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키우는 재미가 여기 있었네요

등록 2013.08.13 09:52수정 2013.08.13 09:52
0
원고료로 응원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a

딸 아이가 아빠 머리에 핀을 꽂고, 고무줄을 묶고 있습니다. ⓒ 김동수


"아빠 내가 머리에 핀 꽂아 드릴게요."
"뭐 아빠 머리에 핀을 꽂는다고?"
"핀만 아니라 머리도 묶어드릴게요."



지난 토요일(10일), 딸 아이가 느닷없이 아빠 머리를 단장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싫지가 않았습니다. 아빠가 조그만 화를 내면 울먹울먹하고, "우리 예쁜 아이"하면 금방 웃습니다. 내 휴대전화에도 딸아이 번호는 '예쁜아이'라고 저장돼 있습니다.

a

아빠 머리단장에 푹빠진 딸. 그것이 마냥 좋은 아빠 ⓒ 김동수


"아빠. 내가 예쁘게 해드릴 것이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얼마나 예쁠지 궁금하다."

"핀도 꽂고, 고무줄로 묶고. 그럼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우리 아빠가 될 거예요."
"큰 아빠 머리에 핀을 꽂는다!"(막내동생 막둥이)
"큰 아빠 예쁘니?"
"응 예뻐요. 언니가 큰 아빠를 예쁘게 만들어주었어요."

막내동생 막둥이가 신기한듯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딸이 아빠 머리를 단장하는 것을. 딸 키우는 재미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닙니다. 누나가 아빠 머리를 꾸미는 것을 바라보고 있던 막둥이는 좋아라 합니다.

"와 아빠 잘생겼네."
"아빠가 그렇게 잘생겼어?"

"그럼요. 평소에도 아빠가 잘생겼는데 오늘은 누나가 머리에 핀도 꽂아주고, 고무줄로 묶었잖아요."
"막둥이도 아빠 머리 꾸밀 수 있어."
"난 잘 못하겠어요. 옆에서 누나가 잘했다고 춤 출게요." 


a

막둥이, 아빠 잘 생겼어요. ⓒ 김동수


딸은 어릴 때부터 재롱을 많이 피웠습니다. 모든 집 딸이 다 그렇겠지만, 이 녀석은 어린이집과 학교를 다녀오면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 했습니다. 중학교 들어가면서 아빠와 딸이라는 관계 때문인지 조금은 덜했지만, 역시 아빠를 정말 좋아합니다. 진심인지 몰라도 점수를 매기면 '100점'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100점은 아닌 것 같은 데 딸은 그렇다고 합니다.


"아빠 한 번 보세요? 정말 예쁘죠."
"그럼 누가 꾸며주었는데. 당연히 예쁘지."

"다음에도 해드릴게요."
"고맙다."

딸 때문에 재미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딸은 이렇게 아빠를 즐겁게 해줍니다. 이러니 아빠들이 '딸 바보'가 되는 모양입니다.

a

아빠 머리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 김동수


#머리 #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AD

AD

AD

인기기사

  1. 1 '윤석열 대통령 태도가...' KBS와 MBC의 엇갈린 평가
  2. 2 5년 뒤에도 포스코가 한국에 있을까?
  3. 3 윤 대통령 95분에서 확인된 네 가지, 이건 비극이다
  4. 4 감정위원 가슴 벌벌 떨게 만든 전설의 고문서
  5. 5 6자로 요약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 이 노래 들려주고 싶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