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정상회담 녹음기 우리 것" 주장 번복

회의록 공개 근거 삼으려다 '대통령 사찰' 의혹에 제 살 깎기

등록 2013.07.08 11:24수정 2013.07.08 14:33
0
원고료로 응원
[기사수정: 8일 오후 2시 29분]

국가정보원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작성의 바탕이 된 대화 내용을 녹음한 녹음기가 자신들 소유였다는 스스로의 주장을 이틀 만에 뒤집었다. 회의록 공개에 대한 위법 논란을 피하려다 스스로 신빙성을 깎아 먹은 모양새가 됐다.

국정원 대변인은 8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남북정상회담을 녹음한 녹음기는 국정원 것'이라고 스스로 주장한 대목에 대해 "국정원의 공식입장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디지털 녹음기와 관련해선 당시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을 한 것이지, 실무자에게 정확하게 확인해서 한 얘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녹음은 회담장에 배석한 조명균 안보정책비서관이 녹음기로 한 것. 지난 5일 국정원 대변인은 이 녹음기에 대해 "원래 우리 것"이라면서 "우리가 조 비서관에게 녹음기를 주면서 녹음을 좀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회의록이 청와대 보고용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국정원의 고유업무인 정보수집용으로 작성됐다는 근거로 제시됐다. 녹음기의 소유권과 녹음 동기 등이 국정원의 정보수집 목적이었으므로 회의록도 전적으로 국정원이 관리하는 게 맞고 비밀등급 분류 변경이나 공개 등도 국정원이 판단해서 할 수 있다는 논리의 바탕으로 제시한 것.

이에 대해 남북정상회담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트위터에 "정상회담을 녹음한 녹음기가 자기들 거였다는 국정원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국정기록을 담당하는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실이 회담 배석자에게 녹음을 부탁하며 녹음기를 제공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의원은 "불법을 덮으려는 거짓말이 자꾸 다른 거짓말을 낳고 있는 것"이라고 국정원의 녹음기 소유권 주장을 비판했다.

국정원이 기존 주장을 뒤집은 데에는 국정원이 대통령을 사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새로 불거지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6일 '녹음기가 국정원 소유였다면 국정원이 대통령을 사찰하기라도 했다는 거냐'고 반발했다.


국정원이 기존 주장을 뒤집으면서 당시 정상회담 녹음기의 소유권은 청와대에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더불어 청와대 보고용이 아닌 별도의 회의록을 작성한 게 국정원의 고유업무였다는 주장의 근거도 약해지게 됐다. 국정원이 녹음기 소유권을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의 적법성 근거로 활용하려다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다.
#국가정보원 #회의록 #녹음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국가 수도 옮기고 1300명 이주... 이게 지금의 현실입니다
  2. 2 딸이 바꿔 놓은 우리 가족의 운명... 이보다 좋을 수 없다
  3. 3 '100개 눈 은둔자' 표범장지뱀, 사는 곳에서 쫓겨난다
  4. 4 '헌법 84조' 띄운 한동훈, 오판했다
  5. 5 최재영 목사 "난 외국인 맞다, 하지만 권익위 답변은 궤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