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마지막 해고교사의 거취, 장관의 결정은?

[주장] 서울교육청 이형빈 교사 임용취소 요청, 납득하기 어렵다

등록 2013.06.10 14:46수정 2013.06.10 14:49
0
원고료로 응원
a

교육청 앞에서 받는 카네이션 5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특별시교육청 앞에서 열린 '민주·양심교사 조연희,박정훈,이형빈 선생님 복직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학생이 이형빈 선생님에게 카네이션을 전달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2월에 낸 인사발령에서 곽 교육감의 비서로 근무했던 이형빈 교사, 해직됐던 박정훈ㆍ조연희 교사를 특채로 교육공무원으로 임용했지만, 교과부가 '특별채용이 공개적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위법'이라며 하루 만에 이들을 직권으로 임용 취소했다. ⓒ 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시교육청(교육감 문용린)은 곽노현 전 교육감이 특별채용한 3명의 교사 중 조연희·박정훈 교사는 임용유지를, 이형빈 교사는 임용취소를 교육부(장관 서남수)에 요청한다고 발표했다. 누구도 예상 못한 전격적인 결정이고 발표였다.

이로써 MB정권에서 해직됐던 40여명의 전교조 교사들 대부분이 재임용됐고, 이형빈 교사 1명만 남았다. 문용린 교육감도 이번 인사를 나름 고민해 결정한 듯하다. 이제 공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게 넘어갔다. 서남수 장관의 최종 결정에 의하여 이형빈 교사의 운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이형빈은 의원면직 후 당시 교육감 비서실에 근무한 자로서, 임용권자의 재량권을 남용한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교육부에서 교육감의 재량권 남용을 근거로 직접 임용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출하였음"이라 밝혔다. 이형빈 교사의 특별채용 불가 이유는 ▲의원면직(사직)을 했다는 것 ▲교육감 비서실에서 근무한 최측근 인사로 임용권자의 재량권 남용 가능성이 있다는 것 등이다.

그런데 두 가지 모두 법적으로는 특별채용 불가 이유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곽노현 교육감의 특별채용을 비판하던 '공개 경쟁 전형'을 통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완전히 사라졌다. 교육공무원법이나 공무원임용령 어디에도 특별채용을 공개전형으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지금까지 이 규정에 의한 특별채용이 수없이 이루어져 왔지만 공개 경쟁 전형을 거친 사례는 없었음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교육부 장관이던 2000년에도 100명이 넘는 교사들이 공개경쟁 없이 채용된 바 있다. 또 서남수 장관이 부교육감이던 경기도와 서울에서도 똑같은 절차를 거쳐서 10여명이 특별채용된 전례가 있음이 알려졌다. 언급된 사례만 봐도, '공개 경쟁 전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라던 주장은 곽노현 전 교육감의 특별채용에 특혜라는 딱지를 붙이기 위해서 만들어낸 마타도어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사과를 해야 할 텐데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교육계 특별채용 사례 선례 수없이 많다

서울교육청이 이형빈 교사만 특별채용에서 제외한 이유 첫째는 그가 사직(의원면직)을 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형빈 교사는 2010년 자신이 다니던 학교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되자, 자신의 교육철학과 맞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사직을 결심했다(관련기사 : 강남 백화점 VIP룸에서 설명회... "이런 학교 못 다닙니다"). 그러나 교육공무원법이나 교육공무원임용령 어디에도 특별채용 조건에 사직 여부를 따져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그리고 이전 서울시교육청에서도 사직한 교사를 특별채용한 선례가 다수 존재한다.


먼저 유인종 교육감 시절인 2002년 2월, 인권학원의 교장 직무대리로 가기 위하여 다니던 학교를 스스로 사직했던 교사들 3명을 "관련 분야에서 기여해 온 공적을 감안하고, 동 학원의 조속한 정상화를 기하기 위해 이들을 전원 공립학교 교사로 특별채용함으로써 서울교육 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부여하고자 함"이라는 명목으로 특별채용한 바 있다.

또 공정택 교육감 재임 시절인 2004년 9월에는 중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유학을 위해 사직했다가 귀국 후 교육부장관 보좌관으로 활동했던 교사를 특별채용한 바 있다. 이 당시 서울교육청은 교육부장관의 추천으로 인사위원회에서 12년의 교사 경력, 미국 유학 후 석사와 박사 학위 취득, 장관 보좌관으로의 교육행정 경험 등을 근거로 전 위원이 만장일치로 특별채용 대상자로 의결하였음을 공문에서 밝혔다. 서울교육청 뿐 아니라 1991년 경기도 양동종고에서 사직한 교사를 1999년 경기교육청에서, 1998년 부산 동아공고에서 사직한 교사를 1999년 부산교육청에서 특별채용한 것 등의 선례가 있다.

서울교육청이 이형빈 교사를 특별채용에서 제외한 이유 둘째는 그가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보좌관, 소위 측근이어서 인사재량권 남용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보은인사, 특혜인사 논란이 나올 때마다 인사권은 '장의 고유권한'이라고 주장하던 보수세력의 논리로는 좀 어색해 보인다. 앞서 살펴본 교육부장관의 보좌관이 장관의 추천서를 근거로 서울교육청에 특별채용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이 주장에 궁색함을 더한다.

측근이기 때문에 재량권 남용이라면 그들이 절대로 해명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인사들을 교육부 고위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한 전례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현 경북교육청 이성희 부교육감 같은 인물이다. 이 부교육감은 곽노현 교육감이 구속됐을 때 부교육감으로 교육감 권한대행을 맡는 등 MB정권 교육부의 요직을 맡은 바 있다.

그는 2011년 1월 교육부 공무원을 사직(명예퇴직)한 후 한나라당으로 자리를 옮겨 수석전문위원을 맡으면서 교육부를 떠났다. 그런데 그 해 3월 다시 특별채용이라는 형식으로 교육과학기술부 고위직인 기획조정실장으로 돌아왔다. 한나라당에서 일하던 사람을 교육부 고위직으로 특별채용한 것은 코드인사로, 인사 재량권 남용이라고 비판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는 다음 해인 2012년 3월 대구시교육청 부교육감으로 발령이 났는데 두 달만인 5월 청와대 대통령실 교육비서로 옮기면서 두 번째로 교육부를 떠났다. 그리고 올해 2013년 4월 경북도교육청 부교육감으로 발령받아 다시 교육부로 돌아왔다. 교육공무에서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다시 교육부 공무원으로, 또 교육부를 떠나 청와대 교육비서로 갔다가 또다시 교육부 공무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특별채용 같은 특수한 경로가 아니라면 설명이 어려워 보인다.

a

서남수 교육부 장관. 사진은 지난 2월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모습. ⓒ 유성호


이런 사례는 이성희뿐만이 아니다. MB정권 교육부 실세 중 한 명으로 불렸던 엄상현 역시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가기 위해 사직을 했다가 2009년 1월 학술연구정책실장으로 특별채용되면서 교육부로 복귀하였으며 이후 차관급인 교원소청심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그의 뒤를 이어 곽창신도 똑같은 길을 걸었다. 그는 교육부 사직 후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다시 학술연구정책실장으로 특별채용되어 교원소청심사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렇게 전 정권에서 한나라당 전문위원으로 가기 위해 사직했던 인사들을 교육부 고위 공무원으로 특별채용하는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교사특별채용과 교육부 고위직 특별채용은 근거와 목적이 다르다고 변명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형빈 교사보다 특정 정당에서 일하기 위해 공무원을 사직했다가 다시 교육부 고위 공무원으로 돌아오는 인사들이 더욱 문제 아닐까.

공은 서남수 장관에게... 그의 결정이 주목되는 이유

최근 제주교육청은 시국선언으로 해직된 김상진 전교조 제주지부장에 대한 상고를 포기하고 학교복직 발령을 냈다. 울산교육청 역시 장인권 울산지부장과 동훈찬 정책실장에 대한 항소를 포기해, 그들도 학교 복직을 앞두고 있다. 이로써 MB정권에서 일제고사, 시국선언, 정당 후원 등으로 해고된 40여명의 교사들이 학교로 돌아가게 됐다. 이형빈 교사가 유일하게 MB정권 마지막 해고교사로 남은 것이다.

교육당국이 이제라도 이형빈 교사를 특별채용한다면, MB정권과 공정택 교육감이 했어야 했던 '국가의 책무'를 뒤늦게나마 이행하는 것이 될 수 있다.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2명의 특별채용 유지를 결정한 것은 부족하나마 교육자적 양심을 좇은 행위라 할 수 있다.

이제 공은 서남수 장관에게 넘어갔다. 일부에는 교육청이나 교육부의 손을 떠나 이미 청와대 등 더 윗선의 결정이므로 뒤집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적 가치이며, 교육공무원의 인사권은 교육부장관과 교육감의 권한임이 분명하다.

서남수 장관은 특별채용의 법적 취지, 이전의 수많은 선례와 형평성, 교육계 분열 방지라는 정책적 필요성 등 교육적 대의에 맞춰 결단을 할 필요가 있다. 서남수 장관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청와대에 대한 정치적 눈치보기가 아니라 교육적 결단일 것이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여전히 논란이 될 전망이다. 14일로 예정되어 있는 6월 임시국회 교육상임위원회에서 서남수 장관의 최종 답변을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MB정권 마지막 해고교사 이형빈 교사에 대한 서남수 장관의 대답이 주목된다.
#서남수 #이형빈 #임용취소 #문용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2. 2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