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항쟁 모독한 이들이여... 이 시를 읽어봐라

5·18항쟁 모독하고, 폄훼할지라도... 그들이 남긴 민주정신은 영원하다

등록 2013.05.22 11:55수정 2013.05.2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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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9일, 129구의 장례식이 거행된 이날 이후 '망월동'은 광주민중항쟁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이름이 되었다. ⓒ 5.18기념재단


'망월동'(望月洞)

풀이하면 달을 바라는 동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망월동이란 이름 유래는 옥토끼가 보름달을 바라봐 풍수가들이 명당으로 일컫는 '옥토망월형'(玉兎望月形)에서 왔다고 한다. 명당이니 죽은 이들이 묻힐 수밖에. 이런 이유인지 몰라도 1980년 5월 빛고을이 '핏고을'이 되자 살아있는 자들은 죽은 이들을 하나둘씩 망월동에 묻었다.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같은 달 29일 망월동에서는 129구 장례식이 거행됐다. 이후 민주주의를 위해 자기를 던졌던 이들이 하나둘씩 묻혔다. 이렇게 망월동은 죽은 후 좋은 곳으로 간다는 '명당'을 넘어, 민주주의를 위해 스러져 간 이들에게는 더이상 독재가 없는 '안식처'였다.

내가 망월동을 처음 찾은 때는 1994년 어느 날이었다. 그해 기준으로 14년 전 전두환에게 학살당한 민주열사들 묘비를 보면서 울음과 분노가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 망월동은 살아있는 자들에게는 고통, 분노, 슬픔이었다. 그들이 누워있는 망월동 흙을 밟을 때마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중략)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를 목 놓아 부르면서 민주주의를 짓밟는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시민을 학살하는 학살자에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김남주 '망월동에 와서'


그런데 33년이 지난 지금 극우세력들은 5·18민중항쟁을 폄훼하고, 학살 시신 사진을 조롱하고,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떳떳하게, 자랑스럽게, 당당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과 행동은 5·18항쟁에 대한 역사인식 이전에 사람이라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마저 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시 망월동이다. 시인 김남주는 망월동을 이렇게 읊었다.

파괴된 대지의 별 오월의 사자들이여 /능지처참으로 당신들은 누워 있습니다. /얼굴도 없이 이름도 없이 /누명쓴 폭도로 흙속에 바람 속에 묻혀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자유를 위하여/사람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위하여/압제와 불의에 거역하고 /치떨림의 분노로 일어셨던 오월의 영웅들이여 /당신들은 결코 죽음의 세계로 간 것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결코 망각의 지성으로 간 것이 아닙니다 /풀어헤친 오월의 가슴팍은 아직도 총알에 맞서고 있나니 /치켜든 싸움의 주먹은 아직도 불의에 항거하고 있나니 /쓰러진 당신들의 육체로부터 수없이 많은 /수없이 많은 불굴의 생명이 태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은  다시 태어나 /당신들이 흘린 피의 강물에 입술을 적시고 /당신들이 미처 다 부르지 못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그들은 새로 태어나 /당신들이 흘린 눈물의 여울에 팔과 다리를 적시고 /주먹을 불끈 쥐고 /당신들이 미처 다 걷지 못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의 자유를 위하여 /사람 사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이제 당신들의  자식들은 딸들은 /죽음까지도 불사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원수 갚음의 증오로 무장하고 /그들은 당신들처럼 전진하고 있습니다

파괴된 대지의 별 오월의 영웅들이여 /어둠에 묻혀 있던 새벽은 열리고 /승리의 그날은 다가오고 있나니 /일어나 받아다오 승리의 영예를 그때 가서는.-'망월동에 와서'

그는 "능지처참으로 누워있다"고 했다. 또 "당신들이 흘린 피의 강물에 입술을 적신다"고 했고, "사랑과 원수 갚음의 증오로 무장하고 그들은 당신들처럼 전진하고 있다"고 읊었다. 이처럼 망월동은 능지처참당한 이들이 누워있는 곳이지만, 새벽이 열리는 곳이었다.

전두환에 의해 능지처참당한 이들 때문에 민주주의를 누리는 자들이 망월동을 모독한다. 시민이 망월동을 기억하지 못하도록 했던 그들 후예들이, 지금은 아예 왜곡을 넘어 조롱하고, 희롱한다. 그것도 버젓이 "할 말은 하는 1등 신문"이라고 주장하는 종편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할 말은 하는 신문이 33년 전에는 학살자를 칭송한 것을 알고 있다. 그들은 민주주의를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분노해야 한다. 가만있으면 안 되는 이유다.

최도은이 부른 '오월가'

빛고을 5월을 모독하는 이들에게 최도은이 부른 '오월가'를 들려주고 싶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오월 그 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 갔지/ 망월동에 부릅뜬 눈 수 천의 핏발 서려 있네 /오월 그 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산 자들아 동지들아 모여서 함께 나가자 /욕된 역사 투쟁없이 어떻게 헤쳐 나가랴 /오월 그 날이 다시오면 우리 가슴에 붉은 피 솟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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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적십자병원 영안실에 시위 중 사망한 시민들의 유해가 드라이아이스와 비닐로 쌓여있다 ⓒ 5.18기념재단


이 학살 사진을 보라. 누구를 향해 분노해야 하는가? 오월을 맞을 때마다 "29만 원밖에 없다"면서도 '당당하게', '떳떳하게' 골프 치는 학살자를 향해 분노해야지. 왜 "꽃잎처럼 금남로 피를 뿌린",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을 증오하는가?

하현식 '5·18 묘역에서'

팔월 염천에 누워있는 /그대들의 분노가 /내 더운 감정을 부채질 한다 /허무보다 독한 오열을 머금게 한다 /이것은 순수니 참여니 하는 성분의 차원이 아니다/ 이것은 영남이니 호남이니 하는 공간의 차원은 더욱 아니다 /아, 이것은 진보니 보수니 하는 의식의 차원은 더더욱 아니다

내가 다만 눈물에 가려 /지척을 분간하지 못하는 걸음으로 /봉분과 봉분 사이를 헤매는 동안 /복받쳐오르는 설움과 /참아내지 못하는 격렬한 부르짖음으로 /죽은 자만이 진실을 만한다는 /스스로의 울분의 차원이다

쏘고 찌르고 찢어발기며 /살을 먹고 피를 마시며 /자라나는 독버섯같은 역사를 본다 /누가 개나 바라보며 짖어대는 /망월동이라 이름했는가 /더 뜨겁고 매서운 이름 하나를 /기어코 생각하리라

하현식은 5·18묘역에서 "살을 먹고 피를 마시며 자라는 독버섯 같은 역사를 본다"고 했다. 그렇다 오월을 맞을 때마다 독버섯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싸워야 한다. 싸우지 않는면 독버섯은 다시 피어날 것이고, 우리 아이들에게 33년 전 그 참혹했던 빛고을의 핏빛을 물려주게 될 것이다. 이는 죄다.

<중앙일보> 시조 백일장 장원 '망월도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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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군인 앞에 무플을 꿇어야 하는가. 저들이 폭도인가 아니면 저 군인은 북한군특수부대인가? 둘다 아니다. ⓒ 5.18기념재단


지난 2011년 4월 <중앙일보>가 주최한 '중앙 시조 백일장' 장원을 받은 '망월동 봄'이란 시조다. 읽고 또 읽고, 외워 몸에 녹여라. 그러면 오월을 모독하지 못할 것이다.

피지 마라 꽃들아 날지 마라 새들아
꽃샘바람 회오리 옷깃 속 파고 들면
파도로 무너지는 마음 썰물 지는 봄날에
꽃 피었다 진 자리 깊게 박힌 못이 있어
뿌리처럼 얽힌 기억은 다이달로스의 미로일까
밀납의 날개로 만든 꽃이여 피지 마라-'망월동 봄'

1993년 5·18민중항쟁 13주년을 맞아 전교조 광주지부가 마련한 '학생 글쓰기 마당'에서 초등부 으뜸상을 받은 김진경(광주 서초국4)어린이가 지은 '망월동'이란 시다. 이 시는 그해 5월 16일 <한겨레>에 실렸다.

언니 오빠들이 / 봄비를 맞으며 / 노래를 부릅니다//무덤 속의 오빠들에게 들려 주는 노래입니다// 안경 쓴 할머니가 / 비를 맞으며 /엉엉 웁니다// 무덤 속의 언니가 보고 싶은가 봅니다// 노래 소리를 듣고 /무덤 속에서 /제비 꽃이 피어납니다 //엉엉 우는 소리를 듣고  풀잎들이 /할머니 머리를 만져 줍니다// 5·18 묘역에서는 비가 와도 /깃발이 펄럭입니다. -김진경 '망월동'

초등학교 4학년도 안경 쓴 할머니가 왜 비를 맞으며 엉엉 울었는지 알았다. 하물며 배웠다고 하는 이들이 조롱하고, 희롱하는가. 아이는 알았다. 5·18묘역에는 비가와도 깃발이 펄럭인다는 사실을. 아무리 5·18민중항쟁을 모독하고, 폄훼할지라도 5·18항쟁이 남긴 민주정신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그날까지 영원할 것임을.

마지막으로 황지우 시인이 '임을 위한 행진곡' 주인공인 고 윤상원 열사를 위해 지은 시다.

워메, 강옥이, 배가 이상하네, 배가,
음, 으으으흠, 내 배를, 흑! 지나갔어,
뜨거운, 숙명, 어떤, 일생이, 무쟈게 큰, 죄악이,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를 통과,
통과, 관통했네, 강옥이,
글고, 양현이,
손 한번, 잡세,
왜 이리, 먼가, 자네들, 화약의 손들, 내가,
저 빛 터지는 창으로, 내가,
완전연소된 삶으로, 막 빠져나가려 하네,
내 몸은 지금, 연기, 냉갈 같네, 자네들이,
무장무장, 멀리 보여,
달아 오른 총구에서, 빠져나가는, 내 혼처럼,
내 혼의 번개불 같이, 자네들, 곧 오게, 오겠지만,
사방이 왜 이리, 갑자기, 고요한가, 양현이,
바깥은 정전인가,
바깥은, 지금, 몇 시쯤 되는가,
바깥은, 살아 있는가,
강옥이, 최초로 보는, 허공이, 보이네
새벽을 앞 둔, 저 청정 허공, 지난 겨울,
자네들이랑, 무등산 중봉, 눈밭에서, 보았던,
새벽을, 앞 둔 그, 허공, 그 예감의 빛 속으로, 가네
나, 불화살 한 촉으로 저, 허공으로,
날아가는 동안도 온몸, 타지면서 날아,
날아가네, 날아가, 이 세상,
어느 들에 다시 떨어져,
나, 윤상원이, 글고, 자네, 자네,
우리, 들불로 번지세,
우리, 번개 치세,
우리, 다시 하세, 다시 살세,
좀 있다 보세,

5·18항쟁 모독한 이들이여,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이 시들을 읽고 천만 번쯤 사죄하시라.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오블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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