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잘 가라, 아들아!"

빗속 눈물바다로 변해버린 공주사대부고 5명 합동영결식

등록 2013.07.24 21:21수정 2013.07.24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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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결식 장에서 실신한 유족. ⓒ 김종술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감추려는 듯 그 흔적을 지우려고 빗줄기만 무심하게 내리고... 동환아, 병학아, 준형아, 태인아, 우석아! 조금만 덜 착했더라면, 조금만 덜 용감했더라면, 조금만 덜 친구들을 사랑했더라면 보내지 않았을 친구들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잘 가라." -  추도사 중

하늘도 다 알았나 보다. 장맛비가 유족의 슬픔을 아는 듯 세차게 내렸다.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은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합동영결식이 24일 오전 학교운동장에서 '학교장'으로 진행됐다.

오전 9시 30분에 장례식장을 출발하기로 한 운구차가 유족과 장례위원들의 합의가 늦어지면서 10시에 출발해 애초 일정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공주사대부고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30분 늦은 시간에 영정이 나오고 있다. ⓒ 김종술


영결식에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 안희정 충남도지사, 새누리당 이완구·박성효· 이인재·성종완, 민주당 박수현·양승조·김상희·임수경 의원 등과 학생·동문·가족·시민 등 1천여 명이 참석했다.

"꽃다운 17살 고귀한 삶 영원히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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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체험 참사 합동영결식] 헌화하는 재학생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다가 목숨을 잃은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의 합동영결식이 24일 오전 충청남도 공주시 공주사대부고 운동장에서 학교장으로 엄수됐다. 재학생들이 고인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 유성호


곳곳이 눈물바다였다. ⓒ 김종술


서남수 장관은 추도사를 통해 "장마철을 맞아 내리기 시작한 무거운 비로도 우리들의 부끄러움을 가릴 수가 없다. 그대들이 조금만 덜 착했더라면, 그대들이 조금만 덜 용감했더라면, 그대들이 조금만 덜 친구들을 사랑했더라면, 아마 우리는 보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며 안타까워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사고 소식을 듣고 너무나 가슴이 미어져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었다, 고인들로 인한 동료 학생들과 가족들의 아픔은 대한민국의 아픔으로 도지사 이전에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로서 피해 가족의 슬픔을 가슴 깊게 느낀다"며 "도민의 생명과 안녕을 지켜야 하는 도지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꽃다운 17살 고귀한 삶을 영원히 기억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한재 교사가 대표로 "사랑하는 제자들을 그렇게 떠나보내며 그를 지켜주지 못한 선생님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진정으로 사랑했던 제자들이 하나하나 떠올라 말문이 막히고 가슴이 막힌다"고 말했다. 또 "오늘 저는 터지는 슬픔을 더 큰 사랑으로 옮겨 담아 남아있는 친구들에게 돌려주겠다, 나의 사랑하는 제자들아, 피워내지 못한 좋은 꿈은 좋은 세상에 가서 피워내기 바란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학생 대표 김현경군은 "그날따라 하늘이 유독 맑더라,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바다 끝과 하늘 끝이 똑같을 정도로 하늘이 맑았다"며 "그때 누군가 하늘을 가까이 보고 싶다고 했는데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지금 내 머릿속엔 목소리가 가득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 눈물이 지금까지 강이 되어 내 가슴속에 흐르고 있다"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유족 대표는 "이번 참사를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안전 대책을 세우고 다시는 이런 불행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진행해 주시길 호소한다"며 "우리 자식들이 못다 한 꿈이 희석되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이 친구인 학생들이 그 꿈을 꼭 이루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서 몸을 가누지 못해 간호사의 부축을 받고 참석한 한 유족이 또다시 추도사 도중에 아들의 이름을 부르다가 실신하여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이어 서 위원장을 선두로 유가족과 교육부, 학생들과 시민들의 헌화 및 분향이 이어졌다. 학생들과 시민들이 도로변까지 줄지어 선 가운데 운구 행렬이 천안 화장장으로 향했다.

또다시 실신..."사랑한다! 아들아, 미안하다! 잘 가라" 오열

화장을 마치고 장지인 천안공원 묘지로 들어오고 있다. ⓒ 김종술


천안추모공원 화장장에 운구 행렬이 들어오고 있다. ⓒ 김종술


오후 1시부터 진행된 천안추모공원 화장장은 유족들의 오열과 통곡으로 눈물바다를 이루면서 곳곳에서 "사랑한다! 동환아, 병학아, 준형아, 태인아, 우석아"를 부르다가 실신하는 유족들이 업혀나갔다. 그러면서 "잘 가라 우리 아들, 미안하다"고 말하는 어머니들의 오열이 이어졌다.

4시경 유족들은 화장을 마친 봉인함을 들고 천안공원 묘지에 들어오면서 안장식을 거행했다. 한 할머니는 함에 담겨 묘지에 안장되는 손자를 부르며 "미안하다, 미안하다, 우리 손자 천국 가서 만나자"며 눈물로 애도했다.

안장이 끝나고 유가족 대표는 "비록 짧은 삶을 살고 가더라도 의미 있는 삶을 살고 가는 너희가 자랑스럽다"며 "남아있는 엄마·아빠를 너무 걱정하지 마라, 우리는 매일 너희가 곁에 있는 모습을 기억하고 살겠다"고 위로했다. 이어 "장례에 도움을 준 모든 분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가는 손자의 영정을 만지는 할머니. ⓒ 김종술


#합동영결식 #공주사대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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