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사이비 단체 포교에 몸살

신입생 입학 시즌인 3~4월에 기승... 제사 지내고 돈 내고 오는 경우도 있어

등록 2013.04.26 09:46수정 2013.04.2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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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배아무개(24)씨는 최근 교내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학교 운동장 벤치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던 배씨에게 한 남자가 심리테스트를 해주겠다며 접근했다. 남자는 자신이 심리학동아리에 속해 있다고 소개하면서 심리학 관련 레포트를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있으니 잠깐 시간을 내달라고 부탁했다.

남자는 배씨에게 심리테스트를 해주면서 "마음이 허하지 않느냐", "삶에 변화를 주고 싶지 않느냐"고 재차 물었다. 남자는 배씨에게 "고민이 많아 보인다"며 함께 심리공부와 고민 상담을 하는 스터디를 하자고 제안했다. 당시 취업문제로 고민이 많던 배씨는 연락처를 건넸고, 이후 남자가 스터디 날짜를 알려왔다.

그러나 남자는 모임장소를 묻는 배씨의 질문에는 정확한 장소를 말해주지 않고 에둘렀다. 수상하게 여긴 배씨가 친구들에게 그간의 사정을 말하자 친구는 사이비 종교 단체의 포교활동이 아니냐고 의심했다. 인터넷을 검색한 결과, 배씨와 똑같은 일을 겪은 사람들이 올려놓은 피해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 중에는 몇 개월에 걸친 모임을 해오던 중 자연스럽게 종교이야기를 꺼낸 뒤 단체로 입교를 강권하거나, 모임에 나갔다가 의도치 않게 제사를 지내고 돈을 내고 온 경우까지 있었다.

사이비 단체의 포교활동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지난해부터 유독 대학가에서 이러한 활동이 크게 증가했다. 이는 배씨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등록금·취업문제로 고민하는 대학생들의 심리적 불안을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신학기인 3·4월에 교내 사이비 포교활동이 기승을 부리는데 이는 학교생활에 적응이 필요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경북대 재학생 이주원(23)씨는 "지난해부터 학교커뮤니티 게시판에 학생들의 불만과 피해사례가 많이 올라왔지만 신입생들은 이러한 상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신입생들에게 접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해 한국외국어대학교 신문사인 '외대학보'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내 포교활동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학생 1500명 중 84%개 학내 포교활동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 있다고 응답했으며, 학생들은 ▲불쾌감과 위협감 조성 ▲개인 일정에 지장 초래 ▲믿지 않을 자유의 침해 등의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대학가에서 사이비 포교 활동의 피해사례가 속출하는 가운데, 학교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박경현(23·동아대 4년)씨는 "매년 신학기마다 교내에서 사이비 종교단체의 포교 활동을 목격하는 것 같다"며 "외부인 출입을 통제할 수 없는 대학교의 특성상 학교 측의 규제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구의 경북대학교에서는 재학생이 총장에게 '학내 사이비 종교 포교활동을 막아 달라'는 메일을 보내면서, 학교차원의 학생보호가 이뤄지기도 했다. 당시 경북대는 홈페이지에 '사이비 종교 금품 요구 주의' 팝업창을 띄우는 등 대응책을 마련한 바 있다.
#대학가 #사이비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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