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등친 교수, 별 일 아니라는 대학

국민대 예술대 교수, 강사에 전임교수 임용 돕겠다며 금품 요구

등록 2013.07.11 16:46수정 2013.07.11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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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1일 오후 10시 25분]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가 전임교원 임용을 명목으로 같은 학과 강사를 지낸 교수에게 10년 동안 1억 원의 금품을 뜯어낸 사실이 확인됐으나 해당 학교 측이 징계와 관련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된 후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실체에 대해 대부분 파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징계위가 구성됐다고만 할 뿐, 징계 여부에 대해서는 11일 현재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형식적인 징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어 일각에선 비리교수를 감싸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를 입은 교수는 학교 측이 형식적인 징계를 할 경우 검찰에 고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라, 파문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교수 임용 도와주겠다며 금품 및 술값 대납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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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예술대학 A교수가 B교수의 요구로 돈을 보낸 은행 거래 기록과 주요 입금 내역 ⓒ 성하훈


서울 정릉 국민대 예술대 A교수 주장에 따르면, 지난 6월 그가 사표를 내기 전까지 10년 동안 같은 학과의 B교수에게 제공한 금품과 향응은 대략 1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2003년 처음 강사로 임용된 A교수에게 B교수는 전임교수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지속적으로 금품과 함께 술값 대납 등을 요구했다.

A교수에 따르면 B교수의 금품 요구는 2004년 처음 시작됐다. 당시 B교수는 집을 이사하는 데 전세금이 부족하다며 돈을 빌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때 500만 원을 빌려준 게 시작이었다. B교수는 빌려준 돈을 갚지 않은 채 전임 교수에 임용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데 로비자금이 필요하다며 지속적인 금품을 요구했다. 뿐만 아니라 유흥업소 비용 역시 A교수가 내게 했다.


B교수는 A교수가 중간에 일찍 빠져나오거나 했을 때는 다음날 전화를 해 1차와 2차 비용에 대한 송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A교수는 "다음 학기 강의를 맡고, 교수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B교수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A교수는 "B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장을 하던 시절에는 당시 사무실이 있던 남산을 찾아가 현금으로 500만 원을 준 적이 두 번 있다"고 말했다. 이어 "B교수는 계좌추적을 피하려는 듯 신권이 아닌 구권으로 돈을 가져오기를 요청하기도 했고, 부인 계좌로의 입금을 요구하기도 했다"면서 입금 기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그는 "지금까지 B교수에게 준 돈이 기록으로 남은 것만 3800만 원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A교수는 "지난해 8월 학교를 사직했으나 강의전담교수로 요청이 들어와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됐는데, 이때 B교수가 '정년 때까지 있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며 1억원을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B교수는 1억 원을 같은 학과 C교수와 5천만 원씩 나눠가질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C교수도 한통속이라고 지목했다.

학교 관계자들에 따르면 C교수는 가족이 미국에 있어 지난 7월초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는 "C교수가 출국 전인 지난 6월 13일 B교수 연구실에서 셋이 만났고 이 자리에서 B교수에게 돈을 전달하는 방법 등에 이야기를 들었다"며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음 내용에 따르면 B교수는 A교수에게 "돈은 현금으로 주고 차용증을 써 달라"면서 거기에 대한 이면계약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C교수에게 돈을 보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A교수 이름으로 직접 보내지 말고 추적을 피할 수 있게 C교수의 매형에게 보내"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겼을 경우 빌린 돈으로 주장하거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A교수의 설명이다.

해당 대학 부총장 "별일 아닌 것에 왜 그리 관심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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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예술대학 B교수 연구실. 건물 내부 수리 관계로 문은 열려 있었으나 교수는 자리에 없었다. ⓒ 성하훈


B교수의 금품수수는 지난 6월 중순, <채널A>의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으나 보도된 지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징계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

지난 달 19일 학교를 사직한 A교수는 "최근 B교수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통장으로 2500만 원을 입금해 왔다"고 말했다.

국민대 역시 징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대학 부총장은 10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징계위원회는 외부 인사로 구성돼 있고 학교 측이 관여하지 않고 어떤 결정이 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별일 아닌 것에 왜 그렇게 언론이 관심을 두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할 수 없다"면서 "더 이상 해줄 말이 없으니 쓰고 싶은 대로 알아서 쓰라"며 회피했다.

B교수 역시 어떤 입장 표명도 하지 않은 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B교수의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수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B교수는 '회의중'이라거나 '나중에 전화하겠다'는 문자만 보낼 뿐 언론의 취재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A교수는 "10일 오후에 징계위가 열린다고 들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다"면서 "학교 관계자에게 문의했더니 한번 더 나와야 할 것 같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국민대 측이 징계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B교수 외에 함께 돈을 나눠갖기로 한 C교수가 징계위에 회부됐는지 여부도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대 #예술대학 #교수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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