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신문에 코 박고... "그게 보여요?"

[공모-있다 없으니까] 조금씩 시력을 잃어가는 아픔

등록 2013.08.05 16:39수정 2013.08.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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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을 벗고 신문을 보면 코가 신문에 닿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신문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 김동수


"그게 보여요?"
"잘 보이죠."
"어떻게 보이는지 이해를 할 수 없네요. 그렇게 가까이 보면 글자가 안 보이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당신처럼 눈이 좋은 사람은 가까이 하면 안 보이지만, 나처럼 눈이 나쁜 사람을 잘 보여요."


하루에도 몇 번씩 아내와 저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입니다. 안경을 벗고 스마트폰과 신문을 볼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코가 신문과 스마트폰에 닿을 정도입니다. 눈이 좋은 사람들은 상상이 가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언뜻 보면 연출처럼 보이지만 아닙니다. 이렇게 가까이 하지 않으면 글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근시가 심하면 가까운 것이 잘 보입니다. 엄청 두꺼운 안경 렌즈를 보면 실감이 날 것입니다. 사람들은 안경 렌즈 두께를 보고 놀랍니다.

"눈이 이렇게 안 좋아요?"
"예."
"안경 렌즈가 이렇게 두꺼운 것은 처음 봐요."
"두껍죠. 저도 놀랍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렌즈를 보면."
"(안경을 써보더니) 저는 아예 보이지도 않네요."
"그럴 겁니다. 눈이 좋은 사람은 아예 안 보이죠."
"많이 불편하겠네요."
"당연하죠. 눈 좋을 때 관리 잘하세요."

동네 안경점에는 맞는 렌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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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렌즈가 엄청 두껍다. ⓒ 김동수


특히 왼쪽 눈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왼쪽은 약시입니다. 동네 안경점에는 시력에 맞는 렌즈가 없어 따로 주문을 합니다. 그래서 새 안경을 할 때마다 며칠을 기다려야 합니다. 눈이 좋은 사람은 그 불편함을 잘 모를 것입니다. 렌즈가 두꺼운 만큼 무게도 많이 나가기 때문에 힘듭니다. 여름철만 되면 안경이 자꾸 흘러내립니다. 돈도 많이 듭니다. 렌즈 한 개에 15만 원이 넘기 때문에 안경테까지 하면 40만 원이 넘습니다. 좋은 눈을 가지신 분이 얼마나 감사해야 할지 알 것입니다.

안경을 맞출 때마다 안경사와 이런 대화를 나눕니다.


"목사님, 이번에도 시력이 조금 떨어졌네요."
"그렇네요. 저번에 맞춘 안경은 잘 안 보여요. 이제 나이가 쉰을 앞두고 보니 노안까지 오는 것 같아요. 근시가 심한 사람은 노안도 빨리 오는 것 같아요."
"그것은 잘 모르겠네요."
"아무튼 눈이 좋은 사람은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저희 안경점에는 맞는 렌즈가 없으니까. 며칠 기다려야 하는 것 아시죠?"
"알고 있습니다."

물론 시각장애인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불평하는 것 자체가 교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이란 참 간사합니다. 자기가 처한 입장과 환경에서 모든 것을 보려고 합니다.

저도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눈이 좋았습니다. 양쪽 눈 시력이 각각 1.0, 1.2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찍은 사진을 보면 안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갑자기 중학교 3학년부터 눈이 나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안경을 쓸 때는 조금 어깨가 으쓱(?)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안경 쓰는 학생은 공부를 잘한다(?)는 황당한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하지만 시력은 뚝뚝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공부는 못했습니다. 시력 잃고, 공부도 못했습니다. 눈이 나빠 군대 안 간 고위공직자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조금만 힘(?)을 썼다면 시력 때문에 군대도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논산훈련소에서 정밀 시력검사까지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남들처럼 군 복무를 해야 했습니다.

눈 관리 잘하세요...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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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중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나도 이 때는 안경을 쓰지 않았다. ⓒ 김동수


지금도 시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두렵고 겁이 납니다. 시력을 완전히 잃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느낌상 왼쪽 눈은 시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경을 벗고 왼쪽 눈으로 보면 물체가 희미하게 보입니다. 물론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눈은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입니다. 눈을 잃으면 모든 것을 다 잃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눈 좋을 때 관리 잘하시기 바랍니다. 시력 잃고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없습니다.

"눈 관리 좀 하세요."
"관리해야죠."
"코가 신문이나 스마트폰에 닿는 것을 보면 오히려 내가 불안해요."
"당신이 더 불안하다고요?"
"그렇죠. 남편이 눈이 자꾸 나빠지는데 걱정 안 하는 아내가 어디 있어요. 밤에 운전하는 것도 어려워하잖아요."
"점점 그렇네. 밤에 운전하는 것이 힘들어. 이제 당신이 정말 운전연습을 좀 해야 할 것 같아요."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는데, 한번 잃어버린 시력은 아닌 것 같아요."
"시력은 다시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인터넷 하는 시간 조금 줄이세요."
"그렇게 할게요."

애인은 있다가 없어져도 다시 사귈 수 있습니다. 좋았던 체력을 운동을 하지 않는 바람에 잃을 수도 있지만 운동을 다시 하면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라식과 라섹 수술이 있지만, 특히 저처럼 한쪽 눈이 약시가 되면 회복하기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말합니다. 눈 좋을 때 관리 잘 하세요.
덧붙이는 글 '있다 없으니까' 공모 응모글입니다.
#눈 #안경 #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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