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마음치유 콘서트에 안성시민 1500명 몰려

안성도 '힐링'은 간절했다

등록 2013.06.06 10:36수정 2013.06.06 10:44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5일, 그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섰다. 7시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치유 콘서트(안성 굴암사 주최)에 사람들은 5시부터 300m의 줄을 섰다. 웬만한 아이돌 그룹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안성시민회관 600석은 벌써 차고 넘쳤다. 통로에도 앉고, 앞줄에도 앉고, 단상위에도 앉았다. 미처 장내에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은 현관로비에서 방송으로라도 참여했다.


혜민스님 혜민스님은 이날 콘서트를 마치고 조만간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안성 시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듯 그의 미소가 해맑다. ⓒ 송상호


그가 나타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초중고생도 왔다. 아주머니 아저씨는 물론이고, 팔순노인들까지. 그들은 오로지 한 사람,  혜민스님을 보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았다.

"나를 싫어해? 그건 그의 문제"

그가 입을 열었다. "사람들은 크게 세 가지 종류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산다"고. 순간 사람들의 귀가 기대심으로 토끼 귀처럼 쫑긋한다. "첫째는 내가 모르는 사람, 둘째는 내가 잘 아는 사람, 셋째는 가족들이다"라고 하자, 사람들은 "아하"라는 공감의 소리를 보낸다.

그는 자신을 일러 'IMF 중'이라고 했다. IMF외환위기 후 중이 되려고 했더니 그렇게 중 되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그런 자신이 미국에서 돌아오니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제각기였단다.

그를 괜히 좋아하는 사람들 두 세 명이 있었다. 그들은 그를 향해 무조건 좋아해주었다. 또한 그를 괜히 싫어하는 두 세 명이 있었다. 그 사람들은 그에게 "저기 미제 중 간다"며 싫어했다. 싫어하는 그들 때문에 그는 속상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그를 좋아할 수 없는 게 당연하니까.


그래도 싫어하는 그들이 왜 싫어하는가를 알아봤다. 그들도 한 때는 미국으로 비자를 받아 떠나고 싶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못 갔다는 것. 그런 이유로 괜히 혜민을 싫어했다는 것. 그건 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 자신들의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단다.

안성시민회관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 아이돌 그룹 콘서트를 보는 것처럼 행사 2시간 전부터 생긴 줄이었다.다행히 이들은 어떡하든 입장을 했다. ⓒ 송상호


"그 상처는 오히려 잘 받았다"

둘째로 잘 아는 사람이 상처를 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한 예를 들었다. 한 여자가 군대 간 남자를 기다렸다. 천신만고 끝에 남자가 제대하고 돌아왔다. 그 남자는 보기 좋게 그 여자를 차버렸다.

이럴 때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그 여자는 혜민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그는 말했다. "지금 배신당하는 게 훨씬 낫다. 뒤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배신당했으면 어쩔 뻔 했느냐. 내가 보니 그 남자는 배신의 피를 타고 난 사람이다. 오히려 잘 된 일이다"라고.

우리는 인생학교에서 인간관계를 통해 상처를 입는다. 그 때 그것에 대해 원망만 하고 있으면 아무 것도 배울 게 없다고 했다. 그 상처를 통해 "좀 더 성숙한 습관으로 살아가게 하려고 인생학교가 나를 가르쳐주는구나"라며 고맙게 여기라고 했다. 그러면 후에 반드시 좋은 사람을 만난다고 했다.

"하루 30분, 자신의 상처를 돌보라"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상처받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했다. 그에게 이러한 문제로 상당히 많이 상담을 청해온다고 했다. 가정폭력, 부부문제 등 심각한 것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자녀양육문제로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나갔다.

한 아이가 상담을 해왔다. "우리 엄마 때문에 짜증난다. 엄마가 모든 걸 결정하고 통제한다. 학원도, 학교도, 친구관계도 모두 엄마의 손에 달렸다. 어쩌면 좋겠느냐"고.

혜민은 아이에게 답을 하기보다 세상의 부모들에게 답을 했다. "그렇게 키워진 아이들은 두 가지가 약하다. 첫째는 자신이 뭘 해야 행복한지를 모른다. 자신 스스로 고민해보지 않아서다. 엄마가 모든 걸 대신 고민해줘서다. 둘째는 자기 주도적으로 선택을 하지 못한다. 항상 의존적인 사람으로 산다"라고.

그는 서울대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가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말했다. 공부를 자신이 좋아서 하기보다 주변의 강요에 따라 마지못해 한 결과라고 했다. 그런 자녀들은 20세 후반이 되면 부모에 대한 증오심으로 치를 떤다고 했다.

차라리 청소년기에 공부하라고 해도 '드럼 치겠다'고 개기는 자녀가 정신적으로는 건강하다고 했다. 자신이 뭘 해야 행복한지 아는 자녀라고 했다. 부모 말에 순종하기만 하던 자녀보다 후에 훨씬 행복할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부모는 부모 자신이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부모가 행복하면 자녀는 저절로 교육이 된다고 했다. 부모가 행복한 마음이면, 자녀들은 그 부모를 통해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했다.

청중 이날 청중은 대략 1500여명. 안성시민회관의 한 역사를 썼다. 농촌도시 안성에서 이런 열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안성시민들에게도 '힐링'은 간절했던 걸로 보인다. ⓒ 송상호


그러기 위해선 하루에 최소한 30분 이상은 자신을 돌보는데 투자하라고 했다. 특히 지나간 상처에 대해 돌보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나간 좋지 못한 기억이 떠오를 때, 그 때의 기억보다 그 기억 때문에 느껴지는 감정에 집중하라고 했다. 그래야 그 감정을 자기 스스로 치유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고통에 자신이 먼저 귀를 기울이라고 했다.

여기서 잠깐, 수많은 안성시민들이 오로지 유명한 한 사람을 보기 위해서만 거기에 갔던 걸까. 한 번 그를 만났다고 삶이 달라질까. 그건 오롯이 그들 또한 '힐링'에 대한 간절함이 있었기 때문일 게다. 현대인의 상처가 이 날 많은 사람들을 여기에 몰리게 했으리라. 이 날 시민회관은 그들의 열기로 에어컨 바람이 전혀 먹히질 않았다.
#혜민스님 #마음치유콘서트 #안성시민회관 #안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런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2. 2 "어버이날 오지 말라고 해야..." 삼중고 시달리는 농민
  3. 3 새벽 2시, 천막 휩싼 거센 물길... 이제 '거대야당'이 나서라
  4. 4 네이버, 결국 일본에 항복할 운명인가... "한국정부 정말 한심"
  5. 5 구순 넘긴 시아버지와 외식... 이게 신기한 일인가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