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사고현장 이탈하면 자진신고·후송해도 뺑소니"

"사고 7분 뒤에 신고하고, 사고현장 200m 지점서 유턴... 도주의 범의 인정"

등록 2013.06.02 14:47수정 2013.06.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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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친 뒤 사고 현장을 그대로 이탈해 가다가 7분 뒤 200m 지점에서 경찰과 소방서에 신고를 한 뒤 유턴해 현장에 돌아와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한 경우 '도주차량'에 해당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1심은 뺑소니 '도주차량'으로 봤고, 2심은 도주차량이 아니라고 봤으나, 대법원은 도주차량으로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교통사고를 낸 경우 무조건 즉시 차에서 내려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군인인 J(22)씨는 지난해 3월 오후 7시께 서울 금천구 가산동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승용차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피해자는 승용차의 앞 유리에 머리를 부딪친 후 횡단보도 밖으로 튕겨져 나가 도로에 쓰러졌다. 또한 승용차는 앞 범퍼가 찌그러지고 앞 유리에 금이 가는 등으로 파손됐다.

그러나 J씨는 사고 직후 바로 정차하지 않고 차를 몰고 가다가 7분이 지나서야 112와 119에 자신이 교통사고를 냈다고 신고하고, 사고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구급차가 오지 않자 J씨는 피해자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하지만 J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차량)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1심은 도주차량(뺑소니)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해, J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도주차량'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J)에게 도주의 의사가 있었다면 7분의 시간 동안 상당히 먼 거리를 달아났을 수 있을 것임에도 약 200m 거리에서 유턴해 사고 장소로 복귀한 점, 경찰과 소방서에 신고 후 자신이 피해자를 병원으로 후송하며 구호한 점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은 사고 직후 순간 당황해 정차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유턴해 사고 장소로 복귀하려다 지체된 것으로 보이고, 달리 도주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도주차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J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라"며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목격자가 112신고를 한 이후 7분이 지나서야 자신이 교통사고를 냈다고 112신고를 하고 사고 현장에 복귀했고, 사고 당시 차량 속도나 도로 상황에 비춰 즉시 정차하거나 사고 현장 주변에 정차하지 못할 만한 사정이 없었음에도 그대로 사고 현장을 이탈한 만큼 피고인에게 도주의 범의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J씨는 시속 약 40km 정도의 속도로 운행하고 있었고, J씨가 주행하던 1차로는 정상적인 교통흐름이었으며, 도로 폭이 비교적 넓은 2차로의 오른쪽에는 노상주차장도 설치돼 있던 사실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이와 달리 피고인에게 도주의 고의가 없다고 본 원심 판결은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어, 도주차량죄에 대한 무죄 부분은 파기돼야 한다"며 "따라서 사건 다시 심리ㆍ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도주차량 #뺑소니 #사고현장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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