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도 모르는 '대전 핵공단', 이러다 큰일 난다

[2013 전국투어- 대전충청①] 국내 원전 23기에 핵연료 공급... 은근슬쩍 또 추가?

등록 2013.09.14 20:41수정 2013.09.2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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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다시 현장으로 달려갑니다. 기존 지역투어를 발전시킨 '2013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전국투어'가 4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올해 전국투어에서는 '재야의 고수'와 함께 지역 기획기사를 더욱 강화했습니다. 시민-상근기자의 공동 작품은 물론이고, 각 지역에서 오랫동안 삶의 문제를 고민한 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기사도 선보이겠습니다. 9월, 2013년 <오마이뉴스> 전국투어가 찾아가는 지역은 대전충청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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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핵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 ⓒ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 유성구 내에 위치한 한전원자력연료는 국내 원자력발전소 23기에 소요되는 핵연료 전량을 생산·공급하는 업체이다(한전원자력연료는 1982년 지어진 한국핵연료주식회사다). 2017년까지 아랍에미리트 원전4기 수출물량과 추가로 건설되는 국내 원전 4기 추가 물량을 고려해, 이곳에 핵연료생산시설을 현재 규모의 2배 이상으로 증설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문제는 핵연료생산시설 증설이 대전 시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대한 문제임에도, 시민들과 지역사회에 어떠한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쉬쉬하며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는 것.

지난 10일, 대전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생협연대, 진보정당 대표들이 대전시를 방문해서 핵연료생산시설 증설에 대한 대전시의 입장을 요구했다.

"대전시가 인가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절차상일 뿐 대전시의 권한이 없다."
"방사성영향평가는 대전시가 요구할 권한이 없으나 절차를 바꾸면서까지 요구한 상태다. 평가서가 들어오면 전문가들과 안전성에 대해 꼼꼼히 분석해 보려고 한다."

한 시간 정도 진행된 면담에서 대전시가 내놓은 입장의 전부이다.

대전시 측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핵연료 생산시설 증설을 둘러싼 지역의 논란이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지역민이 무엇을 불안해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전시 측은 "핵연료시설은 정말 안전하지 않나요?"라며 원초적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이 정말 궁금한 것은 현재 대구 유성구 일대에 핵 관련 시설이 얼마나 설치돼 있는지, 추가로 핵연료시설을 설치해도 안전한지 등에 대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전 문제에 대한 대비책은 제대로 마련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답변해줘야 함에도,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태도에 당시 참석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대전, '핵 공단'이라 불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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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핵연료공장 증설 계획을 반대하는 1인시위. ⓒ 대전환경운동연합


개인적으로 대전시가 운영하는 원자력안전시민협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 핵연료시설 관계자에게 "정부 정책에 따라 원자력발전소가 확대되면 대전에서 핵연료생산이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한 적이 있다. 그때 담당자는 그럴 가능성도 있으나, 아직 계획된 것이 없다며 얼버무렸다.

답변은 얼버무렸지만 모든 절차는 진행됐고, 부지 선정은 확정됐다. 한전원자력연료는 지역주민의 반대여론이 확산되자 이제 와서 안전에 문제가 없다며 현장 방문을 오면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다 결정을 해놓고 정해진 정보와 현장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며 시민들에게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대전에는 이미 '핵 공단' 수준이라고 불릴 만큼의 원자력시설들이 밀집돼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1959년 최초로 설립돼 2007년 3월 한국원자력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내에는 한전원자력연료를 비롯, 하나로원자로와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등이 위치해 있다.

하나로원자로는 각종 방사성실험을 진행하는 원자로이고, 한전원자력연료는 핵연료를 생산하고, 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은 전국의 병원과 산업체, 연구실에서 사용한 방사성폐기물을 수거하여 저장하는 핵폐기물 저장시설이다. 이들은 한국원자력연구원 내에 위치해 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별도의 업체들이다.

이들 원자력 시설들에서 보관 중인 핵폐기물 저장량은 무려 2009년 기준 3만 442드럼이다. 이 핵폐기물들은 전국에서 두번째로 많은 양으로 대전이라는 대도시에 보관되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2004년 4월 중수 누출, 2005년 6월에는 빗물에서 방사성 요오드가 검출됐다. 2006년에는 작업자 2명이 피폭, 200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준비 과정에서 우라늄 시료 2.7kg이 분실되는 등 알려진 사고만도 여러 건이다.

핵연료시설 추가 설치를 결정한다는 것은 한전원자력연료와 정부가 대전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민의 직접적인 건강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대전시의 소극적인 태도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대전 대부분 지역, 방사능 누출시 비상방재구역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대규모 주거지역이 형성된 구즉동, 송강동, 관평동, 신성동 지역까지의 거리는 불과 반경 3km이내다. 원자력부지 주변 방사능 누출시 비상방재구역으로 설정된 반경 8~10km 내에는 대전시청 등 대전 대부분 지역이 포함된다.

한전원자력연료 측은, 캐나다 등 도심지역에도 핵연료 주식회사가 있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대전의 경우는 좀 특수하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대도시이며 핵연료주식회사 이외에 핵폐기물저장소와 핵발전소 등도 위치하고 있다.

지난 3월 '원자력연료증설을 반대하는 대전시민대책회의'와 '주민대책회의'가 별도로 구성되어 현재, 1인시위와 촛불문화제, 반대서명운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첫째, 150만 대전 시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한전원자력연료의 핵연료 시설 증설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둘째,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지 내 밀집되어 있는 각종 원자력 시설들에 대해 투명하게 정보공개하고 원자력시설 관리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안전관리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아직도 많은 시민들이 핵연료시설이 대전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그리고, 이제서야 이 문제를 인식하는 시민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는 수준이다. 핵연료시설 증설과 관련해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면 시민의 불안과 저항은 더욱 커 질수밖에 없다.

정부와 대전시, 한전원자력연료는 150만 대전시민의 안전과 건강이 직결된 이 중대한 문제를 더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대전 핵기지 #원자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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