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군주 같은 목사, 한국교회 이러면 안된다

[주장] 담임목사직 세습, 반성경적이다

등록 2013.07.04 10:20수정 2013.07.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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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도 팔아먹고 또 세습하고 예수님이 이꼬라지 보면 무슨 소리할까? 이런게 신앙인이라니. 장사꾼에 사기꾼이다."
"정말 웃긴 건 목사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부자 비판하면서 자기들은 세습한다."
"나도 교회를 다니지만 세습은 절대 반대다. 과거의 역사를 돌이켜 보고 한국교회는 눈물로 무릎으로 뼈저리게 반성해라. 교회를 사유재산으로 삼다니…. 전두환+북한체제 같다."

대형 교회에서 시작된 한국 기독교의 교회세습이 사회적 반대 여론 속에서도 중소 교회까지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연합뉴스> "한국기독교, 대형교회 모델로 세습 무차별 확산" 기사에 대한 포털 다음 누리꾼들이 단 댓글입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세발연)은 3일 서울 남산동 청어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월12일부터 세습과 관련한 제보를 128건(중복 포함) 받았으며, 이 중 61개 교회가 이미 세습을 끝낸 사실과 25개 교회가 세습을 추진 중이라는 의혹을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세습이 확인된 교회 61곳을 규모별로 보면 교인 5000명 이상인 데가 6곳, 1000∼5000명인 교회가 18곳, 500∼1000명이 13곳, 50∼500명이 24곳이었습니다. 세습 유형은 아들이나 사위에게 담임목회를 직계세습한 교회가 55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교회 세습, 징검다리 세습 등 기타 유형이 6곳으로 파악됐다고 <연합뉴스>는 전했습니다.

'세습'이 횡행한 한국 교회

현재 한국에 교회가 5만5000여 개이니, 교회 세습을 한 교회가 61개는 겨우(?) 0.11%밖에 안 된다는 조사 결과에 조금 안심(?)이 됐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교회만 해도 몇 곳입니다(이글 필자는 개신교 목사임). 25개는 세습을 추진 중이라고 합니다. 25개가 다 세습을 마무리하면 86개라도 0.13%를 조금 넘습니다. 이만하면 아주 양호한 편입니다. 박수는 몰라도 비판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한 것 생각이 아니라 수치스럽습니다. '세습'은 '재산, 신분, 직업 등을 한집안에서 자손 대대로 물려받는다'는 뜻입니다.


헌데 한국교회는 '세습'이란 단어에 굉장히 부정적인 반응입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홍재철 목사)는 지난해 7월 19일 '후임 담임목사 청빙 관련 성명서'를 통해 "'교회 세습'은 잘못된 용어"라며 "'세습'의 사전적 의미는 한 집안의 재산이나 신분, 직업 따위를 자손 대대로 물려주고 물려받음을 의미한다"며 '세습'이란 단어를 쓰지 말라고 했습니다.

한기총은 그 이유에 대해 "교회의 후임자는 그가 비록 직계 자손이라고 할지라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요, 한 개인의 것이 아닌 교회 공동체 모두의 것이기에 재산과 신분을 물려받는 '세습'이란 단어는 적절치 못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기총은 자신들이 발표한 성명서에서 스스로 논리적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라며 "교회 공동체 모두 것"이라고 했다면 담임목사 아들이나 사위가 아버지와 장인대신 그 자리를 물러받으면 안됩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은 '혈연주의'가 아니고는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한기총에 몸담았던 일부 대형 목사들이 세습을 했다는 점입니다. 지난 2007년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냈던 성남성결교회 이용규 원로 목사는 지난해 12월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1월 20일 이호현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줬습니다. 물론 이용규 목사가 독단으로 물러준 것이 아니라 성남성결교회가 사무총회를 열어 만장일치(재적 405명 중 참석 교인 211명 참석) 청빙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원래 담임목사를 청빙할 때는 3분의 2가 찬성(교단에 따라 조금 다름)해야 합니다. 민주주의에서 만장일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 것입니다.

또 다른 한기총 대표회장을 지냈던 길자연 목사(왕성교회)도 지난해 10월 길 목사의 아들 길요나 목사가 후임으로 청빙받았습니다. 지덕 목사(강남제일교회)는 10년 전인 지난 2003년 아들 지병윤 목사에게 물려줬습니다.

담임목사직 세습은 '반성경적'

여기서 용어 정리는 할 필요는 있습니다. 교회세습보다는 담임목사직 세습 또는 목회세습이 더 정확한 용어입니다. 교회가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담임목사직(목회)이 세습되기 때문입니다. 필자 역시 담임목사 세습으로 용어를 통일하겠습니다.

그럼 왜 담임목사직을 세습하면 안 될까요? 한기총이 말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 것이요, 성도들 공동체 소유이기 때문입니다. 목사 개인 소유가 아닙니다. 특히 기독교는 '혈연의 종교'가 아닙니다. 말씀으로 이뤄진 종교입니다. 혈연으로 담임목사 세습이 이뤄지면 그것은 교회가 아니라 '사기업'일 뿐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밝혔듯이 "목회세습은 하나님의 뜻과 성령의 역사가 설 자리를 없게 만드는 반성경적인 행동"입니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가 지난 1월 목회관련자(담임목사·부목사·신학교수·신학생) 526명과 일반응답자(평신도·일반인) 1520명을 대상으로 '교회세습 여론 인식 연구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교회세습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물음에 북한이 목회관련자는 35.4%, 일반응답자는 42.8%였습니다. 대형교회가 떠오른다는 목회관련자가 46.5%, 일반응답자가 21.6%였습니다.

교회세습(담임목사세습) 이미지를 묻는데 북한이 떠오른다는 답이 35.4%와 42.8%가 나왔다는 것이 저로서는 충격이었습니다. 교회의 담임목사직 세습에 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목회 관련자들의 84.7%가 반대, 일반인들은 61.6%이 반대했습니다. 목회관련자 약 85%가 세습에 반대한다는 것이 조금은 위안입니다.

앞에서 한기총이 세습을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로 "교회의 후임자는 그가 비록 직계 자손이라고 할지라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담임목사가 절대권력을 행사하는 한국교회 특성을 애써 무시한 것입니다. 특히 담임목사직세습을 했거나, 진행하는 교회는 아버지 목사 지배력이 강합니다.

전제군주 같은 목사와 신하 같은 평신도

오래 전이지만 이승종 서울대교수는 지난 2000년 9월 5일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과 복음과 상황 주최한 '대형교회 담임목사직 세습문제와 대응방안 - 공동포럼'에서 "목회자는 세습을 추진함에 있어서 교회의 위계적 계층제를 활용하고 있으며(가시적 권력), 반대의사의 표출을 효과적으로 제압하고 있으며(비가시적 권력), 설교와 교육을 통하여  세습의 정당성에 대한 부당한 믿음을 도출하고 있는 것이다(잠재적 권력)"고 주장했었습니다.

이어 "목사는 평신도 위에 일방적으로 군림하고, 평신도는 마치 전제군주의 신하와 같이 저항없이 묵종함에 따라 교회내부에서 권위적 지배구조가 형성되며 이에 따라 세습과 같은 부당행위가 유효한 저항없이 저질러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이 통찰은 진행형입니다. 물론 대부분 목사들은 전제군주 행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평신도가 신하가 아닙니다. 하지만 담임목사직 세습을 자연스럽게 생각하는 극히 목사와 그 교회 신자들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담임목사직 세습이 부당한 이유입니다.
#교회세습 #한국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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