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닮은 꼴, 최후는 비참했다

[게릴라칼럼] 김무성·권영세가 청문회에 나와야 하는 이유

등록 2013.08.09 09:47수정 2013.08.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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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국정원 대선 개입 진실 규명 국정조사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색된 정국을 타개하기 위하여 민주당은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새누리당은 3자회담, 청와대는 5자회담을 역제안 하는 등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 진보당 등 야당은 이 사건을 국정원과 경찰청이 박근혜 캠프와 손잡고 대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국기문란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선개입은 실체도 없고, 댓글 작업은 장려되어야 할 정상적인 활동이며 오히려 민주당이 전직 국정원 직원을 매관매직한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국정원 사건은 최고 정보기관의 선거 개입이라는 점과 집권세력이 사건 공개를 꺼리고 있다는 점에서 닉슨 대통령의 하야를 가져온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과 무척 많이 닮아있다.

워터게이트 사건과 닮은 국정원 대선 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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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정홍원 국무총리, 김기춘 신임 비서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회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미국의 37대 대통령인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은 연방 하원, 상원의원과 부통령을 거쳐 1968년 민주당의 H.험프리, 1972년에는 G.맥거번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그 유명한 워터게이트 사건(Watergate Case)으로 임기 중 사임했다.

워터게이트는 197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G. 맥거번 후보의 선거운동 본부가 있던 워싱턴 시내 빌딩 이름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 정보부 직원들이 공화당 선거 캠프와 짜고 민주당 선거 캠프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워터게이트 사건의 닮은 점은 먼저, 두 사건 모두 가장 많은, 은밀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국가 정보기관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정보기관인 CIA와 FBI 직원이 지휘하여 정보부 요원 5명을 배관공으로 위장하여 민주당 캠프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국정원 댓글 사건 역시 최고 정보기관 요원들이 국정원장 지시에 따라 직접 댓글을 다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워터게이트 도청이 알려졌을 때 닉슨과 선거 관계자들은 "몰랐다. 선거 캠프와는 상관 없으며, 시킨 것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 선거 개입 사건과 관련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우리와 아무런 상관도 없으며, 국정원에게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지휘한 정보부 요원들과 도청장치를 설치한 이들은 기소되어 법원에서 유죄선고를 받았지만 배후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 역시 직접 지휘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이를 은폐 조작한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으며 새누리당 캠프와의 연관성이나 사전 기획 등 배후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드러나자 의회 차원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었다. 미 연방의회에 워트게이트 사건 특별위원회가 설치되고,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청문회가 열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국정원 대선 개입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청문회가 예정되어 있다.

닉슨 대통령 측은 이 사건의 진실 규명에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방해하고 은폐하려 했다. 그러나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달리 워터게이트 사건에는 결정적인 내부고발자가 있었다. 진실 규명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내부고발자'가 나타났고 <워싱턴포스트>(며칠 전 아마존 설립자에게 매각된 바로 그 신문)가 끈질기게 진실을 추적해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사건 모의와 처리 과정에 있었던 백악관 담당자들의 대통령 집무실(Oval Office) 대화 내용이 녹음된 테이프가 백악관에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특별위원회가 백악관에 이 테이프 제출을 요구하자 닉슨은 면책특권을 들먹이며 거부, A.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했다. 이에 반발해 E.리차드슨 법무장관이 사표를 내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일이 일파만파로 커졌다.

여론은 급격히 나빠져서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며, 마지못해 닉슨 대통령은 테이프를 제출했지만, 내용 일부가 지워져 있어 조작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1974년 7월 상원 법사위원회는 닉슨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했고, 탄핵안의 본회의 통과가 확실시 되자 닉슨 대통령은 스스로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김무성·권영세를 출석시키는 방법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닉슨이 하야한 결정적 이유는 진실을 조작·은폐했기 때문이다.

백악관 측이 CIA 요원 등 사건 당사자들을 사면을 대가로 매수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재판에서 폭로되고, 백악관 관계자들의 녹음 테이프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조작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정적으로 닉슨 대통령은 특별위원회의 활동에 비협조적이었으며, 특별검사를 해임하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진실이 드러나는 것을 막았다.

국정원 댓글 사건도 비슷한 양상이다. 댓글을 다는 등 직접 활동했던 국정원 요원들은 모두 불기소하고, 경찰 수사를 은폐 조작했던 핵심 당자자로 알려진 수사간부는 승진하는 등 관련자들의 뒤를 봐주고, 국정원 요원들이 쓴 댓글이 이후 계속 삭제되고 있다는 점 등이 진실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다른 국가기관인 경찰청 역시 국정원 요원들이 쓴 댓글을 발견하고도 댓글이 없었다는 허위 조사 결과를 발표하여 진실을 호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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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TV토론 지켜보는 김무성과 권영세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 권영세 종합상황실장이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선후보의 사퇴로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양자 간에 펼쳐진 3차 TV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공개가 원칙인 국정조사를 비공개로 해야 한다며 억지를 부려 국정원 비공개 기관보고를 관철했는데 이는 국정조사의 근본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일이다. 새누리당이 이 사건의 핵심 증인인 김무성과 권영세의 증인 채택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 역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방해하고 은폐하는 행위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

증인으로 채택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기소가 돼 있는 상황인 데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비리혐의로 구속된 상황이기 때문에 증인 출석을 거부하면 동행명령장을 보내더라도 출석을 강제하기 힘들다고 한다. 어쩌면 사건의 핵심관계자인 원세훈, 김용판, 김무성, 권영세 등 4인방이 한명도 청문회에 나오지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물론, 대통령이 국회에서 진행 중인 국정조사에 대해 이래라 저래라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의 경우, 국정원 선거 개입으로 가장 큰 이득을 본 것이 박근혜 대통령이고, 반대로 국정원의 선거개입이 허위라면 현재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당사자가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을 마냥 제3자라고만 할 수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해서 직접 청문회 증인 채택을 명령하거나 지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김무성 의원은 당시 캠프 총괄본부장이었고, 권영세 주중대사는 캠프 상황실장이었다는 점에서 박근혜 당선의 일등공신들이다. 이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서(어쩌면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청문회 출석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박 대통령이 밝히는 것은 꼭 필요해 보인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려는 쪽이 아니라 밝히려는 쪽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방법이며, 국정원으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박 대통령의 주장과 국정원의 대선개입 자체가 없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증명하는 가장 빠른 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닉슨 하야가 주는 교훈

미국의 리처드 닉슨은 1972년 대선에서 선거인단 기준 520:17이라는 역사상 가장 큰 차이로 당선됐지만 워터게이트 사건을 은폐하려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불명예를 당했다. 닉슨의 표 차이에 비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51.6% : 48%는 훨씬 작은 차이다. 국정원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바도 없으며, 국정원 댓글로 국민의 선택이 달라지지도 않았을 것이며, 대선은 이미 끝났다는 식의 설명은 닉슨 사건을 돌이켜보면 맞는 이야기로 들리지 않는다.

닉슨 대통령은 당시 미국 역사상 3개의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미 대통령 선거 역사상 가장 큰 차이로 상대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것이 첫 번째 기록이다. 두 번째 기록은 법사위원회에서 탄핵을 당했으며 임기 중 스스로 사임한 최초이자 최후의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마지막 기록은 8월 8일 사임을 발표하는 16분짜리 방송 연설을 세계의 1억1천만 시청자가 지켜봤는데, 이는 당시 역대 대통령의 연설 중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두 번째의 불명예스러운 기록으로 자랑스러워야 할 첫 번째와 세 번째 역사마저 오명이 되고 말았다. 현재 미국 국민 중 어느 누구도 닉슨 대통령을 가장 큰 표차로 당선된 자랑스러운 대통령이라고 기억하지 않는다.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불법 도청을 직접 지시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고, 또 얼마나 이 일에 깊숙이 관련되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닉슨의 말처럼 시키지도 않았고, 알지도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닉슨 대통령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와 공화당이 이 사건의 책임을 실무자들에게만 떠넘기고 자신들이 책임지지 않으려 했다는 점,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했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기 때문이다.

현재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역시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몰랐고, 새누리당 선거 캠프 역시 아무 관련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들과 여러 정황에 의하면, 그들이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깊숙이 관련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하며, 실제로 이런 의심을 가진 국민들이 상당수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할 일은 (자신들이 한 점 부끄러운 것이 없다면) 이 사건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야 한다. 대선 관련 댓글 작업을 한 국정원 정예요원에 대해 감금된 여성 코스프레를 하는 것이나, 국정원 직원의 내부고발을 매관매직 사건으로 호도한 것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감추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두환-노태우가 나오지 않는 5공 진실 규명 청문회를 상상하기 힘들 듯, 이른바 '원판김세'(원세훈-김용판-김무성-권영세)가 나오지 않는 국정원 대선개입 진실 규명 청문회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들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세우는 것은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처음이자 끝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닉슨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왜, 어떻게 대통령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지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박근혜 #국정원 #워터게이트 #닉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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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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