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세대, '68'혁명을 기억하라

[서평] 우석훈의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등록 2013.05.18 18:11수정 2013.05.18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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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책표지. ⓒ 레디앙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책표지. ⓒ 레디앙
우석훈은 전작 <88만원 세대>에서 평생을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할 운명에 처해있는 대한민국의 10대, 20대들의 현실을 파헤쳤다. 그리고 '88만원 세대'라고 이름 붙였다. 그들의 절망적인 삶이 해방되기를 바라면서 저술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이 책은 현실의 문제들을 보여주고 20대, 그중에서도 대학생에게 변화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라는 제목은 '혁명'의 조용함에 대한 의문을 불러오지만, 그 말은 우리가 '혁명'의 참 의미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말이다. 우리 20대에게 필요한 혁명은 68로 상징되는 상상력의 혁명이다. 절망하는 20대에게 필요한 것은 저자가 제안하는 '혁명의 파토스'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진도 없고, 지휘자도 없고, 영웅도 없는 88세대에게 현실을 일깨워주고 그들의 가슴 속에 68혁명이라는 자그마한 불씨를 던진다.

 

누구를 위한 신자유주의인가

 

90년대 후반, 시대를 풍미한 케인즈 시대의 해체가 일어나고 시장근본주의를 표방하는 '신자유주의'가 등장했다. 신자유주의는 다국적 기업의 시대를 열었다. 이는 CEO라는 새로운 리더상을 발현시켰다. 한국에서도 신자유주의가 절정으로 치 닫았고, 이제 신자유주의는 한국사회에서 경제적 양상을 넘어 신앙의 수준에 이르렀다. 경쟁을 육화시켜 그들 스스로가 '신자유주의'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저자는 20대의 존재감이 약하다고 말한다. 한국, 일본, 중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20대들을 조사해 보았건만 그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니 답답할 뿐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무기력한 그들을 위해 롤 모델을 제시해도 소용이 없다. 신자유주의에 내면화된 그들이 하는 말은 '그 사람들은 엄친아 잖아요!'라는 반응이니 말이다. 이는 시작부터 다른 그들에게 공감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경쟁의식과 선입견에 사로잡힌 20대가 되어 버린 시대에 이르렀다. 과연 누구를 위한 신자유주의인가.

 

신자유주의는 이미 세계적으로 절정기를 지나갔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는 이 신자유주의가 20대들의 영혼마저 옴짝달싹 못하게 결박하고 있다. 이렇게 20대들의 내면에까지 파고들어 장악한 신자유주의란 포위망을 '20대의 무의식'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62쪽)

 

마음의 병 극복하기

 

지금 20대에게 마음의 병을 일으키는 것은 앞서 설명한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가 20대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았다면 그 것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20대를 '사회적 난쟁이'라고 명명했다. 부모의 삶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을 동여맨 신자유주의를 벗겨내면 그들의 성장을 엿볼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한다. 그저 무기력한 20대로 보일 뿐이지만 그들을 구해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그들이 날개를 펼칠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바로 '우정과 환대의 공간'이 그것이다. 아주 작게라도 그러한 공간을 열어주려 하지만 신자유주의의 벽은 아직 높기만 하다. 그러한 벽을 타개하는 방법은 바로 나부터 시작하는 '시민운동'이다. 그것은 노조결성에서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될 수 있다. 20대 만 명! 한번 모여나 보고 시작하라는 저자의 생각은 '난쟁이' 같은 20대가 커지는 법을 슬며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68혁명, 우리의 권리를 찾아서

 

20대를 단호하게 둘로 나누자면 '운동권'과 '평범한 학생'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10년간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잃어버린 권리를 찾고자하는 이들과 그들을 방관하는 이들이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대학은 그 흐름 앞에서 급속하게 무너져갔고 20대는 갈 길을 잃은 듯 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법인지 세계의 흐름에 발맞춰 신자유주의 의 절정기도 사실상 끝났다. 이제는 또 다른 길을 찾아 떠날 때가 온 것이다. 획일화되어 무기력한 20대에게 저자는 다시한번 가능성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68때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차티스트 운동 방식으로 사회 변화를 시도해 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 두 운동보다 좀 더 멋지고 추상적이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상징적 표현들로 새로운 경제 틀을 만들 수 는 없을까?(149쪽)

 

저자는 전작 <88만원세대>를 쓸 당시에는 그들에게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말했을 뿐. 그들이 '무엇'을 해야할 지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 책은 후속으로서 그들에게 다양한 방법까지 제시한 조언서라 할 수 있다. 마침내 저자는 그들에게 살기위한 권리 선언문을 제안한다. 그들이 살기위해서는 살아있는 행동, 즉 권리 찾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노동권, 주거권, 보거권, 교육권과 같은 4대 권리와 여성에 관한 권리 등을 간단히 언급하며 20대에게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앞서 이 책은 청년을 포함한 모든 세대를 위한 책이라고 하였다. 그중에서도 특히, 20대의 대학생들이 읽기 바란다. 요즘 20대는 3무 세대라고 말한다. 뭐가 없느냐? 돈이 없고 집이 없어 결혼할 수도 없는 절망스러운 상황인 것이다. 그들에게 '혁명'이라는 매력적인 해결책은 내재된 20대의 뜨거운 열망을 터트려 줄 것이다. 탈신자유주의만을 쫓으라는 것이 아니다. 조용하게 그들 안의 혁명의 기운이 커져가고 모두가 공감에 이르렀을 때 '88만원 세대'는 서글픈 이 시대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   우석훈 (지은이) | 레디앙 | 2009년 9월

2013.05.18 18:11 ⓒ 2013 OhmyNews
덧붙이는 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   우석훈 (지은이) | 레디앙 | 2009년 9월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 88만원세대 새판짜기

우석훈 지음,
레디앙, 2009


#혁명은이렇게조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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