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아귀찜 vs. 마른 아귀찜, 어떤 걸 먹을까?

아귀찜의 원조 마산에서 맛본 '아꾸찜', 그 맛은...

등록 2013.06.10 19:18수정 2013.06.1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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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아귀찜입니다. 밥도둑이 따로 없지요. ⓒ 임현철


"마산에 한 번 와. 아귀찜 먹게~."


2주 전, 여수에 온 지인의 말만 믿고 지난 토요일(8일), 속없이 창원에 갔습니다. 게다가 마산이 고향인 지인도 창원에 볼일이 있다며 가자더군요. 모든 일을 뒤로 미루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아귀찜의 원조라는 창원에서 느긋하게 아구 요리를 즐기고 싶은 마음뿐.

"못 생겨도 맛은 좋아~!"

최명락 교수(전남대 생명산업공학)는 "흔히 아꾸로 불리는 아구의 본명은 아귀(Lophiomus Setigerus)다"라며 "속명은 망청어(함경도), 물꿩(방어진), 꺽정이(서해안), 귀임이(남해안) 등으로 불리며, 50~100cm 정도 크기가 맛있다"고 합니다.

지인들과 함께 찾은 곳은 마산 아귀찜 거리에 있는 '진짜 아귀찜' 식당이었습니다. 이곳은 마산 토박이들이 권해서지만, 지난해 소개로 들렀다가 코다리처럼 씹히는 맛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여태껏 뚜렷한지라 군말 없이 흔쾌히 들어갔습니다.

"생 아꾸 말고, 마른 아꾸 먹을 거지?"


초대한 지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을 내뱉더니, 거침없이 마른 아귀찜을 시켰습니다. 밑반찬은 간단했습니다. 김치, 된장, 상추, 얼음이 사르르 언 물 김치였습니다. 물김치 맛이 얼마나 기찬지, 후루루~ 마시고, 또 달라고 졸랐습니다. 요것 또한 별미입니다.

11월부터 3월까지 겨울 덕장에서 말린 '마른 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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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찜 한상입니다. 밑반찬은 달랑 물김치, 배추김치, 야채, 된장 뿐이지만 맛은 달랑이 아닙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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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찜을 만들고 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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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이 사르르 언 요 물김치에 반했습니다. ⓒ 임현철


최명락 교수는 "아귀는 암초와 바다 식물이 많은 연안의 심해에 서식하며 봄에 알을 낳는다"고 합니다. 특히 "아귀는 고단백질로 중풍의 원인이 되는 동맥경화 및 당뇨 예방에 좋고, 해장과 정력 증강 및 해독에 좋다"고 소개합니다.

아귀는 주로 탕과 찜으로 요리합니다. 아귀탕은 다시마 국물에 콩나물, 미더덕, 미나리 등을 넣고 끓입니다. 아귀찜은 두 가지로 나뉩니다. 생 아귀찜은 아귀를 살짝 데친 후 양념을 넣고 한 번 더 졸입니다. 마른 아귀찜은 덕장에서 말린 아귀를 살짝 불린 후 갖은 양념에 미더덕, 콩나물, 미나리 등을 넣고 한 번 더 졸입니다.

참고로 말린 아귀는 11월부터 3월까지 겨울 동안 덕장에서 말린 것입니다. 덕장에서 아귀를 말리는 이유는 황태와 마찬가지로 겨울의 찬 서리에 말리는 게 꼬들꼬들 맛이 좋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봄이나 여름철에 말리게 되면 파리 등이 붙어 위생이 좋기 않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귀찜이 나왔습니다. 뻘건 양념이 보기만 해도 맛깔스러웠습니다. 살짝 맵게 해 달라 주문했는데, 과연 어느 정도일까 군침이 돌았습니다. 아귀와 콩나물이 푸짐합니다. 어디, 맛 한 번 볼까나~^^

"형님, 아귀찜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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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짐한 아귀찜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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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아귀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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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찜 먹을 땐 침묵이 미덕입니다. ⓒ 임현철


맛, 이야기 전에 아귀찜 주문 팁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생 아귀는 생물을 바로 찜으로 먹는 것입니다. 싱싱함이 생명입니다. 이에 반해 마른 아귀는 오래 두고 먹기 위해 덕장에서 말린 관계로 인건비가 더 들어간 것입니다.

하여, 원가도 차이가 난다더군요. 주인장 말로는 "마른 아귀가 생 아귀에 비해 약 20%가 더 비씨다"고 합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인건비가 들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가격은 똑같습니다. 생아귀찜 먹을까, 말린 아귀찜 먹을까? 선택은 취향이지만, 저는 아귀찜의 원조 마산에서 먹는다면 마른 것을 권합니다.

아귀를 집어 입에 넣었습니다. 다른 조미료를 쓰지 않아 순수한 매콤한 맛이 입안 가득입니다. 이 순수한 매콤한 맛이 1년 여 동안이나 맛에 대한 강한 기억을 남긴 겁니다. 역시 잘 왔다 싶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는데 먹느라 조용합니다. 음식 앞에선 침묵이 미덕입니다.

"따르시오~~~"

참새와 방앗간이라 했죠. 주당들이 모이니 막걸리가 빠지지 않습니다. 아귀찜은 상추에도 싸먹고, 그냥 먹기도 합니다. 맨밥에 콩나물을 얹어 비벼 먹는 맛도 아주 그만입니다. 맛있는 거 먹는 행복은 얼굴에 흐르는 땀이 증명합니다. 게다가 좋은 사람들과 함께 먹으니 행복이 배로 늘어납니다. 맛있게도 냠냠 후, 한 마디 했죠.

"형님, 아귀찜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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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찜을 앞에 두고 "따르시오~" 했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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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아귀와 콩나물이 푸짐한 아귀찜입니다. ⓒ 임현철


덧붙이는 글 제 블로그에도 올립니다.
#아귀찜 #막걸리 #창원 맛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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