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진보적 자유주의는 제게 주어진 숙제"

싱크탱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 최장집 "민주-반민주, 이분법 탈피해야"

등록 2013.06.19 16:53수정 2013.06.1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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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9일 오후 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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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치고 있다. 오른쪽부터 새누리당 이주영 여의도연구소장, 안철수 의원, 무소속 송호창 의원, 민주당 김한길 대표,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 새누리당 이완구 김무성 의원. ⓒ 남소연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노선으로 제시한 '진보적 자유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1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이하 '내일')의 창립 기념 심포지엄에서다. '내일'은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정치분야 발제를 맡은 최장집 '내일' 이사장(고려대 명예교수)은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다원주의적 민주주의'와 '진보적 자유주의'를 제시했다. 안철수 의원이 강조하고 있는 새정치의 구체적인 구상이자, 향후 안 의원이 추진할 정치세력화의 기본 이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진보적 경제질서 모색'을, 김연명 중앙대 교수는 '한국 사회복지의 현 단계와 보편주의 복지국가의 과제'를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안 의원은 심포지엄에 앞서 인사말에서 "세 교수님과 함께 열심히 토론하고 말씀을 나누었다"며 "오늘 논의를 바탕으로 이를 법안과 정책으로 현실화하고 구체화해나가는 것은 정치의 몫이고 제게 주어진 숙제라고 생각한다. 저는 꼭 그렇게 실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철수, '진보적 자유주의' 정치노선 제시

최장집 이사장은 이날 심포지엄 발제문을 통해 "현재 한국 정치의 문제는 '낮은 수준의 정당 제도화'에서 비롯되는 '대표-책임 연계 약화와 구조개혁을 다룰 정당 능력 미비'로 민주주의의 건강한 작동이 위협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그 결과 ▲ 정당과 정치에 대한 불신 확산 ▲ 무당파, 부동층 증가 ▲ 시민정치, 직접민주주의 담론 확산 등의 현상이 나타났고, 결국 '다른 종류의 정당정치'에 대한 요구가 분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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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 참석해 최장집 이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최 이사장은 "한국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대안으로 민주 대 반민주, 반통일 냉전수구세력 대 좌경용공 친북세력 등 이분법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국가주의적 단원주의 대신 '다원주의적 민주주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원주의적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 '진보적 자유주의'의 정치적 공간을 탐색하고자 한다"며 "진보적 자유주의는, 첫째, 이념으로서의 자유주의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는(자유주의는) 전제와 독재, 온정주의를 거부하고 자유 향유의 평등한 권리에 바탕한 제한 정부와 법의 지배, 결사의 자유에 바탕한 시민사회를 강조하고 있다. 한국 헌법의 인권 사상과 권력분립 원리 역시 자유주의 이념에 바탕하고 있다. 서구와 다른 한국 정치, 자유주의의 이념적, 사회적 토대가 약한 조건에서의 민주화 달성 등 한국정치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향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자유주의 이념 수용이 필요하다."

최 이사장은 또 "'진보적'인 것의 의미는 ▲ 신자유주의의 시장근본주의 원리와 그것이 만들어 낸 사회경제적 결과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는 관점 ▲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에 따른 사회해체 문제를 민주적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최 이사장은 "문제해결의 주체로 대안 정당의 모습을 제시한다"며 "새로운 대안 정당뿐 아니라 기존 민주당도 이런 변화의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의 독자세력화 가능성을 '대안 정당'에서 찾고 있는 셈이다. 최 이사장은 또 "우리시대가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들을 적시하고 실현가능한 정책대안을 만들고 이를 추진해서 결과로 만들어낼 목적의식과 조직능력을 갖춘 정치 리더십 형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토론에서 최 이사장의 기조발제 내용과 '안철수 신당'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손호철 서강대 교수는 "중산층과 서민의 정부를 표방한 민주당 정부는 왜 역대 정권 중 경제 업적 측면에서 가장 반서민적인 정부가 됐느냐는 진단 속에 처방과 해법이 있다, 민주당이 왜 실패했느냐가 중요하다"며 "안철수 의원의 공익적 리더십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김영태 목포대 교수는 인물 중심 정당을 비판했다. '안철수 신당'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정당 제도화의 수준이 낮은 것은 우리나라 정당들이 인물 중심으로 짜여 있기 때문에 그렇다, (안철수 신당도) 정치 세력화할 때 (안철수 의원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면서 "인물 중심 정당을 탈피해야 하는 과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700여 명 몰려 지난해 '대선후보 출정식' 방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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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19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책네트워크 '내일'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안철수 의원은 인사말에서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를 함께 아우르는 전반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복원시켜야 하고, 모든 국민이 원하고 있는 함께 살아가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일'은 향후 안 의원의 정치활동에 '정책'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독자세력화를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은 "'내일'이 주최하는 세미나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열 예정"이라며 전문가들이 의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곳곳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확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또 "다양한 민생 현장으로 들어가겠다"며 "현장을 바탕으로 한 정책 비전을 현실화하고,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일'의 창립 심포지엄이 우리 사회의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출발점이자 새로운 운동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며 "세월이 흐른 뒤, 오늘이 우리 공동체 복원의 첫발이자, 좌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 약 700여 명의 참석자들이 몰리면서 지난해 '대선후보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행사가 열린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은 480석 규모인데, 이미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만석이 됐고, 뒤늦게 참석한 시민들은 좌석이 없어서 바닥에 앉거나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참석자들은 안 의원이 인사말을 위해 연단에 올라오자, 일제히 핸드폰 카메라를 꺼내들었고, 안 의원의 인사말이 끝나자 '와~' 하고 큰 함성과 함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정치인으로는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이주영 새누리당 의원 등이 축사를 했고, 안 의원과 함께 4·24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재입성한 김무성·이완구 새누리당 의원도 참석해 '우정(?)'을 과시했다. 안철수 의원을 카메라에 담기 위한 기자들의 취재 경쟁도 뜨거웠다. 특히 안철수 의원과 김한길·노회찬 대표 세 사람이 함께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하자, 이들의 경쟁 구도를 포착하기 위한 카메라의 플래시가 불을 뿜었다.

심포지엄 주최 측은 '내일'이 특정 정치세력에 치우치지 않은 '열린 공간'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장하성 '내일' 소장(고려대 교수)은 "'내일'은 특정 정치세력만을 위한 연구소가 아니다"며 "모든 정치권이 토론에 참여해서 국민들의 답답한 현실의 문제에 대해 해법을 찾고 대한민국 미래를 모색하는 건강한 토론의 장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행사를 공동 개최한 송호창 무소속 의원은 "'내일'은 정의, 복지, 평화에 기반한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만들 것"이라며 "특정 정치인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특정한 이념에 치우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의원 #최장집 교수 #정책네트워크 내일 #안철수 싱크탱크 #진보적 자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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