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직접 민주주의, 더 좋은 민주주의 핵심 가치"

<직접민주주의로의 초대> 저자 부르노 카우프만과 대담

등록 2013.10.10 21:01수정 2013.10.10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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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0일 오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브루노 카우프만과 만나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대담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0일 오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직접민주주의 전도사'인 부르노 카우프만과 만나 대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안 지사는 "직접민주주의는 더 좋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부르노 카우프만은 직접민주주의 싱크탱크이자 세계적인 네트워크인 'IRI 유럽(Initiative & Referendum Institute Europe)'의 공동 설립자이면서 대표이다. 그는 스위스 출신이지만 스웨덴인으로 복수 국적을 가졌다. 제2차 유럽직접민주주의 회장과 스웨덴 팔렌시 부시장, 대만총통선거 국제참관인, 미국 피닉스 근대 직접 민주주의 글로벌 포럼 공동대표 등을 지냈다.

그가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직접민주주의로의 초대(Guidebook to Direct Democracy, 2007)>의 저자라는 사실이다. 그는 이 책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직접민주주의를 전파하고 있다.

이날 대담은 주로 안 지사가 질문을 던지고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가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안 지사는 가장 먼저 "직접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는데, 가장 역점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는 "민주주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민중의 힘"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안 지사는 "기존 정치인들이 방해하지는 않느냐"고 물었고,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는 "기존 권력들은 권력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저항한다, 예를 들어 스위스에서는 여성에게 참정권을 주는 안이 3번이나 거부됐다"면서 "그러나 결국은 해결됐다"고 말했다. 안희정 지사는 도민참여예산제와 타운홀 미팅, 도민참여감사관제 등 도민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형태의 참여민주주의를 시행한 바 있다.

안 지사는 "직접 민주주의의 제도적 설계의 가장 핵심은 시민발의인가, 주민투표는 어느 나라든지 하고 있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에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는 "투표행위는 직접민주주의의 아주 일부이다, 우리는 그 투표행위까지 가는 중간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주민들이 어떤 안을 발의하여 상정이 되면, 실제 투표로 가기 전에 정부에서 이와 관련한 다른 안을 내고, 의회도 다른 안을 내놓으면서 토론과 타협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방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미디어의 왜곡은 없느냐"는 안 지사의 질문에 "물론 있다, 하지만 스위스의 경우, 투표에 안건을 붙일 때 주민 발의안이나 정치인 발의안, 또 정부 발의안 등을 모두 책자로 만들어 국민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가 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지방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시민들로 하여금 정부가 하는 일을 이해하도록 해야 하고, 또 시민을 계몽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면서 "대중이 정책을 이해하면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훈련된 시민이 필요한 것인가"라고 안 지사가 질문을 던졌다. 이에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는 "시민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다, 따라서 교육을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면서 "시민들이 투표를 통해 자신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향한 여권>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가 이 책자를 건네주자 이를 세심히 살펴 본 안 지사는 "우리도 이와 같이 '도민의 권리헌장' 등으로 도입해 봐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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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충남도지사는 10일 오후 충남역사문화연구원에서 브루노 카우프만과 만나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대담을 가졌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부르노 카우프만 "민주주의, 매일매일의 진화 필요"

안 지사는 이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난 30년 동안 군사독재 정부였다, 이 자리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학생운동을 하거나 감옥에 갔던 세대들이다, 그래서 우리를 민주화운동 세대라고 표현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이러한 우리가 현재 가지고 있는 고민은 '민주주의'가 가장 효과적인 국가운영 이념, 사상으로 발전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의 초반은 독재를 타도하여 투표를 확보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지금은 2단계, 곧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대표님이 제안하는 직접 민주주의는 더 좋은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는 "직접 민주주의는 민주주의를 더 민주화하는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또 직접 민주주의를 통해 발의된 법안이 부결 처리되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부결된다 해도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제안이 나오게 되고, 의견이 좁혀지게 된다, 선거에 이기고 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안 지사는 "졌지만 행복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고 말했다.

이에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에는 쿠데타 같은 커다란 혁명이 필요한 게 아니라 매일매일의 작은 진화가 필요하다"면서 "그 방법은 시민들에게 발언권을 주고, 투표권을 주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최근 복지논쟁과 함께 스위스에서 주민발의된 '월 300만원 소득 보장법'의 진행과정에 해서도 물었다. 이에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는 "그 법안은 약 2만 명의 시민의 서명을 받아서 발의됐는데, 앞으로 2년간 논의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다수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그러한 논의를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제가 어릴 적 스위스 군대를 폐지하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1/3밖에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실현됐다"고 설명했다.

대담의 마지막에는 유럽직접민주주의회와 충남도와의 교류협력이 논의됐다. 안 지사는 "직접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협약을 맺어 상호교류를 확대하도록 하자"며 "이를 통해 유럽의 선진사례를 충남도정에 반영하면 더 좋을 듯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는 "지금과 같은 이러한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관심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라면서 "앞으로 양쪽 모두가 서로 배울 수 있는 협력체계를 구축해 나가자"고 화답했다.

이날 대담은 약 1시간 가량 진행됐으며, 목원대 행정학과 장수찬 교수가 함께 참석했다.

한편, 대담을 마친 부르노 카우프만 대표는 이날 밤 대전 중구 문화동 기독교봉사회관으로 이동해 '민주주의를 어떻게 민주화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안희정 #직접 민주주의 #부르노 카우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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