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밖 '쌤'들의 반란... "전교조 우리가 지킨다"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 열려...밤엔 촛불 문화제

등록 2013.10.11 18:48수정 2013.10.11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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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전교조, 우리가 지켜줄게 11일 오후 8시 서울역 앞 광장에서 '전교조 지키기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이 날 행사에는 조합원과 학생, 학부모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 유성애


11일 열린 '전교조 지키기 촛불문화제'에는 청소년들도 참석했다. 사진은 지지 발언을 하고 있는 청소년 단체 '인천민주청소년연합반달'. ⓒ 유성애


[최종신: 11일 오후 10시 37분]

"어쩌다 당선된 그네 모습에~ 내 희망을 빼앗겨 버렸네~
국정원 댓글 국민을 속인 공약으로 당선된 당신~
교육의 희망, 전교조 보고 불법이라 말할 수 있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의 노래패 연합이 부르는 노래가 서울역 광장에 울려 퍼졌다. 현직교사 네 명이 모인 해당 노래패는, "동지들만 함께 있으면 법외노조 까짓것 겁나지 않아~"라며 대중가요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개사해 불러 모인 이들의 용기를 북돋았다.

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전교조에 '해직된 교사들을 조합에서 탈퇴시키고, 이들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고치라'고 시정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 이를 거부하는 '전교조 탄압 저지 긴급행동 촛불문화제'가 11일 오후 8시경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이는 전교조가 "해직 교사를 배제하라는 정부 명령은 노동권 탄압"이라며 10월 11일을 '전교조 지키기 집중투쟁의 날'로 정하고, 같은 날 오후 2시 기자회견과 오후 4시 결의대회 및 삼보일배를 한 연장선상에서 진행된 행사다.

'힘내라 전교조, 내가 지킨다'는 제목 아래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전교조 조합원, 사회진보연대 등 400여 명이 모여 정부의 전교조 탄압을 규탄했다. 여기에는 교사가 꿈이라는 사범대 대학생, 선생님들의 시위가 정당하다는 중학생과 학부모 등도 함께했다.

행사는 각계의 지지발언 및 노래패 공연들로 이뤄졌으며, 참가자들에게는 각각 '전교조는 나에게 OO다'라는 종이가 나눠졌다. 고려대 사범대 학생회장이자 자신을 '예비교사'라 밝힌 박석규(역사교육과)씨는 "제게 있어 전교조는 '나의 꿈'"라며 "제 꿈일 뿐 아니라 설립된지 25년이 지나며 많은 선배 교사들의 꿈이었던 전교조를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을 지지하는 학부모도 마이크를 잡았다. 서울 금천구에 있는 독산고등학교 학생의 학부모 이윤로(34)씨는 "제 아이는 적어도 국민교육헌장을 외우지 않았다거나 등록금을 못 낸다고 해서 제가 어릴 때처럼 맞지는 않는다"면서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불행하지 않을 수 있는 오늘날 현실은 모두 전교조 선생님들이 노력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일제고사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직됐다가 현재 강남의 한 혁신학교에서 근무 중인 박수영씨는 "제가 복직해서 지금 이 자리에 전교조 조합원으로, 현직 교사로서 설 수 있는 것은 길거리로 내몰렸던 저를 지켜준 조합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정부는 사학비리 투쟁 등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 노력하다 해고된 조합원들을 내쫓으라고 하고 있다"며 "사실 노조의 가장 큰 역할은 해고에 내몰린 조합원을 보호하고 책임지는 것인데 이걸 정부에서 하지 말라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되물었다.

행사 후반부,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을 비롯한 16개 시·도 지부장들은 결의문을 읽으며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가겠다"고 선포했다. 오후 9시 반경 끝나기로 예정됐던 이 날 행사는 10시를 넘어서까지도 계속됐다.

이들은 촛불 문화제가 끝나는 대로 서울역 앞 광장에서 시청광장으로 자리를 옮겨 '전교조 지키기 1박 2일 노숙농성'을 진행한다. 노숙농성이 끝나는 12일 오전 10시경에는 서울 지하철 역사 내 곳곳에서 대국민 선전전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신: 11일 오후 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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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사수 삼보일배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친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해고자 조합원의 자격을 문제삼아 전교조 설립을 취소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전교조와 민주주의 사수를 다짐하는 삼보일배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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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화 공격 중단하라"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마친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해고자 조합원의 자격을 문제삼아 전교조 설립을 취소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전교조와 민주주의 사수를 다짐하는 삼보일배를 벌이고 있다. ⓒ 유성호


교실에 있어야 할 선생님들이 거리로 나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는 11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에서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열고, "박근혜 정권은 부당한 전교조 탄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공문을 보내, 오는 23일까지 조합 규약을 개정하고 9명의 해직교사를 조합에서 탈퇴시키지 않으면 노조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후 28일 전교조는 대의원대회를 열고 "노동부의 요구 사항을 수용할지 총투표를 실시하겠다"고 결정했다. 

결의대회에는 전국 16개 시·도에서 모인 전교조 조합원들과 함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연맹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10여개 단체 3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번 결의대회를 통해 전교조 안에서 최대한 많은 반대표를 확보, 저항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 집행부의 설명이다. 

이들은 결의대회에서 "정부는 유독 전교조에 대해서만 해직자 가입을 문제 삼고 있다"면서 "이러한 시정 요구는 전교조 탄압을 넘어 노동권 탄압, 나아가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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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싸우겠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우리는 노조 설립 취소 명령에 따르지 않고, 5·18과 4·19 정신이 담긴 헌법, 즉 우리의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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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윤 "부당한 전교조 탄압 중단하라"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 참석해 박근혜 정권의 부당한 전교조 탄압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시정 요구에 반대하며 16일째 단식중인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정부는 전교조에 먼저 노동법을 지키면 교원노조법을 개정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국제노동위원회는 반대로 박근혜와 이명박 정권에게 노동법을 고치라고 했다"며 "우리는 노조 설립 취소 명령에 따르지 않고, 5·18과 4·19 정신이 담긴 헌법, 즉 우리의 노동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싸우겠다"고 말했다.

권혁 전교조 경기지부 광명지회장 또한 정부의 지나친 노동권 탄압을 지적했다. 그는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가 이번 정권에서만 긴급개입 조치를 세 번이나 실시했다"면서, "긴급개입이란 긴급한 노동권 침해가 발생했을 때 국제기구에서 개입하는 조치로, 이는 박근혜 정권이 얼마나 한국사회의 노동권을 탄압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앞서 같은 날 오후 2시, 전교조 중앙집행위는 종로구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전교조 탄압 규탄 및 OECD 특별 노동 감시국 재개 신청과 함께 청와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전교조 설립취소의 근거로 삼고 있는 노조법시행령 9조 2항은 위헌 소지가 많다"며 "공식적으로 박근혜 정부를 ILO와 OECD 노동자문기구(TUAC)에 제소하고, OECD 특별 노동 감시국 재의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후 4시 20분경 시작된 전교조 사수 결의대회는 규탄 발언 및 노래패 공연 등으로 한 시간 가량 진행됐다. 이후 5시 40분경,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과 양성윤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등을 필두로 보신각에서 시청 광장까지 '전교조 지키기 삼보일배'를 진행했다.

이들은 시청 광장에 모여 간단한 집회를 연 뒤 오후 7시 반 서울역 광장에서 '민주교육 수호, 전교조 지키기 촛불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이후 오후 9시 30분에는 전교조 16개 시·도지부장들의 무기한 단식 농성 선포와 함께 전교조를 지키기 위한 1박 2일 노숙농성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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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화 철회하라"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전교조 사수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전교조 조합원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해고자 조합원의 자격을 문제삼아 전교조 설립을 취소하려는 박근혜 정부의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전교조 #설립 취소 #노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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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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