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샵 이력서 사진 그대로 성형할 거예요"

취업사진 전문 사진관,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 10만원 넘기 일쑤

등록 2013.07.30 10:33수정 2013.07.3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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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취업 준비를 시작한 이은비(24·여)씨. 이씨는 강남에 위치한 한 취업사진 전문 사진관에서 6만5000원을 주고 이력서에 붙일 사진을 촬영했다. 다른 친구들처럼 인터넷으로 잘 찍는 사진관을 알아봐서 미리 예약하고 갔다. 화장을 하지 않은 '생얼'로 가더라도 사진관에서 자체적으로 둔 메이크업·헤어 담당 미용사가 화장과 머리를 해 준다. 그 후 다양한 표정으로 여러 장의 사진을 찍고 그 중에서 잘 나온 사진을 고른다.

촬영 후에는 함께 앉아 포토샵 작업에 들어간다. 기본적인 것은 알아서 고쳐주지만, 개인적으로 원하는 요구 사항도 들어준다. 이렇게 해서 이력서에 붙일 '취업사진'이 완성된다.

그는 "너무 비쌌지만 개인적으로 화장을 할 줄 몰라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했다"며 "회사에서 사진을 요구하기도 하고, 친구들이 모두 그렇게 찍으니 나도 왠지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취업사진' 사진만 3만원대, 화장·머리손질 받으면 10만원 넘기도

'취업용 사진을 찍어준다'는 취업사진 전문 사진관들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특히 이런 사진관에서는 촬영 전 메이크업과 머리 손질을 '풀 패키지'로 제공하기도 한다. 은비씨가 간 사진관은 아주 싼 편이다. 보통 풀 패키지를 받으면 8만 원 이상이 든다. 따로 미용실에서 화장과 머리를 하고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화장에만 10만 원대가 들기도 한다.

원래 이런 비싼 취업용 사진은 외모를 중요하게 보는 승무원이나 아나운서 지망생들이 많이 찍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반 기업이나 공기업, 서비스직 등을 지망하는 대학생들도 돈을 들여 풀 서비스 취업사진을 찍는다.

머리와 메이크업 서비스를 받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취업용 사진만 찍으려면 일반 사진보다 돈이 더 든다. 일반 증명사진은 2만 원선으로 손님이 옆에서 지켜보지 않고 수정을 거친다. 손님이 옆에서 수정작업을 지켜보며 원하는 사항을 말할 수 있는 '취업사진'은 3만 원 정도이다. '성형 수준의 수정' 등 특별한 작업의 경우에는 1만 원씩 추가된다고도 한다.


취업사진을 선택하면 30분에서 1시간 동안 사진사와 함께 사진 수정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그래서 취업사진의 경우 하루에 10명 정도만을 예약제로 받는다. 신촌이나 강남의 취업 전문 사진관의 경우 기업들의 상반기·하반기 공채 시즌에는 2주치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신촌의 한 취업 전문 사진관 대표는 "특히 최근에는 남학생들도 여학생들과 비슷하게 많이 찍으러 오고, 메이크업까지 받는다"고 전했다. 기자가 이 사진관을 방문했을 때도 남학생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각 직업군에 맞는 이미지로 사진을 찍어 주기도 한다. 사진관들은 대체로 "서비스직은 치아가 보이게 찍고, 공기업이나 대기업 등은 약간 보수적으로, 패션업계·디자인업계 등은 개성적인 이미지로 찍는다"고 밝혔다. 이렇게 직업 이미지에 맞게 찍거나 고쳐 주는 것이 '취업사진' 전문 사진관이 내세우고 있는 점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었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 두세 번씩 다시 찍는 경우도 있다. 조아무개(25·여)씨는 "비싸게 사진을 찍었는데 마음에 안 들어서 한 번 더 찍었다"며 "비싼 감은 있지만 입사하게 되면 그 이후에도 계속 쓰이는 사진이라 잘 찍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한 사진 수정은 감점 "서류만 통과하면 된다"?

문제는 서류 통과 이후 면접이다. 케이블방송인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2'에서도 주인공 영애가 과하게 수정한 이력서 사진으로 면접보는 장면이 나온다. 면접관이 "포토샵 많이 하셨네, 사진은 날씬해 보이는데"라고 말하자 영애씨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이것은 드라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취업 정보를 나누는 카페인 '독취사(독하게 취업하는 사람들)'의 면접 질문과 후기 방에는 "사진과 실물이 다르다는 지적을 받았다"며 혹시 감점이 될까 걱정하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 면접관이 "실물이 사진과 많이 다른데, 성형했느냐"고 물어서 지원자가 당황해 횡설수설했다는 글도 다수 있었다.

한 패션업계 회사 인사담당자는 "면접에서 실물을 보면 이력서 사진과 다른 경우가 80%"라며 "예쁜 것을 떠나 완전히 다른 얼굴을 만들어 놓는 경우도 반 이상"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면접관 처지에서 사진을 지나치게 고쳐놓으면 사람의 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고도 답했다. 심하게 다르면 감점을 주기도 한다. 2010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인사담당자 3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54.3%가 '증명사진 조작에 감점을 준다'고 응답했다.

사진을 찍어 주는 사진관 사람들도 이런 점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했다. 취업사진 사진관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일을 하며 가장 어려운 점을 물었더니, "과한 수정을 요구하는 손님들을 말리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럴 경우 사진사가 '지나치게 많이 고치면 자기 이미지가 없어지니 좋지 않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면접 때 다른 사람처럼 보이든 말든 서류만 통과하면 된다"며 수정을 요구한다고 한다. 신촌의 한 취업사진 전문 사진관 대표는 "수정을 요구해 고쳐 줬는데, 주변에서 실물과 사진이 아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시 고쳐달라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진관에서는 "고친 사진대로 성형을 할 것이니 그냥 그대로 수정해달라는 손님도 있었다"고 했다.

사진뿐만 아니라 면접에도... "정장 안 입으면 주눅들어"

그래서 취업 준비생들은 면접에도 많은 공을 들인다. 다들 정장을 입고 화장을 하는데, 나만 혼자 편하게 하고 가서 마음이 불편한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현재 대기업 계열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여)씨는 "처음 면접을 보러 갈 때는 어떤 분위기인지 몰라 전문 샵에서 화장을 받고 갔다"고 했다. 면접용 정장도 따로 샀다. 그는 "옷은 취업 준비 이후에도 계속 입을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인턴을 하면서도 옷값만 수십만 원 깨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외활동'이라고 불리는 대학생 기업서포터즈나 홍보단·기자단·봉사단 면접장에도 정장을 입고 가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취업 카페 '독취사'의 대외활동 게시판에는 면접 복장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글이 종종 올라온다. 댓글을 보니 '정장 입어야 하지 않을까요'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기업에서 편한 복장으로 입고 오라고 했는데도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김나의(24·여)씨는 의상에 큰 신경을 쓰지 않고 단정히 입었는데도 대외활동 면접에 붙었다고 한다. 그는 "정장을 입고 오지 않으면 스스로 주눅이 드는 것도 (다들 정장을 입고 오는 것의) 이유인 것 같다"며 "다들 서로서로 안 입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기업에서도 학생답게 입고 오라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황혜린 기자는 <오마이뉴스> 18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취업사진 #취업 준비 #면접 #이력서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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