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는 돼도 정치는 안돼"... 이경재도 종편 편?

[현장] 방통위원장 간담회... 케이블TV 유사보도 '이중 잣대'

등록 2013.05.13 16:31수정 2013.05.13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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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신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17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 남소연


"왜 유사보도와 종편을 연결시키는지 이해가 안 간다."

이경재(72) 방송통신위원장이 최근 유사보도채널 논란과 관련 '조중동' 종편(종합편성채널) 쪽 손을 들어줬다. 이 위원장은 13일 낮 경기도 과천시 한 식당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유사보도 규제 관련 질문을 받고 "유사보도채널은 불법 방송"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 10일 "방송법상 보도가 금지된 전문편성 방송사업자의 유사 보도에 대한 실태 조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최근 <조선> <중앙> <동아> 등 종편 관련 언론에서 문제삼고 있는 TvN, RTV 등 '비보도채널'들의 '정치·시사 보도'를 문제 삼은 것이다.

"경제 뉴스 문제 안 돼... 정치-선거 영향 끼치는 게 문제"

이경재 위원장은 "나도 기자 생활을 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뉴스고 해설이고 보도인지 (구분하는 게) 간단치는 않다"면서 "(주식 뉴스와 바둑 뉴스처럼) 단지 보도와 뉴스라서 문제라는 게 아니고 정치, 선거 등 여론 형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방통위도) 합의제로 하고 중립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정치 관련 보도를 지목했다. 

특히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서도 지역뉴스를 한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후보 토론 방송하는 건 선관위가 주관하기 때문에 중립적이지만, 실질적으로 취재 기자를 만들어서 보도하고 지역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며 사실상 SO 보도를 문제 삼았다.

반면, 지난 대선을 전후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종편의 시사·보도 프로그램 과잉 편성에 대해선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이 위원장은 "왜 유사보도 채널과 종편을 연결시키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종편이 애초 요구사항에 합당했느냐는 우리가 평가를 해서 재허가 때 반영하는 것이고 유사 보도는 정식허가가 안됐고 실제 불법방송도 있다"라고 선을 그었다.


현재 방송법상 보도가 허용된 것은 KBS, MBC, SBS, 지역민방 등 지상파와 jTBC, TV조선, 채널A, MBN 등 종편, YTN, 연합뉴스TV 등 보도전문채널 뿐이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는 비보도채널의 '유사보도'를 사실상 방치해왔다. MTN, 이데일리TV, 한국경제TV 등 경제전문채널과 CBS 등 종교방송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부가 유독 정치 관련 뉴스만 문제 삼은 것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여론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더 강하다. 이명박 정부 역시 경제전문채널 신청을 한 <오마이뉴스>에 '시사보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승인을 보류하기도 했다. 최근 조중동에서 문제 삼고 있는 CJ 계열 TvN 'SNL 코리아'의 '위크엔드 업데이트', '백지연의 끝장토론'도 정치시사 이슈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고, RTV는 정부에 비판적인 해직 기자들이 만드는 '고발뉴스'와 '뉴스타파'를 방송하기도 했다.

"난 해직 당해본 사람... '공정대군'으로 불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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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듣는 이경재 방통위원장 후보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 권우성


실제 이 위원장은 이날 지난 인사청문회 당시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보도한 진보 언론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청문회 하는 동안에 내 (비판적인) 기사는 대개 성향이 있는 쪽에서만 다뤘다"면서 "한마디만 물어봐도 사실이 아닌 게 나오는데 우선 보도하더라"며 일부 진보 성향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다. 이 위원장은 "기자는 사실 관계를 가지고 문제를 제시해야 하는데 저놈이 말도 안했는데 덮어씌운 것으로 하는 건 언론자유가 아니고 방종이다,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이 위원장은 "지금 우리나라 언론 자유가 너무 세다, 대통령 명예훼손 욕설까지 쓴다"면서 "우리나라는 이미 민주화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을 최시중 전 위원장과 같은 '방통대군'으로 부르는 데 대해서도 "그분(최시중 전 위원장)은 해직 안 당해본 사람이고 나는 해직당한 사람"이라면서 "앞으로 공정대군으로 불러 달라"고 당부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지난 1980년 신군부에 해직당하기도 해다. 이후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공보수석, 공보처 차관을 지냈고 4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원조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이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인사청문회 때 박근혜 대통령과 '텔레파시가 통한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한편, 최근 이통사 단말기 보조금 조사 관련해서는 3사 가운데 한 곳만 문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과징금이 많지 않더라도 (3사 가운데) 하나만 뽑으면 치명적이 될 것"이라면서 "그 전까지 똑같이 (제재)하니까 효과가 없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8일부터 단말기 보조금 차별 지급 관련 사실 조사를 시작하면서 "위반 주도사업자를 선별해 본보기로 처벌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이경재 #방통위 #최시중 #유사보도 #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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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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