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두 아버지 보니 반성되네

"아이와 다니면 혼자 다닐 때 보다 좋아요"

등록 2013.05.14 14:12수정 2013.05.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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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속의 섬 제주도 우도의 해녀들이 마침 작업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 임현철


"아빠, 요즘 이게 대세야."


중학생 아들과 딸의 말입니다. 주말에 다른 TV 예능 프로그램을 볼라치면 아이들은 대세를 강조하며 "이거 안보면 친구들과 이야기가 안 된다"며 채널 고정을 요구합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쫒아 못 이긴 척 함께 시청하면서 천진스런 아이들의 모습에 반하곤 합니다. 아시다시피 MBC 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입니다.

그래선지, 부쩍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린 아이가 단둘이 함께 손잡고 다니거나 여행하는 모습이 무척 부럽습니다. 또 '나는 왜 아이들과 단둘이 여행하지 못했을까?'란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품 안의 자식'이라고 어릴 때 많이 놀아 주고, 여행하라던 말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후배와 장흥에서 배를 타고 2박 3일간 제주도의 우도 힐링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걸어서 우도를 돌아보는 여유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덕분에 얼굴 많이 탔습니다. 우도 힐링 여행에서 눈에 확 띠는 광경이 있었습니다.

<아빠! 어디가?>처럼 어린 아들과 함께 우도를 누비는 이동환·재빈 부자였습니다. 울산에서 온 이들 부자는 자연스레 일행이 되었습니다. 걷는 사이사이 이것저것을 묻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들 부자가 '아빠 어디가~'의 원조 격이더군요.

"아이와 다니면 혼자 다닐 때보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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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이로 9살인 재빈입니다. 아빠 사진 속 톱모델입니다. 목에 카메라를 걸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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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와 연결된 비양도 등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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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어디가?' 아빠와 즐기는 재빈이. ⓒ 임현철


- 아이와 여행은 언제부터 하셨나요?

"오래됐어요. 아이들과 돌아가며 다녀요."

- 여행에 한 아이만 동행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이 둘과도 다녀봤어요. 아이 둘은 제가 감당이 안 돼요. 아시죠? 아이들 뒤치다꺼리가 장난 아닌 거. 집중 효과도 있고."

-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하나요?
"아빠 여행 간다~ 하면 서로 가려고 싸울 정도죠. 새벽 4시에 출발할 때가 있는데 이때도 깨우면 금방 일어나요. 무슨 말인지 아시죠?"

- 부자지간 단둘이 하는 여행의 좋은 점은 뭘까요?
"당근, 아이와 다니면 혼자 다닐 때 보다 좋아요. 때로는 아들과 말 섞을 친구가 되고, 사진 찍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모델이 돼요. 그리고 아이들과 아빠가 서로 공유할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으니까 좋죠. 이건 꿩 먹고 알 먹기에요."

- 엄마는 가족 여행을 더 선호할 것 같은데….
"아이와 둘이서만 여행가면 당연 싫어하죠. 그러나 가족 여행도 자주 다니니 불만 없어요."

재빈이 목에 카메라가 걸려 있습니다. 카메라도 흔한 똑딱이가 아닙니다. 아빠가 쓰던 걸 줬다는데 사진 찍는 폼이 제법입니다. 하루 이틀의 실력이 아닌 건 확실하네요. 아빠가 찍는 사진 모델 포즈도 아주 딱입니다. 해맑은 표정에 저까지 흐뭇합니다.

"이것들이 아빠한테 전화 한 통 없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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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재빈이 폼이 제법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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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밭 돌담이 제주도임을 증명합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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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를 걸으며 힐링 중인 후배입니다. ⓒ 임현철


"아이들에게 출장 간다하고 왔어요."

지난 금요일 아침, 후배가 제주도행 배 안에서 했던 말입니다. 평소에는 아빠가 귀찮을 정도로 전화하고 문자하고 난린데, '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이날은 너~무~ 감감무소식이라는 겁니다.

"우도에서 즐겁게 놀다오세요."

아빠의 서운함을 알았는지, 다행이 문자 한 통은 왔더라고요. 후배는 문자를 일부러 보여주며 얼마나 우쭐대던지…. 자기도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아주 '좋은~ 아빠'라는 걸 알아달라는 거죠. 그렇지만 후배는 결국 불만이 터졌습니다.

"아니, 이것들이 아빠한테 전화 한 통 없단 말이지."

엄청 서운하나 봅니다. 이들은 제 경우와 비교하면 그래도 나은 편입니다. 제 아이들은 전화는커녕 문자 한 통 없으니까. 집 떠나면 무소식을 희소식으로 여기고 사니 그럴 수밖에. 두 아버지의 모습에 괜히 심통이 납니다. 여기에 기름까지 부었습니다.

"올 여름에는 아이들과 지리산 둘레길 걸으려고요."

후배가 올해 초 마음먹었던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걱정이라네요. 아들 둘은 괜찮은데, 아직 어린 딸과 다니려면 힘들 거라면서. 그렇지만 제게는 행복한 걱정으로 들립니다. 왜 진작 이런 생각 못했을까? <아빠! 어디가?>를 실천하지 못하고, 주로 혼자 다녔던 많은 여행들이 반성됩니다. 더 늦기 전에 아이들과 여행을 꿈꿔 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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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도는 그 자체로 힐링이었습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제주도 #우도 #힐링 여행 #아빠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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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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