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잠자는 시간에 허위사실을 발표해야 쓰겠나?"

[스팟인터뷰] 역사상 첫 '시국선언' 앞둔 경찰 모임 무궁화클럽 조규수 대변인

등록 2013.06.25 12:10수정 2013.06.25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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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과 종교인, 예비법조인 등에 이어 전·현직 경찰관도 국정원의 선거·정치개입 의혹 사건에 항의하는 시국선언에 나선다.

전·현직 중·하위직 경찰관들의 모임인 '무궁화클럽'은 오는 26일 경찰청 정문 앞에서 국정원의 선거·정치개입과 경찰의 축소·은폐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05년 출범한 무궁화클럽에는 3만여 명의 전·현직 경찰관들이 참여하고 있다.

경찰관들은 지난 14일 검찰에서 국정원의 선거·정치개입 의혹 수사결과를 발표한 직후 페이스북 등을 통해 '대한민국 현장 경찰관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시하며 '사과 릴레이'를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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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4일 '교사.공무원 정치기본권 찾기 공동행동 기자회견. 맨오른쪽 마이크를 잡고 있는 이가 조규수 무궁화클럽 대변인. ⓒ 전국공무원노조


"국민이 잠자는 한밤중에 허위 수사결과 발표해서야"

'국정원 선거개입 관련 경찰 축소수사 및 왜곡보도 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규수 무궁화클럽 대변인은 24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인터뷰에서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국민사과문을 배포하고 경찰이 국정원의 선거개입 수사결과를 축소하고 은폐한 것과 관련해 시국선언문을 낭독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조 대변인은 "현직 경찰관들이 사과 릴레이를 하긴 했지만 경찰청 앞에서 시국선언을 한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국정조사를 두고 대립하고 있어서 시기적으로 적절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 대변인은 경찰의 축소·은폐 수사를 두고 "경찰관이 투표함을 바꿔치기한 3·15 부정선거라는 치욕적인 역사가 있었는데 또 다시 이런 일이 21세기에 벌어졌다"며 "이는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국기를 문란한 범죄행위다"라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경찰은 수사를 통해서 진상을 명백하게 밝히고 그것을 내놓고 국민의 판단에 맡겨야 했다"며 "그런데 '댓글이 없었다'고 허위로 발표하고, 게다가 중대사건의 중간수사 결과를 국민이 잠자는 한밤중에 발표하면 되겠나?"라고 꼬집었다.

검찰에서 2개월간 수사한 결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허위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지시 ▲검색 키워드 축소 ▲증거분석 결과물 회신 거부 등을 통해 국정원의 선거·정치개입 의혹 경찰수사를 치밀하게 축소하고 은폐했다. 검찰은 "대선 직전 실체를 은폐한 허위의 수사결과를 발표하게 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조 대변인은 "개인의 출세와 영달을 위해 경찰조직 전체를 팔아먹은 행위다"라며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공권력을 공명정대하게 행사해야 하는데 허위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경찰이 선거에 개입하고 정치권에 아부하는 조직으로 매도됐다"고 성토했다.

조 대변인은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찰수사 축소․은폐를 주도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치안정감 인사대상이 아니었는데도 치안정감을 달고 서울지방청장으로 발탁됐다"며 "국내 치안을 담당하는 인사가 자기 일신의 영달을 위해서 경찰 조직을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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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부터 페이스북 등에 나돌던 경찰의 '사과 포스터'. ⓒ 오마이뉴스


"대선 무효 주장은 엄청난 혼란 야기할 것"

하지만 조 대변인은 일각에서 일고 있는 '대선무효 주장'과는 선을 그었다. 그는 "대선무효까지 주장하는 것은 엄청난 국가 혼란을 야기할 것 같다"라며 "일단 대선 패배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선일 전에 수사팀에서 한 명이라도 양심선언이 있었다면 대선결과에 영향은 미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변인은 "경찰이 제대로 수사해서 국민 앞에 내놓았다면 그것은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밑거름이 됐을텐데 안타깝다"라며 "김용판 전 청장 때문에 수사권 조정도 물 건너갔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치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데 수사권을 주면 뭐하겠느냐는 불신을 가져왔다"며 "김용판 전 청장이 향후 수사권 조정을 뭉개버렸다"고 말했다.

끝으로 조 대변인은 "경찰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지 정치인을 위해 봉사하면 안 된다"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반성해서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철저하게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조규수 #무궁화클럽 #김용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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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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