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 바꾼 이성계, 그도 '큰바위 얼굴'이었다

[아름다운 얼굴 이야기] 영화 <관상>과 큰바위 얼굴

등록 2013.09.20 20:40수정 2013.09.20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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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관상을 소재로 한 영화 <관상>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조선시대, 수양대군이 세조로 등극하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 관상가는 역사에 직접 개입하면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친다.


얼굴을 보면서 길흉화복을 점치고, 운명을 예측하고자 하는 것은 비단 조선시대에서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서양에는 골상학이라는 이름으로 두상을 통해 사람의 성격과 인생을 예측하는 학문이 있었다.

현대 심리학에서는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얼굴의 형태와 성향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생물학적인 요소가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다양한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정서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외모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외모를 통해 그 사람의 정서와 행동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2011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일라인 웡의 연구진은 회사 최고경영자의 얼굴이 넓을수록 경영 실적이 좋아진다는 다소 특이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이 늘어날수록 얼굴 너비가 넓어지고, 그만큼 회사 경영에 더욱 적극적이라는 게 연구진의 의견이다.

이 연구는 <포천> 선정 500개 기업 가운데 최고경영자의 사진이 공개된 55개 회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생물학적 요소가 남성호르몬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 때문에 연구대상으로 설정된 최고경영자는 모두 남성이었다.

이외에도 스포츠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있다. 얼굴 너비가 세로 길이에 비해 길수록(좌우로 넓을수록) 승부욕이 강하고, 반칙 방생 비율이 높다고 한다. 2012년 미국 전 대통령들을 대상으로 이뤄진 연구에서는 얼굴의 가로세로 비율과 성취욕이 비례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발표된 적도 있다.


이런 연구 결과들과 전통적 관상학은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얼굴이 넓을수록 성취욕이 강하고 그만큼 높은 지위에 오르거나 큰 성과를 낸다는 것이다.

얼굴 넓다고 고민? 이성계를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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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9일 국보 317호로 지정된 조선 태조 어진. 전라북도 전주시 어진박물관에 소장돼 있다(이 이미지는 wiki commons에 게재돼 있는 이미지입니다). ⓒ 어진박물관

과거 높은 지위를 나타내는 장신구들을 보면, 얼굴을 더 넓고 커 보이기 위한 것들이 많다.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가 쓰던 관이 그랬고, 인디언 추장의 깃털 장식이 그렇다.

지난해 국보로 승격돼 전주 경기전에 보관되고 있는 조선 태조 어진 역시 그렇다. 참고로 이 어진은 영화 <관상>에 나오는 태종 어진의 바탕이다. 영화 <관상>에 나오는 태종 어진은 태조 이성계 어진에 태종 이방원의 얼굴 그리고 극중 수양대군인 이정재의 얼굴이 합쳐진 이미지다.

조선 태조 어진을 보면, 이목구비가 뚜렷하거나 웅장하다기보다는 단정한 느낌에 가깝다. 약간 홀쭉한 볼살은 살짝 빈약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태조 이성계도 얼굴이 좌우로 넓어 보인다. 특히 좌우 눈꼬리 옆에서 얼굴 가장자리까지의 너비가 상당하다.

하지만 요새는 다들 얼굴이 작아 보이고 싶어한다. 그래서 얼굴이 크다고 하면 부끄러워하고, 때로는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소설 제목에서 따온 '큰바위 얼굴'이라는 말은 원래 의미인 '위인'보다는 비웃음거리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위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넓은 얼굴은 성취욕·리더십의 상징이다. 무조건 작은 얼굴을 동경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매력과 특성을 잘 이해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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