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그날을 기억하며, 다시 촛불을 켭니다

[현장]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5주년 기념 촛불문화제

등록 2013.05.03 00:01수정 2013.05.0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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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5주년, 다시 모인 촛불 주역들 촛불집회 5주년을 맞은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촛불문화제에 민주통합당 정청래 의원과 김희선 전 의원,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이 시민들과 함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추가 개방 반대, 한미FTA 재협상, 국정원 선거개입,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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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5주년,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한다" 촛불집회 5주년을 맞은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2008년 5월 2일 서울 청계광장을 밝혔던 촛불들이 다시 타올랐다. 5년 만에 같은 장소에 모인 촛불 시민들은 또 한 번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외치며 '거리의 민주주의'를 몸소 실천했던 5년 전 그날들을 기념했다.

5년 전, 평범한 시민으로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30대 여성 A씨는 이날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실현하는 청년모임 소풍(아래 소풍)' 회원으로서 촛불을 들었다. 그가 속한 소풍 회원 10명은 4월 30일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이적단체'란 혐의였다. A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때 '명박산성'이 등장할 정도로 정부가 국민과 전혀 소통하지 않았는데, 5년 사이에 민주주의가 더 악화됐다"며 "박근혜 정부는 다양한 20~30대가 모여 활동한 단체를 상대로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이근우(38)씨는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훗날 '그때 아빠는 뭐했어?'라고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2008년 집회 때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그 역시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했고, 여전히 미국산 쇠고기는 먹지 않는다. "불안한 걸 떠나서 5년 전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했던 것을 계속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촛불의 교훈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불합리한 일이 있다면 조금이라도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촛불집회 때 '광우병대책위원회' 상황실장으로 활동하며 수배까지 당했던 박원석 진보정의당 의원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진 자들을 위한 정권의 시대"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5년 전 평범한 시민들은 '거리의 정치'로 '민주주의가 건강하지 않으면 정당정치와 제도민주주의가 건강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했다"며 '시민들의 참여'를 또 한 번 강조했다.

"촛불시민들이 옳았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 개정은 우리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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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민,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하라" 촛불집회 5주년을 맞은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진주의료원 폐업시도 철회를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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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5주년, "국정원 정치개입 규탄한다" 촛불집회 5주년을 맞은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국민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이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박 의원은 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이) 투표로 만들어준 권력의 의미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이명박 정부와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꼽은 '차별화' 방법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쇠고기 수입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경제민주화 공약을 이행해야 하는 것이다.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기준을 '30개월 미만 소'에서 '모든 연령대'로 변경해도 안전하다"던 정부에 맞서 과학적 근거 등을 제시했던 우희종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는 "촛불시민이 옳았다"는 말을 꺼내며 2일자 신문에서 '당시 촛불집회가 근거 없는 괴담에서 비롯됐다'고 보도한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주변국이 한국보다 더 엄격히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면 재협상하겠다, 광우병 백서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정부 관계자 가운데 (2008년 체결한)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옳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또 (공무원 중) 누구도 자기 이름을 걸고 거짓말을 쓸 수 없기에 백서가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일본은 몇 달 전 미국과 쇠고기 협상을 '30개월미만 소'로 타결했다. (한시적으로 쇠고기 수입 연령을 30개월 미만으로 제한한) "현재의 수입 조건 개정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다."

2일 청계광장 한쪽을 촛불로 채운 시만 400명(주최측 추산)은 박원석 의원과 우희종 교수 등 무대에 오른 이들의 말에 박수를 보내고, 2008년 촛불집회 때 울려퍼졌던 노래 '대한민국 헌법 1조'를 부르며 그날의 촛불을 기념했다. 고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씨는 이 시민들에게 "촛불 여러분이 진정한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청계광장 맞은편 <동아일보> 사옥 앞에는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보수국민연합 등 보수시민단체 회원 100여 명이 "촛불 꺼라, 촛불 물러가라"를 외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박찬성 보수국민연합 대표는 "바로 이 촛불 때문에 민주주의와 준법 질서가 무너졌다"며 "대한민국이 다시는 거짓촛불, 사기촛불에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촛불을 끄겠다며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물총을 쏘기도 했지만, 행사 중간 해산해 양쪽 간에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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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 '촛불5주년 맞불집회'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에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촛불집회 5주년 국민촛불문화제가 열리자,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라이트코리아 회원들이 동아일보사 앞에서 촛불집회 5주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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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어버이연합 물총 들고 맞불집회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에서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주최로 촛불집회 5주년 국민촛불문화제가 열리자, 보수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과 라이트코리아 회원들이 동아일보사 앞에서 촛불집회 5주기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유성호


#촛불집회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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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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