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교수님 모욕죄로 벌금내셔서 억울하셨나요?

[헌법 이야기] 모욕죄 폐지, 혐오죄 신설을 촉구하며

등록 2013.07.17 14:09수정 2013.07.1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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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교수님! 안녕하세요?

며칠 전 진중권 교수님께서 제기한 헌법재판 결과를 알았습니다. 대법원 판결에 이어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모두 패소하셨네요. 혹시라도 모욕죄로 교수님의 주특기인 풍자와 비판적 표현이 위축되지는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으로 모욕죄는 위헌인 이유를 설명드리고자, 그리고 입법적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편지를 드립니다.

보통 형사 실무에서는 모욕죄로 고소장이 접수되어도 먼저 그 발언이나 글을 게시한 행위의 동기와 경위를 살펴봅니다. 모욕적 표현의 정도와 비중 등에 비추어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하던지, 기소가 되어도 무죄판결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교수님은 법원에서 벌금 300만 원이나 선고 받았으니 억울하셨죠.

이번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왔으면, 교수님은 재심을 통해서 무죄 선고를 받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이미 모욕죄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에 위배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번 사안에서 소수견해로 결정문(2012헌바37)에도 잘 정리되어 판시되었습니다.

모욕죄가 위헌인 이유를 한번 살펴볼까요?

첫째, 모욕죄의 구성요건인 모욕의 범위는 지나치게 광범위합니다. 현실 세태를 빗대어 우스꽝스럽게 비판하는 풍자도 모욕이 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도 모욕이 될 수 있죠. 부정적인 내용이지만, 정중한 표현으로 비꼬아서 하는 말,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헌법상 보호받아야 할 표현이 규제될 수 있게 됩니다. 

사회 내부에서는 다양한 의견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이 있어야합니다. 그런데 모욕죄는 이를 제한합니다. 더구나 정치적 또는 학술적 표현행위를 위축시키고 열린 논의의 가능성이 줄어들죠. 결국 모욕죄로 때문에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됩니다.


둘째,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국가권력행사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입니다. 형벌의 대상자에게는 가혹한 강제력입니다. 그래서 형법으로 범죄를 규정 할 때는 최소한의 행위에 국한해야하죠.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행위는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기능에 맡겨도 됩니다. 만약 모욕적 언사가 심할 경우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제할 수도 있습니다.

셋째, 모욕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것은 국제인권기준에도 부합하지 않습니다. 이미 국제인권기구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서 모욕죄 삭제를 권고 하고 있습니다. 이미 상당수의 국가에서는 모욕죄가 부분적으로 폐지되거나 실질적으로 사문화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모욕죄 규정인 형법 제311조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하지만, 모욕죄가 폐지된다고 가정하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지역, 인종, 성,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적인 발언이나 게시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어떻게 보호할지의 문제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에게 그들의 취약한 사항을 이유로 그들을 모욕하면, 그들의 자존감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사회적 약자들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또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는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원인입니다. 모욕죄가 폐지되어도 사회적 약자를 혐오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은 마련되어야합니다.

다행히 올 6월에 우리나라 국회에도 혐오죄 도입에 관한 아래와 같은 법안이 발의되어었습니다.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5550)
제311조의2(혐오) 인종 및 출생지역 등을 이유로 공연히 사람을 혐오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인종 및 출생지역이라는 사회적 약자 개념에 장애, 성을 포함하면 더 좋을 듯합니다.

교수님의 이번 헌법재판에서는 비록 패소했지만, 이번 헌법재판의 결정이 시민의 표현행위를 위축시키는 모욕죄 폐지에 관한 공감대가 되기 바랍니다. 그리고 사회적 취약계층의 자존감을 보호하기 위한 혐오죄 신설에도 밑거름이 되기 바랍니다.

형법에서 모욕죄 폐지, 혐오죄 신설 되기 바라며, 교수님 잘못 만들어진 형법 조문 때문에 재판을 받느라 심신이 지치셨을텐데, 올 여름 심신 강건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3년 7월 17일
#헌법재판소 #모욕죄 #혐오죄 #형법 #진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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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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