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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대안⑤] 공유경제의 선두주자로 뛰는 청년 창업가들

등록 2013.09.25 18:13수정 2013.09.27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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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경제 서비스를 종합해 소개하고 시민 참여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공유허브' 홈페이지(http://sharehub.kr/). 현재 공유기업인 'Creative Commons Korea'에서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 관리를 맡고 있다. ⓒ 공유허브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뜨고 있다. 대량생산과 과잉소비가 맞물려 작동되는 현존 경제 시스템을 위협할 만큼은 아니지만 유의미한 움직임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진원지는 서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공유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공유 촉진 조례'를 제정해 관련 단체와 기업들에 대한 지원에 나섰다. 올해 초에는 '서울, 공유경제를 만나다'라는 행사를 통해 공유경제의 가치와 전망을 알리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지인의 집을 여행자에게 제공하는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AirBnB)와 자동차 공유 업체 집카(ZIPCAR)는 이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공유기업들이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한국에서도 하나둘 자리를 잡아가는 공유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위즈돔', 카쉐어링 '쏘카', 정장을 빌려주는 '열린 옷장', 함께 읽는 책장 '국민도서관 책꽂이' 등이 그들이다.

공유경제 = 온라인 플랫폼 + 자원의 효율적 활용

공유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며 미국을 위주로 크게 활성화됐다. 불황 속에서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면서였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공유경제를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 다시 '소유의 욕망'이 불타오를 것이라는 관점이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소유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조건이 더욱 열악하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공유경제의 잠재력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시대의 흐름이 비효율적인 소비와 낭비, 그로 인한 환경 파괴를 반성하는 쪽으로 기울어가기 때문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공유경제의 든든한 기반이 됐다. 개인들은 온라인 플랫폼에 모여 거래를 하고 SNS 커뮤니티는 그러한 거래에 필요한 신뢰를 제공한다. 능동적인 소비자들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남은 과제는 공유에 뒤따르는 법적, 시스템적 난점의 해결이다. 나누어 쓰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도 문제인데 젊은 세대는 비교적 빠르게 친화력을 형성해가는 듯하다. 할아버지 세대의 삶의 방식이 IT 기술과 접목되어 청년 세대에게서 부활하고 있는 셈이다.

직업의 '살아있는' 경험과 지식을 나눈다, 레디앤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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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앤스타트'는 직업 관련 멘토와 청년들의 만남을 주선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멘토를 만나기 전 스스로 원하는 직종을 탐구하고 자신감을 키우는 프로그램에서 조윤진 대표(플래카드 아래 남성)가 한 대학생의 발표를 듣고 있다. ⓒ 장정규


그렇다면 공유경제 시대의 도래를 맞이하는 청년 세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최근 서울시로부터 공유기업으로 지정된 '레디앤스타트'와 '아이들랏'의 대표를 만났다. 같은 청년 창업가로서 현재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의 사업비 지원을 받고 있다.

레디앤스타트 조윤진(29) 대표는 대학시절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두 명의 친구 때문이다. 둘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한 친구는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 방학이면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어학능력과 견문을 인정받아 졸업 후 수출대기업에 취직한다. 다른 한 친구는 가난해서 방학이면 아르바이트로 바빴다. 자기 개발의 여유가 없던 그는 졸업 후 좁은 취업문 앞에서 좌절을 겪는다.

그때 조윤진 대표가 보았던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피라미드였다. 밑바닥의 저 많은 사람들이 처음부터 위로 올라갈 기회를 얻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동료 한 명과 의기투합해 각자 3년간 직장생활을 하고 돌아와 동업을 하기로 한다. 그의 꿈은 청년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주는 사회적기업가가 되는 것이었다.

"처음에 생각한 사업은 인적자본투자였습니다. 가난한 청년에게 공부할 돈을 빌려주고 취직하면 연봉의 몇 %를 정해 조건부로 상환하는 것이죠. 근데 금융 쪽은 정말 허가받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전환한 것이 지금의 레디앤스타트입니다."

레디앤스타트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이름은 '소셜멘토링 잇다'이다.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멘토들이 그곳에서 청년들을 기다리고 있다. 직업세계의 살아있는 경험과 지식을 나누기 위해서다. 막연한 생각으로 불필요한 스펙을 쌓고 있는 청년들에게 어떤 길이 있으며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속 시원히 짚어준다. 편하게 소통하며 형님, 누나처럼 조언해주는 멘토들의 이야기가 기존의 직업정보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멘토는 청년들과 지혜를 나누고 지름길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함께 마음의 치유를 얻는 과정이기도 해요. 저는 이런 관계가 문화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무작정 공무원, 대기업만 바라보며 청춘을 소모하는 청년들이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레디앤스타트의 목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최대의 멘토 플랫폼을 만드는 것입니다."

공간을 나누고 빈터에 재능을 꽃피운다, 아이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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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랏'은 현재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 '미닫이 사무실'에 입주해 있다. 다양한 꿈과 재능을 가진 청년들과 관계를 맺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 장정규


'임대 문의'. 건물에 붙은 그 네 글자를 볼 때다 속상한 사람이 있다. 아이들랏의 배수영(28) 대표다. 임대 문의가 들어오고 임대차 계약이 이뤄지기까지 건물은 텅 비어 있을 것이다. 굳게 닫힌 문. 하루, 일주일, 필요가 있어 잠시 빌렸으면 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열리지 않는다.

아이들랏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공간'이다. 서울에서 공간이라고 하면 금쪽같다는 표현이 붙는다. 하지만 절대량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오랜 세월 사용가치가 아닌 교환가치로 다뤄지면서 담장을 두르듯 소유 관념이 드세진 까닭이다. 닳는 것도 아니고 나눠 쓰기에 적합한데도 말이다. 그래서 공간은 공유경제의 태동기부터 주목을 받았다. 앞서 거론한 에어비앤비도 그렇고 사무, 주거, 사교에 필요한 공간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이들랏은 현재 홈페이지 시범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말이나 내년 초 정식 개통할 예정이다.

그런데 배수영 대표는 공간과 문화를 균등하게 지향한다고 말한다. 유휴공간을 발굴하고 사용자와 연결하는 사업 이상을 구상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문화라는 열쇳말이 등장한다. 어떤 의미인지 대표의 설명을 들어보자.

"원래는 문화 관련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스타킹> 같은 방송을 보면 일반인이고 아마추어인데도 놀라운 재능과 창작물을 선보이는 사람들이 나오잖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감동을 받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무대를 만들어주고 싶어요. 공간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다양한 문화콘텐츠, 아마추어 작가들, 숨겨진 재주꾼들이 도시 유휴공간을 통해 대중을 만나 성취와 행복을 이룰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아이들랏이 최근 오가고 있는 곳은 파주다. 오는 9월 말부터 10월 초 '파주북소리 2013 페스티벌'에서 일부 공간을 제공받아 식음료를 판매할 청년셰프를 모집하고 있다. 기존의 대형 외식업체가 아닌 청년기업, 좋은 콘텐츠를 갖춘 요리창작자와 소상공인을 우선 대상자로 입주시킬 계획이다. 판로를 찾지 못하던 청년과 소상공인들, 그리고 새로운 문화를 기대하며 축제에 찾은 파주 시민들 모두에게 고루 혜택이 돌아갈 만한 일이다.

초기단계의 열약한 조건과 불안을 딛고 사업에 뛰어든 아이들랏의 구성원들은 모두 20대다. 일도 바쁘지만 공유경제, 문화, 유통에 대한 공부도 한창이다. 어찌 보면 이들 또한 꿈 많은 작가이며 문화콘텐츠의 창작자이다. 서울이, 광활한 도시의 공간들이 성취와 행복을 바라는 청년들의 탄탄한 폐부와 같이 약동하고 있다.
#청년의 대안 #공유경제 #레디앤스타트 #아이들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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