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이 매수한 당원의 비밀녹음, 증거능력 없다"

[반응] 일부 법조인 '위법수집증거' 주장 vs. 국정원은 '합법' 입장

등록 2013.09.01 20:54수정 2013.09.0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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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가 2일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일 국가정보원이 통합진보당 당원을 거액으로 매수해 사찰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원이 공개한 비밀녹음 '녹취록'의 증거능력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정원이 확보한 이석기 의원에 대한 내란음모 혐의의 중요한 증거로 제시하는 지난 5월 12일 경기동부연합의 이른바 'RO(Revolutionaary Organization) 산악회' 회의 녹취록 일부가 30일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 녹취록에는 "장난감 총 개조", "통신, 가스, 유류 등을 차단해 타격을 줘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자"는 등의 발언이 담겨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은 기본적으로 이 녹취록은 "왜곡·날조"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녹취록의 출처가 된 비밀녹음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법조인들은 국정원이 매수한 당원이 이석기 의원의 연설을 비밀녹음 한 것이라면 국정원이 결정적인 증거로 삼고 있는 녹취록은 위법하게 수집된 것으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법리적 판단을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물론 현재까지 국정원은 합법적인 것이라는 입장이다.

먼저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1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에서 거론된 국정원의 협조자가 누구인지 파악했다, 그는 국정원에 의해 거액으로 매수됐다. 국정원은 그를 거액으로 매수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수년간 진보당을 사찰하도록 했다"며 "댓글조작 대선불법개입도 모자라 프락치공작, 정당사찰에 대해서 국정원은 해명하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 협조자에 대해 "수원에서 활동하는 (통합진보당) 당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21세기에 있어서는 안 될 전형적인 정당사찰, 매수공작"이라고 규정하면서 "국정원은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통합진보당을 내란음모죄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정확하게는 국기문란, 헌정파괴, 국정원의 연이은 헌정유린사건, 정당사찰 사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규 의원은 오후에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은 거액의 돈으로 프락치를 매수해서 정당에 내란음모죄를 뒤집어씌웠다. 이 행위가 합법이냐"고 따져 물으며 "군부정권 때나 있었던 국정원 정당사찰에 대해 국회가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여야에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1일 트위터에 <진보당 "국정원, '협조자' 거액 매수해 프락치 공작">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하며 "프락치 공작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국정원은 문 닫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통합진보당의 주장대로 국정원이 매수한 당원이 이석기의 연설을 녹음했다면 국정원이 결정적인 증거로 삼고 있는 녹취록은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며 "반면 감청허가를 받은 후 녹음했다면 증거능력이 있다"고 녹취록에 관한 증거능력의 법리적 판단을 내렸다.

이상규 의원은 국정원에 매수된 당원은 녹취록에 나오는 5월 12일 모임 장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1일 페이스북에 "통신비밀보호법과 대법원의 입장에 따르면 영장을 받고 비밀 녹음했을 때는 당연히 합법이고 증거능력이 있고, 영장이 없더라도 대화에 참가한 누군가가 자발적으로 비밀녹음을 했을 때는 불법이 아니고 그 녹음은 증거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영장을 받지 않았고, 모임 참가자가 수사기관의 지시를 받거나, 정보기관의 사주를 받아 비밀녹음 한 것이라면 증거능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웅 변호사도 이날 트위터에 "이석기 의원에 대한 호불호나 지지 여부를 떠나 구체적인 준비행위 없는 말 몇 마디를 내란예비음모나 이적행위나 이적단체 구성이라 한 것의 근거가 영장 없는 녹취록이면, 이는 위법수집증거라서 증거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녹취록을 공개한 국정원 관계자는 (삼성 떡값검사의 명단이 담긴 안기부 녹음파일 '삼성 X파일'을 공개한) 이상호 기자나 노회찬 전 의원에게 적용되었던 통신비밀보호법을 적용해서 처벌해야 하고, 국회가 그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면 일종의 직무유기를 범한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따라서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만연히 그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국회의 자존심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국회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가 되고 이는 그대로 부메랑이 될 것이다"라고 국회에 경고했다.

한 변호사는 "21C 대한민국 정권과 국정원이 3년간 내사해 구체적인 준비행위 없는 말 몇 마디를 내란예비음모라 한 것은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법치와 민주주의를 짓밟는 만행이고, 마치 텔레토비의 '나나'가 지구에 오면 그게 '지구온난화다'고 하는 정도로 유치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수원지방법원은 8월 30일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한 체포동의요구서를 검찰에 보냈다. 검찰은 이 체포동의요구서를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통해 국무총리실에 보냈고,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정부로부터 체포동의안이 제출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하고, 국회는 보고받은 24시간 후 72시간 내에 의결해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석기 #녹취록 #증거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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