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₂줄이려면 이 모임도 없어야...전기 많이 쓰니까"

성북구, 주민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정하는 '타운홀미팅' 열어

등록 2013.05.23 21:17수정 2013.05.23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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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서울시 성북구청에선 '성북구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타운홀미팅'이 열렸다. 성북구민 약 60명은 이날 열띤 토론 끝에 성북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주민 52%가 참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 착한사진가 나종민


"단열공사는 지원 금액이 얼마나 되나요?"
"(에너지) 지원책이 사실 저소득층 위주라… 중산층에게는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23일 오후 서울시 성북구청 지하1층 다목적홀, 여기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마이크를 잡은 환경단체 '녹색연합' 신근정 에너지기후국 지역에너지팀장이 차근차근 답변했다.

이날은 성북구청(청장 김영배)과 녹색연합은 국내 최초로 주민들이 직접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정하는 '타운홀미팅(Town hall meeting)'을 열었다. 그린캠퍼스, 녹색성북네트워크, 초중고 교사 등 에너지에 관심 있는 성북구민 59명은 이 자리에서 성북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성북구가 지난해 선포한 '온실가스 없는 성북'을 실천하는 방법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온실가스 없는 성북'란 목표를 세운 뒤 구청은 연구용역을 의뢰, 가정과 공공기관·학교, 상업시설, 교통·수송 분야별로 17개 과제를 정리했다. 김병환 부구청장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워낙 일상에서 발생하다보니까 행동단위를 가장 기초부터 잡고, 목표와 계획을 정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최소단위인 구민들이 모여서 우리 구의 감축 목표와 행동계획을 스스로 정한다는 것은 굉장히 뜻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 없는 성북구'  만들기에 나선 주민들, 직접 목표 설정

타운홀미팅에 참가한 주민들은 마을절전소, 단독주택 단열공사, 자동차 나눠 타기, 태양광발전 등 과제마다 주민 참여율이 33%일 때, 또는 49%나 66%일 때 얼마만큼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지 설명을 들은 뒤 파란색(찬성)과 빨간색(반대), 노란색(보통) 색종이로 의사표시를 했다.

많은 이들은 '그린캠퍼스' 사업에도 관심을 보였다. 성북구에는 초·중·고 61곳뿐 아니라 국민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동덕여자대학교, 서경대학교, 성신여자대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성대학교 등 7개 대학이 있다. 건물도, 사람도 많은 대학들은 한 달 전기요금만 수천만 원에서 1억여 원씩 내곤 한다.


이 때문에 성북구와 7개 대학은 '그린캠퍼스협의회'를 만들어 에너지효율이 높은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바꾸기, 그린캠퍼스 절전소 운영, 재생에너지 발전 등 다양한 에너지 절약활동을 실천 중이다. 23일 타운홀미팅에도 그린캠퍼스 협의회 관계자와 대학생 홍보대사 등이 함께했다.

표결 후 참가자들은 17개 과제 가운데 우선순위과제를 뽑아 조별 토론시간을 가졌다. 77개 조에서 선정한 우선순위과제는 ▲ 학교 에너지 절약(2개 조) ▲ 공공주택 에너지 효율화(2개 조) ▲ 그린캠퍼스 ▲ 공동주택 에너지 효율화 ▲ 상가 간판 정비 및 교체 등 다섯 가지였다. 조마다 생각은 약간씩 달랐지만 '과제 실천을 위해 구에서 관련 내용을 조례로 정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노력을 강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은 비슷했다.

"인간에게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게 기후... 생활에서 실천해야"

5월 23일 서울시 성북구청에선 '성북구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을 위한 타운홀미팅'이 열렸다. 성북구민 약 60명은 이날 열띤 토론 끝에 성북구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주민 52%가 참여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 착한사진가 나종민


타운홀미팅에서 나온 '성북구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역시 급진적(?)이었다. 이날 투표 결과 성북구민이 스스로 정한 주민 참여율은 52%, 제일 강도 높은 '주민 66% 참여'안보다는 약했지만, 두 번째 안 '주민 44% 참여'보다는 강력한 안이었다. 성북구 관계자들도 의외로 높은 숫자에 놀라는 모습이었다. 만약 성북구민 52%가 동참하면, 성북구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27만 4353톤을 덜 배출할 수 있다. 2010년을 기준으로는 16%를 줄이는 셈이다.

한상유(62·서울시 성북구 종암동)씨는 "오늘 참가한 시민들의 환경의식이 생각보다 굉장히 높다"며 "제가 있던 2조는 '상가 간판 정비'를 우선순위과제로 꼽았는데 (조원끼리) 의견도 거의 일치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 '원전 하나 줄이기사업' 실천을 위해 에너지 진단과 조명설비조사 등을 진행, 에너지 효율화를 꾀하는 '에너지 설계사'이기도 하다. 한씨는 "성북구가 예전부터 환경에 선진적이었고, 이런 것(타운홀미팅)도 국내 첫 시도라는데 전망이 밝다"며 "사람들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데(성북구청 다목적홀) 와서 하는 것도 안 했으면 좋겠어. 전기 많이 쓰잖아요."

이광자(72·서울시 성북구 정릉2동)씨는 불만 아닌 불만을 터뜨렸다. 그는 "인간이 사는데 먹는 것보다 중요한 게 기후다, 생활에서 자꾸 (에너지 절약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후대에 (환경을) 물려주려면 기후변화 대응을 안 할 수 없다"며 "안 쓰는 전기제품은 전원을 끄고,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살면서 아껴야 한다, 온국민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남겼다.

성북구는 이날 타운홀미팅 결론과 지난 6일~16일 주민 약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을 종합, 6월 10일 전문가들로 이뤄진 '녹색환경위원회'를 연다. 녹색환경위원회에서 두 가지 안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하면 7월 2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기후변화 #온실가스 #성북구청 #녹색연합 #타운홀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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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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