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졌으면 큰일날 뻔... 유홍준도 이래서 반했구나

[한국의 아름다운 숲29] 강원도 정선군 백운산 자락 칠족령 숲길

등록 2013.09.10 19:43수정 2013.09.1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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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와 <㈔생명의숲국민운동>은 2012년 7월부터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수상한 '한국의 아름다운 숲' 50곳 탐방에 나섭니다. 풍요로운 자연이 샘솟는 천년의 숲(오대산 국립공원), 한여인의 마음이 담긴 여인의 숲(경북 포항), 조선시대 풍류가 담긴 명옥헌원림(전남 담양) 등 이름 또한 아름다운 숲들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우리가 지키고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의 가치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이 땅 곳곳에 살아 숨쉬는 생명의 숲이 지금, 당신 곁으로 갑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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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굽이를 이루며 흐르는 멋들어진 동강 일대를 굽어볼 수 있는 칠족령 전망대. ⓒ 김종성


강원도 정선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바로 동강이다. 동강은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에서 시작해 평창을 거쳐 영월군 영월읍에 이르는 65km의 물줄기로 한 번도 곧게 흘러가는 법이 없다. 장쾌하게 굽이치는 물줄기가 마치 뱀이 기어가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사행천(蛇行川)이라고도 불린다.

초록빛깔 혹은 비췻빛의 독특한 물색을 지닌 동강을 실컷 감상하며 내내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백운산 자락의 칠족령으로 강원도 평창군 미탄면 문희 마을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덕천리 제장마을 경계에 위치한 고개다.


오래 전부터 강원도 주민들이 마을 사이를 오가던 지름길이기도 하다. '제 8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숲 길 부문 장려상을 받기도 했는데, 칠족령 전망대에서 보이는 동강과 주변 풍경은 가히 대상감이다.

칠족령의 들머리는 정선군 덕천리 제장마을에서 오르는 길과 평창군 미탄면 문희 마을에서 올라가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보통 제장마을에서 오르는 길을 많이 이용하는데 기자는 문희마을에서 올라가는 길을 택했다. 인간의 손때가 덜 묻은 풋풋하고 한적한 동강 가를 걸을 수 있는데다 동강 가의 비경인 흥미로운 백룡동굴을 만날 수 있어서다. 유려한 물길과 울창한 숲길, 발아래로 펼쳐지는 멋진 동강 일대의 풍경을 눈과 마음 속에 담을 수 있는 일석삼조의 코스다.  

고즈넉한 십리 동강 변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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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을 낳을 때 산란탑을 쌓는 것으로 유명한 동강의 천연 기념물 어름치.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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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족령 가는 십 리 동강변길, 사진 중앙에 문희마을과 그 위로 백운산 자락의 칠족령이 있다. ⓒ 김종성


동서울 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평창군 미탄면에 내리면 동강가의 마을 마하리가 종점인 군내버스가 다닌다 (버스 외에 택시를 이용해도 된다). 미탄면을 따라난 개천 창리천을 따라 십 여분을 달려 동강민물고기 생태관이 있는 마하리에 내리면 된다.

마하리는 어름치 마을이라고도 부르는데 마을 앞을 흐르는 동강에 천연기념물(제 259호)물고기 어름치가 살고 있기 때문이란다. 동강민물고기 생태관에서 볼 수 있는 동강의 많은 물고기들 중에 어름치가 천연기념물이 된 것은 개체 수도 귀하거니와, 산란할 때 알 주변에 돌을 쌓아 올리는 독특한 '산란탑' 습성 때문이다. 그래서 한여름 이곳에서 즐기는 동강 래프팅도 어름치의 산란 시기는 피해야 한단다.


어름치 마을 마하리는 칠족령이 있는 문희 마을에서 약 4km 떨어져 있는데 대중교통편이 없어 문희 마을에 있는 펜션과 산장에서 차를 가지고 마중을 나온다. 요즘 같은 초 가을날엔 유려한 동강 변 길을 따라 걸어가 보길 추천한다. 동강 12경 중 8경인 백룡동굴과 9경인 황새여울이 이 길 위에서 여행자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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뗏꾼 부부의 위령비와 함께 서글픈 삶의 이야기가 담긴 동강가의 커다란 안돌바위.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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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동굴탐험을 할 수 있는 동강가의 비경, 천연기념물 백룡동굴. ⓒ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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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는 줄배가 동강의 정취를 더욱 살려준다. ⓒ 김종성


요즘 동강 가에서 뜨는 핫(HOT)한 비경은 동강 8경이자 천연기념물 제260호 백룡동굴이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탐험을 할 수 있는 동굴로 작은 배를 타고 동강을 따라 동굴입구로 들어서는 것도 이채롭다. 헬멧에 신발이며 옷도 전부 붉은 '탐사복'으로 갈아입어야 하는데 위 사진처럼 종종 동굴 속의 바닥과 작은 구멍 속을 기어가야 해서라고 한다. 동굴 가이드며 직원들이 모두 나이 지긋한 지역 주민들이라 체험관 분위기가 푸근하다.

강 건너편에 있는 절메 마을 사이에 유일한 교통수단인 줄배가 유유히 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속 풍경 같은 문희 마을은 동강과 백룡동굴, 백운산 자락의 칠족령까지 품어 안은 천혜의 오지마을이다. 마을의 아래쪽에는 자그마한 쪽배와 더불어 백룡동굴 가는 백룡호 한 척이 있는데, 옛날 뱃사공들이 뗏목을 세우고 하룻밤 쉬어가던 곳으로 20-30년 전만  해도 주막이 있었다는 절매 나루터이다.

동강에서도 유난히 물빛이 아름답다는 이곳 강물의 수심은 5-6m나 되지만 강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맑다. 마을버스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이지만 대여섯 개의 숙박시설이 있어 동강 가에서 여유롭게 하루 묵어가기 좋다.

칠족령에 숨겨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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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숲길이 펼쳐져 있을까 궁금해지는 칠족령 가는 백운산 오솔길.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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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족령 가는 수목 가득한 오솔길, 왼편 비탈 아래로 동강이 흐른다. ⓒ 김종성


백룡동굴 생태체험관 바로 옆으로 이정표와 함께 칠족령 가는 들머리가 이어진다. 문희 마을에서 칠족령까지는 40여 분 정도. 숲속 나뭇가지 사이로 동강을 바라보며 천천히 간다 해도 1시간쯤이면 넉넉하다. 한낮의 햇볕을 가려주는 숲속 오솔길을 오르락내리락 걷다보면 칠족령 전망대가 나온다. 한 명이 지나갈 정도의 좁은 오솔길이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순해 초보 산행자에게도 부담이 없다. 청량한 숲에선 맑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주말에도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 상쾌하고 호젓하게 걸을 수 있어 좋았다.  

땅위로 떨어진 솔방울보다 도토리들이 훨씬 많은 것으로 보아 소나무보다 참나무들이 많이 사나보다. 특히 코르크 재질의 독특한 껍질을 가진 굴참나무들이 많다. 이 나무는 방수와 내구성이 좋아 과거 강원도 화전민들의 산속에 짓고 살았다는 굴피집에 주로 쓰였는데, 이 숲속에 화전민들이 살았다는 민박집 주인장 아저씨의 말이 사실인가보다. 이 굴참나무는 칠족령 전망대 앞 문희마을과 정선 제장마을의 갈림길에 서있는 오래된 성황나무이기도 하다.

솎아베기나 가지치기 등 사람의 인위적 손길이 가지 않는 숲 속이다보니 신갈나무, 단풍나무, 굴참나무 같은 활엽수와 엄나무로 불리는 약재로 쓰이는 음나무, 상록 침엽수의 대표 주자 소나무가 원시림을 이루며 어울려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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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문희마을과 정선 제장마을의 갈림길에 서있는 오래된 성황나무.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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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끗희끗 동강이 보는 칠족령 숲길엔 상록침엽수와 활엽수 나무들이 어울려 산다. ⓒ 김종성


'칠족령'이라는 지명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계장마을(현 제장마을)에 한 선비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선비가 기르던 개가 없어져 마당을 서성이고 있는데, 가구에 칠할 옻나무 진을 담아둔 항아리 뚜껑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개가 독에 들어갔다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비는 옻나무 진이 묻은 개 발자국을 쫓아갔다. 발자국은 백운산 능선을 타고 저 너머로 이어졌다. 발자국을 따라가던 선비가 풍경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던 곳이 지금의 칠족령 전망대 부근이다. 이후 계장마을에서 문희마을로 이어지는 고개를 '옻칠 한 개 발자국을 따라가다 발견했다'고 해 '칠족령(柒足嶺)'이라 부르게 되었다.

평창과 정선을 잇는 칠족령은 험준한 고갯길로 옛날에 정선으로 부임하던 관리들도 이곳에서는 말이나 가마에서 내려 걸어야 했다고 한다. 험한 고갯길을 울며 넘어 부임한 이 고을 원님들이 임기 마치고 떠날 땐 가기 싫어 눈물을 훔쳤다는 얘기가 전해온다.

칠족령의 매력은 '느림 여행'이기도 하다. 한낮의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그늘 풍성한 나무들의 호위를 받으며 산자락과 산비탈을 휘휘 돌아가 걷기 편하다. 정상에 꼭 오르겠다고 걷는 길이 아니라 산과 들과 바람 따라 느릿느릿 떠나는 그런 길이다. 천연의 우거진 숲속을 그렇게 걷다보면 자연의 장엄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

강물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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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족령 전망대에 서자 굽이굽이 흐르는 동강 일대의 풍광이 절로 감탄을 불러온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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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말로 '뼝대'라 불리는 바위 절벽이 동강과 어울려 강렬한 느낌을 준다. ⓒ 김종성


칠족령은 이렇게 힘을 덜 들이면서도 원시림 같은 숲길과 동강 사행천의 묘미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물에 세차게 흐르는 여울에서 나는 힘찬 물소리가 응원처럼 들려오는 것도 이채롭다. 금방이라도 산짐승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숲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 왔는지 작은 개구리들도 지난다.

이 칠족령을 품은 백운산은 솟아오른 암봉과 동강의 빼어난 절경을 오롯이 담고 있는 곳이다. 정선군 신동읍과 평창군 미탄면의 경계를 이루기도 하는 이 산은 강원도 최후의 비경이라는 동강의 중심을 이루는 산으로 통한다. 해발 882.4m로 나지막한 산이지만 깎아지른 암벽과 들꽃이 흐드러진 평지, 굽이쳐 흐르는 강줄기 등 주변 경관은 백두대간 못지않다. 작지만 옹골진 산이다. 백운산 정상으로 가는 길은 칠족령 중턱 즈음에서 이어져 있지만 길이 험하고 위험하여 문희마을에 보다 안전한 백운산행 들머리가 따로 나있다.

허리 굽은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어울려 신명난 어깨춤을 추는 모습 같은 오래된 성황(城隍)나무가 나타나면 마침내 강물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풍경이자 강원도 최후의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칠족령 전망대에 다 온 것이다. 이 지점은 평창군 문희마을과 정선군 제장마을 사이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성황나무에 제를 지내며 오갔을 강원도 주민들의 모습이 상상되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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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m가 넘는 산속에서 마주친 개구리가 기특하고 반갑다. ⓒ 김종성


성황나무 바로 밑에 동강 전망대가 설치돼 있다. 봉우리 옆에 자리한 나무전망대에 섰다. 같이 걸어온 등산객들 사이 여기저기서 "우와~"하고 탄성이 쏟아진다. 숲길에서는 숨바꼭질하듯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동강 일대의 풍광에 나는 한참이나 할말을 잃었다.

강 쪽의 칼로 깎아 세운 듯한 '뼝대(강안의 높은 바위 절벽을 뜻하는 강원도 말) 너머로 펼쳐진 산세는 파도치듯 이어지고 있고 그 아래 서너 번 용틀임을 하며 흐르는 짙푸른 동강 물줄기는 사진을 찍는 것도 잠시 잊게 한다. 단언컨대, 지금까지의 동강의 모습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동강을 '국토의 오장육부'라고 표현할만하다. 2000년 동강에 댐이 생겼으면 사라졌을 강원도 최고의 비경을 보니 왜 사람들이 동감댐을 그토록 반대했는지, 이곳을 왜 지켜야만 했는지 알 것 같았다. 동강이 아름다운 것은 '스스로 그러하다'는 자연(自然)이 그 모습 그대로 보전돼서 였다.
덧붙이는 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는 전국의 아름다운 숲을 찾아내고 그 숲의 가치를 시민들과 공유하여 숲과 자연,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한 대회로 (사)생명의숲국민운동, 유한킴벌리(주), 산림청이 함께 주최한다. 생명의숲 홈페이지 : beautiful.forest.or.kr | 블로그 : forestforlife.tistory.com

ㅇ 대중교통편 ; 동서울 버스터미널 - 평창군 미탄면 하차 - 마을 버스를 타고 종점 (마하리 동강민물고기 생태관) 하차
ㅇ 버스운행시간 문의 ; 미탄면 버스 영업소 (033-332-3723)
ㅇ 백룡동굴 생태 체험관 ; (033) 332-1178, https://cave.maha.or.kr
#칠족령 #동강 #백운산 #문희마을 #굴참나무 #칠족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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