 바울의 더 강조점 이후에 등장하는 구절인데, 세례를 받고 그리스도 교회의 일원이 된 사람들 중에 "내가 뭘 해도 구원은 얻을 것이니 걱정 없다"고 말하고 다니던 공동체 일원일부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쉽게 말하면, "나는 구원 받으니 어떤 행동을 해도 상관없고 나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겠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을 고쳐주려는 의도라는 뜻이다. "당신들 그렇게 살면 구원도 못 받을 것이요"라고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고린도 지역에 살고 있던 일반인들이 살고 있던 방식에 대해 문제 삼는 구절이 아니다.

말을 확장시키자면 고린도 지역에서 일반인으로 살던 사람이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면 이전의 모습들은 자제하고 자기 마음대로 살지 말고 성숙한 사람으로 살아가라는 말로 이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이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는 문제도 아니고 교회 공동체 일원이 되었으면 그 풍습대로 살지 말라는 말이다. 이전 풍습대로 살던 사람을 교회 공동체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뜻도 절대 아니다.

결론적으로 구약과 신약성서는 동성애를 죄로 규정하지 않는다. 혹시나 그렇듯 보이는 구절들도 모두가 제의 영역에서 혹은 교회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반대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을 모조리 싸잡아서 죄인으로 규정하거나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성서는 아예 그런 사람들조차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명령해야 한다. 하지만 성서 어디에도 그런 말씀은 없다.

문제는 이런 성서구절들이 모든 일반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교회 공동체의 모습으로 인해 일반 사람들에게 감동 주기를 바라는 것이지, 그것을 죄라고 외치라는 말씀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삶의 방식이 있다. 그것은 존중해야 마땅하다.

만약 그들이 신앙을 가지겠다면 그것도 좋을 일이다. 혹시 그들이 이전의 모습으로부터 돌아서도 괜찮지만,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그들이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는 점이 중요할 뿐이다. 교회가 앞장서서 일반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가지고 죽을 죄인으로 정죄하는 것은 성서에도 그렇게 하라는 명령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독교 인터넷 신문 '에큐메니안'(http://www.ecumenina.com)에도 송고했습니다.
#동성애 차별법 #기독교는 동성애를 죄라고 말하지 않는다 #보수적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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