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넘어 한국에 찾아 온 이방인들

'한국과 중앙유라시아 국가의 사회정책비교' 세미나

등록 2013.05.11 15:16수정 2013.05.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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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러시아 브리야트 공화국 하마가노브야 대통령자문위원(앞줄 중앙) 일행이 파주를 찾아 제3땅굴을 견학하기 위해 헬멧을 썼다. ⓒ 한성희


흔히 실크로드로 표현되곤 하는 중앙유라시아(Central Eurasia). 지역적으로는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과 몽고, 중국의 내몽고 자치구, 인도와 파키스탄에서에서 이란 및 터키까지를 이른다. 거리상으로는 다소 떨어져 있지만, 한국의 생활과 문화 역사에 있어 상당한 관련성을 가지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난 90년대부터 한국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증진이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중앙 유라시아 각국의 산업 개발에 뛰어들고 있고. 학계의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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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 교수회관에서 열린 한국, 몽골, 브리야트공화국, 카자흐스탄 4개국 국제세미나. ⓒ 한성희


한·몽·부사회정책학회가 '한국과 중앙유라시아 국가의 사회정책 비교' 국제세미나를 지난 4월 30일 한국외국어 대학교에서 열었다. 이번 행사에는 주최국 한국을 비롯해 몽골, 러시아 부리야트 공화국 미리네노바 아나스타샤 국민사회보호부 수석차관, 세르게이 국립보훈병원 원장, 카자흐스탄 이리나 이르노바나 국립종합병원 의사 등 각국 부처 공무원과 전문가, 학자 14명이 참가해 각국의 사회복지, 노동 및 인구 보건의료 등에 대해 발제와 토론의 시간이 있었다.

김종구 사회정책학회 회장은 인사말에서 "몽골 울란바토르와 러시아 브리야트 울란우데에 이어 서울에서 5회째 개최되는 세미나에 참석한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특히 서울 세미나에는 의료보장문제와 노인복지, 노동문제에 집중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 노동, 복지, 의료 등 다양한 분야의 국제학술세미나를 열어온 사회정책학회는 1993년 창립, 매년 학술지 발간과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과 중앙유라시아 국가의 학술대회는 '몽골반점을 가진 민족 간의 학술개최'에 의의를 두고 2009년 몽골과 처음 시작했다.

몽골민족의 기원인 바이칼 주변의 브리야트 몽골족 브리야트공화국이 참여했고 올해 카자흐스탄이 합류해 4개국 세미나를 열게 된 것.

내년 브리야트 울란우데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는 우즈베키스탄이 참가하기로 결정돼, 중앙유라시아 국가들의 가입 호응이 너무 커서 당분간 더 이상의 국가는 받아들이지 않기로 하는 등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브리야트 세르게이 국립보훈병원장은 2011년 울랑우데에서 만난 이후, 이번까지 3차례 서울을 방문해 한국 보건복지부와 MOU를 성사시켜 현재 모스크바 연방정부의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관련기사 : 바이칼에 도착한 순간, 화장실에 갇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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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2011년 7월, 러시아 바이칼의 백야. ⓒ 한성희


러시아·몽골의 추억과 반가운 재회

세르게이 원장은 작년 4월 한국에 방문, 하마가노브야(당시 사회보건복지부 장관) 대통령자문위원, 나리샤 시각·청각장애아동재활센터원장, 나타샤 부원장 등과 파주를 찾아와 만나자 마자 끌어안고 반가운 재회를 했다. 

파주에 사는 똑순이와 윤 박사, 나는 이들을 맞아 임진각, 제3땅굴, 도라산 전망대 등 DMZ 안보 관광을 한 후, 저녁식사를 대접하며 준비한 선물을 나누고 웃음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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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시 DMZ 안보관광 중인 브리야트 일행. ⓒ 한성희


이때 세르게이 원장은 한국의 뛰어난 기술과 발전에 큰 관심을 보이며 "몽골에는 한국 선교사나 자원봉사자가 많이 있는데 브리야트에는 없다, 브리야트에도 와줬으면 한다"고 더 깊은 교류를 바랐다. 세르게이 원장의 얘기로는 우크라이나도 한국과 교류를 원하고 있어 유라시아 국가들의 한국 관심이 매우 뜨겁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세르게이 원장은 4월 방문에 이어 다시 12월에 재차 방한, 보건복지부와 MOU를 성사시킨 열성을 가졌고 한국의 높은 의료기술 및 사회 프로그램 정책 교류, 각종 분야에 한국의 참여를 원하고 있다.

사회정책학회는 학술교류로 시작했지만 한국의 기관과 연결했으며, 유러시아 자원과 시장 진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도 국제세미나를 통해 해당 국가와 채널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번 세미나는 SK텔레콤이 후원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국립재활원, 외국어대 중앙아시아연구소가 공동주최했다.

외국어대 세미나장에서 만난 세르게이 원장과 몽골 데 바야르새홍 노동복지청 청장, 데 조이질 수렝 노동복지청 국장, 남질 수흐바타르대학 교수는 반가워했지만 통역해야 말이 통하니 답답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원장은 외국어대에서 언어연수 중인 러시아어 통역 브리야트 여대생을 얼른 끌고 왔다.

"지난 번 사진 잘 받았다. 너무 고맙다."
"메일이 들어갔어요?"
"그렇다."

점심을 먹은 후, 일정이 있는 똑순이와 나는 오후 세미나는 보지 못 하고 파주로 돌아와야 했지만, 다음날 이들을 위한 속초여행에 동행키로 했다.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 온 이국 손님들을 위한 동해여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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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바다 ⓒ 한성희


바다가 없는 국가, 동해바다에 환호하다    

새벽부터 파주를 출발한 똑순이와 나는 을지로에 있는 호텔을 향해, 근로자의 날이라 한가한 통일로를 달렸다. 똑순이는 딸 도시락 싸느라 화장을 못했다며 운전대를 잡은 내 곁에서 화장에 분주했다.

차를 호텔 주차장에 넣고 관광버스에 올라탄 똑순이는 차가 출발하자 준비한 선물을 돌렸다. 지난 번 몽골과 러시아 방문 때 받은 환대를 보답하는 의미에서 똑순이와 내가 정성껏 선물을 준비했다. 오늘 가이드를 맡은 사람은, 일본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사회정책학회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김 박사다. 석학들이 즐비한 학회에서는 박사가 서빙하고 잔심부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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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남질 교수(좌)가 케이블카 안에서 밖을 올려다 보고 있다. ⓒ 한성희


설악산에 도착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바다를 바라보자 이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내 보기엔 바이칼도 바다와 똑같던데 동해바다를 바라보는 이방인들은 감동을 받은 표정들이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도중 초록빛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자 다시 탄성이 이어지며 창가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동해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호텔 뷔페에서 러시아 보드카와 징기스칸 보드카가 테이블에 올랐다. 몽골에서 징기스칸 보드카 마시고 5일 동안 구역질에 시달렸는데. 학회 측은 우리의 전통주 '진도홍주'를 준비해 내놨다.

세르게이에게 스마트폰으로 <오마이뉴스>에 연재한 러시아 여행기를 찾아 보여주자 사진을 보고 좋아라 한다. 몇 번의 만남으로 친해진 세르게이는 똑순이와 내게 "마이 씨스터"라고 부르며 "두 사람을 내년 브리야트 세미나에 초청하겠다. 꼭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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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사 청동석불 ⓒ 한성희


멍게, 새우튀김, 번데기까지 거침없이

오후에 유람선을 타고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며 신기해서 깔깔거리던 이들은 거센 바닷바람에도 1시간 내내 갑판에서 남빛으로 변해가는 오후의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우리는 추워서 배 타고 5분도 안 돼 안으로 들어와 버렸지만.

유람선에서 내려 속초항에 가자마자 이들은 홍게와 생선, 굴, 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진 어시장 광경에 넋을 잃었다. 잠수복을 입은 해녀가 멍게와 성게 등을 늘어놓은 모습을 발견하고  우르르 몰려가서 구경한다. 박순일 사회정책연구원장이 멍게를 사서 주자, 처음 먹어보는 멍게를 잘도 먹는다.

곧 저녁을 먹어야 한다고 박 원장이 말려도 세르게이는 새우튀김을 사서 하나씩 돌렸다. 한술 더 떠서 바야르새홍 청장은 번데기를 사들고 자신은 "맛있다"를 연발하며 이쑤시개에 번데기를 꽂아 한사람씩 돌아가며 먹어보라 강요한다. 청장은 번데기 컵이 바닥나도록 몇 개식 꽂아 맛있게 먹었다. 못 말린다, 정말.

굴과 키조개를 파는 아주머니 좌판 앞에서 호기심 가득 모여 있던 사람들을, 결국 박 원장이 재촉하다시피 버스에 오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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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할 때마다 러시아어, 한국어 통역이 반드시 자리마다 서서 동시에 말해야 한다. ⓒ 한성희


한국, 몽골, 러시아어가 동시에, "정신 사나워!"

자그마하고 한적한 수산항에 있는 횟집에서 회와 홍게, 전복 등 푸짐한 저녁식사가 마련됐다. 카자흐스탄 의사 이리나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려인이라는 미인이다. 이리나의 노래를 시작으로 4개국 노래경연이 벌어졌다. 한국 노래, 러시아 노래, 몽골 노래가 이어졌다.

4개국 사람이 대화를 하면 한쪽에선 러시아 통역이 러시아말로 들려주고, 다른 쪽에서는 연세대에 다니는 몽골 여대생이 몽골어로 동시에 통역한다. 몽골 측이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측에서 말하면, 여대생이 한국어로, 러시아 통역과 몽골 통역이 한국어, 러시아어, 몽골어로 동시에 쏼라대는 3개국어를 듣자니 시끌벅적 정신 사납다.

밤 9시에 수산항을 출발한 버스는 12시에 서울에 도착했다. 헤어지기 전, 세르게이 원장은 "내년에 브리야트에 꼭 오라"고 다시 한 번 당부했다. 음, 가고 싶긴 한데, 경비 마련하자면 지금부터 허리띠 졸라매고 저금을 해야 할까보다.

요즘 나와 중국어회화를 배우고 있는 똑순이가 중얼거렸다.

"국제적으로 교류하자니 힘드네. 중국어에 이제 러시아어까지 공부해야 하나, 아님 영어를 해야 할까?"
"차라리 영어가 더 낫지 않겠어? 근데 뒤늦게 몇 개 국어를 공부해야하는 팔자라니. 그저 기본만 배우자."

파주로 돌아오는 길, 늦은 밤거리를 달리며 우리는 소리 높여 깔깔 웃었다.
#브리야트 #사회정책학회 #바이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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