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 구호가 오히려 안철수 약화시켜"

충북대 최종숙 박사, '복합적 유권자' 안철수 지지층 분석

등록 2013.05.31 20:46수정 2013.05.31 21:10
0
원고료로 응원
a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18일 오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해오름관에서 팬클럽 '안철수와 해피스' 주최로 열린 광주콘서트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안철수 의원(무소속)이 2012년 대선 때 내세운 새 정치 구호 탓에 '안철수 현상'이 약화됐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충북대 소속 최종숙 박사(사회학)가 31일 진보적 성향과 보수적 성향을 동시에 띤 '복합적 유권자' 층인 안철수 지지집단을 분석해 내놓은 결과다. 안철수 의원이 민생이 아닌 정치쇄신을 강조해, 대중의 열망을 끌어안지 못하면서 대선 후보직 사퇴에 이르게 됐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최종숙 박사는 내달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안철수 현상과 민주당의 미래'라는 이름의 학술세미나(중민사회이론연구재단 개최)에서 이 같은 내용의 주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에는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와 조경태 민주당 최고위원이 축사를 하고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을 맡았던 한상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기조발제에 나선다.

"안철수, 대선 때 '기성정치 불신' 상투적 전략으로 성공 막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하면서 '안철수 현상'이 시작됐다. 대중들이 안철수 의원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대중들에게 어필했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최종숙 박사는 "'경제성장과 복지의 결합', '민주적인 방식의 물질적 욕망 추구'와 같은 보수와 진보의 공존이었다"고 밝혔다.

한상진사회연구소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2012/2013년 국민의식조사(조사대상 446명)에 따르면, 대선 전 2012년 대북 정책에 대한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의 성향은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집단의 중간쯤에 있었다. 경제성장과 복지확대, 재벌 규제와 관련해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과 문재인 후보 지지집단 간에는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유사했다. 하지만 물질적 성공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박근혜 후보 지지 집단과 유사했다.

대선 이후인 2013년 조사는 2012년과 비슷했다.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대북 정책에서는 다소 보수화된 흐름을 보였지만, 복지확대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후보 지지집단과 성향이 겹쳤다. 또한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개인의 노력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에 박근혜 후보 지지집단과 비슷한 동의 비율을 나타냈지만, 집안 배경과 같은 구조적 요소가 성공의 조건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문재인 후보 지지집단과 비슷했다.


최종숙 박사는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복지확대와 재벌규제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집단과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대북정책이나 물질적 성공의 경우 박근혜 후보 지지집단과 비슷하거나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지집단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또한 성공의 조건으로 구조적 배경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노력 역시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일관성을 가지고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거나 일관성을 가지고 보수적 가치를 지지하기보다 특정 영역에서는 보수적 가치를, 특정 영역에서는 진보적 가치를 지지하는 '복합성'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안철수 의원 스스로 자신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며 '상식파'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는데, 그것이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에 투영되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최종숙 박사의 결론은 이렇다.

안철수 의원 지지집단은 진보적 성향인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지지하면서 동시에 보수적 성향인 물질적 성공과 '신중한' 대북정책 지향을 공유하고 있다. 안 의원이 지지집단의 복합적 성향을 파악하고 있었다면 '성장과 복지 두 바퀴로 가는 혁신경제' 정책에 더 집중했어야 했지만 주로 제3후보들이 손쉽게 기대는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의 활용'이라는 상투적인 전략에 머물렀다. 이 점이 안철수 현상의 파급력을 제약하고 궁극적으로 안철수 정치의 성공을 막은 주된 요인이었다.

a

안철수 당시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해 1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을 선언한다"고 대선후보직 사퇴의사를 밝힌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80년대 세대' 16.3%, 10년 새 민주당 지지 철회

안철수 의원보다 민주당의 앞길이 더 험난해 보인다. 같은 조사에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에 60.1%의 지지를 보낸 80년대 세대(1980년대에 대학을 다닌 1960년대생)는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43.8%의 지지만 보냈다. 16.3%가 10년 새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셈이다. 반면, 새누리당(한나라당 포함) 후보의 지지율은 2002년 대선 26.6%(이회창 후보)에서 2012년 대선 49.3%(박근혜 후보)로 크게 상승했다.

80년대 세대는 민주당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렸다. 이날 함께 공개된 2013년 국민의식조사(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의뢰로 한상진사회연구소가 진행, 조사대상 1026명)에 따르면, 민주당에 대한 느낌을 묻는 8개의 질문 항목 모두 낮은 평가가 나왔다. 그중에서도 "내부적으로 단합되어 안정감을 준다"(22.3%), "잘못된 문제가 생기면 신속히 해결한다"(26.4%)"의 항목은 평가가 가장 낮았다.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민주주의 원칙에 충실하다"는 항목의 지지율은 33.5%에 불과했다.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배한 요인으로는 후보 수행능력이 꼽혔다. 대통령 준비, 정책· 공약, 홍보전략, TV토론 등 8가지 항목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것은 TV토론과 상황대처 능력 등 2가지뿐이었다. 박 후보는 6가지 항목에서 문 후보보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심영희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2년에 민주당 대선후보에 60.1%라는 높은 지지를 보였던 80년대 세대가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적극적 지지를 보내지 않은 것은 후보의 수행능력에 대한 낮은 평가와 함께 민주당 지지를 철회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 교수는 또한 80년대 세대가 경제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고, 북한 체제에 비판적이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80년대 세대에 여전히 관심이 있고 이들을 끌어당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80년대 세대의 이런 현주소를 고려하여 이 세대를 끌어당기는 정책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사정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정책, 한반도 평화지수와 대북한 비판지수를 조화시킬 수 있는 정책, 수행능력이 뛰어난 후보와 훌륭한 주장과 공약을 만들어 내는 정책,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여 더 많은 사람을 민주당으로 끌어당기는 정책 등을 만들어내는 것이 민주당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안철수 현상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법조팀 기자입니다. 제가 쓰는 한 문장 한 문장이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에 필요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이나 페이스북 등으로 소통하고자 합니다.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AD

AD

AD

인기기사

  1. 1 시화호에 등장한 '이것', 자전거 라이더가 극찬을 보냈다
  2. 2 7년 만에 만났는데 "애를 봐주겠다"는 친구
  3. 3 스타벅스에 텀블러 세척기? 이게 급한 게 아닙니다
  4. 4 아름답게 끝나지 못한 '우묵배미'에서 나눈 불륜
  5. 5 [단독] 최재형 보은군수·공무원 20명 평일 근무시간에 골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