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이 하늘의 자손이라는 신화가 생긴 곳

[규슈 기행 11] 다카치호 신사의 천손강림 신화

등록 2013.08.15 18:02수정 2013.08.1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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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치호진사 신사 앞에 한글 간판이 있습니다. ⓒ 박현국


10일 아침 구마모토 시내를 출발하여 동남쪽 다카치호(高千穗) 지역을 향했습니다. 다카치호 지역은 규슈 산지 지역으로 아소산 부근에서 솟아오른 높은 산들이 남쪽 가고시마만 가라쿠니다케(韓國岳)를 향해서 뻗어있는 지역입니다.

높은 산이 이어있고, 산속 마을에서 사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신이 하늘에서 산 위로 내려온다는 수직적 신성강림 사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단군신화도 산과 하늘 그리고 나무로 이어지는 사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카치호 지역은 산이 높고 골이 깊어서 많은 명승지와 멋진 풍경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높은 산이 있는 곳은 주변 지역이 높고 높은 곳에 산이 있어서 그다지 높이를 느끼기 어렵지만 이곳은 갑자기 높은 곳으로 오르고 깊은 골짜기로 물이 흘러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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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치호 지역 어느 논에서는 8월 초순 모내기를 했습니다. 이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다리입니다. ⓒ 박현국


화산활동을 통해서 지형이 생성되었기 때문에 암석이 물의 화학적 작용으로 침식이나 침강이 활발했습니다. 물의 흐름으로 생긴 자연 동굴이나 폭포, 협곡 등이 많아서 여름 관광지로 인기가 많습니다.

자연 지각 활동으로 생긴 동굴이나 폭포 주위에는 반드시 신성지역을 나타내는 도리이와 사당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람들이 자연의 힘을 두려워하고 경외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어떻게 상상할 수도 없는 지형을 자연은 만들기도 합니다.  

자연 그 자체를 신으로 섬기기도 합니다. 이와토진자(天岩戶神社) 신사에서는 신사 본전이 없습니다. 대신 배전을 신체의 대상이 되는 자연물, 암석이 있는 곳으로 배치하여 자연신을 섬기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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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시후루진자 신사의 안팎입니다. 그리고 천손강림이 이뤄졌다는 제단입니다. ⓒ 박현국


미야자키현 니시우스군 다카치호초(宮崎県西臼杵郡高千穂町)에 있는 다카치호진자 신사는 가까이 있는 구시후루진자(槵觸神社) 신사와 더불어 천손강림 신사로 유명합니다. 구시후루 신사 가까이에 있는 산을 시오우지가미네(四皇子峰) 봉우리라고 합니다.


일본 건국신화에 의하면 황실의 선조인 진무텐노(神武天皇)가 이 부근에서 태어나서 45 세가 되어 휴가(日向)를 떠나서 야마토(大和)에 진군하여 가시하라노미야(橿原宮) 근처에서 첫 천황에 즉위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전설에 가까운 옛날이야기를 증명하거나 실증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오래전 규슈지역은 한반도와 중국 대륙에 가깝기 때문에 일본 안에서는 일찍이 외래문화를 받아들여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앞선 지역이었습니다. 이 문화가 바탕이 되어 국가 체제를 굳히는 야마토 정권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규슈 문화와 긴키 문화의 연결 고리가 바로 천손강림 사상일 수도 있습니다. 천손 강림 사상은 해양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한 일본 사람들에게 수직적이고 내륙적인 문화전승은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다카치호진자 신사를 중심으로 부근 산간 지역에는 같은 신을 모시는 신사가 35 곳에 있습니다. 이것은 이곳의 산악 중심의 개성적이고 지역적인 특성과 이 지역의 하늘에서 내려온 신이 일본의 지배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상을 반영해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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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위는 이와토진자 신사 배전과 본전인 자연석이 숲 안에 있습니다. 사진 아래는 천연동굴 아마노야스가와라(天安河原)입니다. ⓒ 박현국


참고 누리집> 다카치호초 관광협회, http://takachiho-kanko.info/ 2013. 8.15

가는 법> 후쿠오카 하카타 역에서 버스로 세 시간 반 걸리며, 구마모토 역에서 버스로 세 시간 걸립니다.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다카치호진자 신사 #이와토진사 신사 #구시후루진자 신사 #다리 #천손강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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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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