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 맞습니까

변화와 혁신의 시대를 꿈꾸는 자, 통일부터 꿈꿔라

등록 2013.07.13 10:34수정 2013.07.13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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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4일부터 21일, 일주일의 기간 동안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은 서울교육청에 의뢰하여 초·중학생 1,489명을 대상으로 안보통일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응답자 가운데 6.25전쟁의 정확한 연도를 모르는 학생이 27%나 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6.25전쟁은 누가 일으켰냐'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미국, 중국, 소련, 일본 등 주변 국가를 언급하는 학생들도 10% 가까이 나왔다. 안보통일의식에 대한 어린 학생들의 인식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결론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새로운 100년 작년 5월 출간된 오마이북 도서 <새로운 100년> ⓒ 제민주

작년, 대선을 앞두고 출판된 오마이북 도서 <새로운 100년>은 이처럼 안보의식이 현저히 낮아지며 아직 통일되지 못한 채 분단의 아픔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실을 점점 잊고 커가는 어린이들, 더 나아가 젊은 세대들에게 올바른 안보의식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말해주는 책이다.


'새로운 100년'이라는 제목을 처음 접했을 때, '아, 이 책은 밝은 미래를 꿈꾸는 그런 이야기를 들려 주겠구나'라고 단언했다. '희망', '미래지향적', '변화', '도약' 등 긍정적인 느낌으로 가득할 책이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책장을 넘기며 법륜스님과 오연호 기자의 깊어지는 대담을 통해 그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선 불편하고 어두운 단어들을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숙명이라는 생각을 했다.

결과만을 바라본다면, 분명 통일은 우리 민족이 해결해야 할 숙원사업이고, 이를 해결한다면 우리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음이 자명하다. 하지만 통일이라는 결과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 감수해야 할 것, 지켜나가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따져본다면, 많이 힘들고, 아프고, 불합리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평소 법륜스님의 행보를 분석하고 그에 맞춰 '통일'과 '새로운 100년'에 초점 맞춘 질문들을 쏟아내는 오연호 기자. 그리고 기자의 질문에 충분한 설명이 깃든 장문의 대답을 늘어놓는 법륜스님. 실제로 그들의 대담은 책의 분량의 세 배가 넘는 원고지 3000매 정도였다고 하니 얼마나 농도 짙은 대화들이, 솔직하게, 과감하게 오갔는지는 그 자리에서 듣지 않았어도 알 수 있을테다.

모든 대화가 현재 젊은 세대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직언이고 조언이었겠지만, 3000매의 분량을 1100매 가량으로 줄이면서 아쉽게도 지면에 오르지 못한 이야기가 더 많을 터. 누군가의 생각을 읽으려는 자세 너머로 통일과 미래에 대한 주체적인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함을 대담자들은 나머지 2000매 가량의 내용을 버리면서까지 알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몇 해 전만 하더라도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 서 있던 사람이다. 80년대 후반에 태어나 자라오면서 남북이산가족 상봉을 텔레비전으로 수 차례 시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짜 이산가족의 눈물을 이해하지는 못했기에, 그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 무관심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말도 또래들 사이에서 뱉기도 했다. 안보의식이라든지, 민족성에 대한 깊은 생각은 전혀 없었고, 단지 통일이 되면 여러 가지로 혼란스러운 사태들이 벌어질 것이 귀찮았기 때문이었다. 생각이 달랐고, 말투도 달랐고, 자라온 환경도 너무나도 다른 전쟁의 2세, 3세인 우리들이 변화를 선뜻 받아들이는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라고 여기면서 말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는 이제는 '통일'이 필요하고, 반드시 우리가 이뤄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고 있다. 단순히 내 사상이 변했다는 말이 아니다. 사실 통일은 내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깨달았을 뿐이다. 나, 혹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졌던 통일 반대파들이 통일이라는 변화를 두려워하며, 북한과의 관계를 지금처럼만 유지하자고 말하기에는 사실 우리들은 그럴 자격이 없음을 깨달았을 뿐이다.

2013년 오늘. '우리의 소원'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눈시울을 붉히던 어른들의 모습은 더 이상 젊은 세대들에게 이어져오지 않는다. 가슴 설레고, 애틋한 단어가 아니라 통일은 '번거롭게 왜 하냐'는 반문이 돌아오는 취급을 받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지금이야 통일을 하자는 의견과 통일은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이 대립관계에 있다지만, 이대로 가다간, 통일을 원하던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떠나고 나면, 진짜 통일을 외칠 사람이 줄어든다는 점이 겁이나고 무서울 따름이다.

보다 안전하고 살기 좋은 미래를 '나'가 아닌, '우리'를 위해 준비해야 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통일을 꿈꿔야하고, 현실에서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그 주장을 법륜스님과 오연호 기자는 서로의 다른 생각을 좁혀나가며 독자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해주었다.

법륜스님은 북한의 현 상황을 매일매일 접하며 지친 북한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서도 우리 사회의 문제에 의견을 내고, 강연을 통해 자신의 인식을 내비치며 남과 북의 양극화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이런 법륜스님에게 오연호 기자가 건넨 말이 참 인상적이다.

'스님은 남한 사회를 직접 체험하고 계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북한의 다양한 계층으로부터 거의 매일 리포트를 받고 계시네요. 인식의 세계에서 본다면 지금 스님 안에는 이미 남북통일이 돼 있는 셈이군요.'

매일을 살아가면서 통일을 절실하게 느끼는 법륜스님, 그가 통일을 주장하며 우리들에게 해주는 조언, 그 중에 가장 쉬운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남과 북이 공유하고 있는 고대 역사를 통해 우리의 동일한 뿌리를 알아가자'는 그의 주장. 하나의 뿌리, 공통의 역사를 인정하고 통합된 마음으로 통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말을 전하는 법륜스님의 말과 행동 모두에서 통일을 향한 간절한 열망이 느껴진다.

"미래의 100년을 준비하는 이 좋은 일이 노력 없이 너무 쉽게 이뤄져버리면 안 되잖아요. 형설의 공이 들어가야죠. (중략) 버거운 과제인 만큼 사람도 많이 모아야 하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하고 힘도 많이 모아야 하니 할 만한 일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합시다. 통일이라는 엄청 재미있는 일을 때마침 우리가 잘 만났다고 생각하면 힘이 돋고 기가 살 것 같아요. 우리 함께 해봅시다!" -법륜스님의 말 중에서.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기사로 제일 먼저 송고합니다. 이후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할 생각입니다.
(http://blog.naver.com/satur21)

새로운 100년 - 오연호가 묻고 법륜 스님이 답하다, 개정증보판

법륜.오연호 지음,
오마이북, 2018


#새로운10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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