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천만 원 까먹던 쓰레기가 '효자'로 변신

[전국기획-서울 노원구의 도전③] 새로운 대안 에너지로 떠오른 '목재펠릿'

등록 2013.10.26 14:49수정 2013.10.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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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일상생활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밀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다양해진 주민의 이해와 요구를 능동적으로 실현해가는 지방자치단체의 혁신 사례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기사 수정 : 30일 오후 5시 1분]

이순희(67)씨 집은 서울 노원구 상계4동, 수락산 초입의 가파른 언덕길에 있다. 낯선 이들에게 그는 선뜻 아랫목을 내줬다. 주저하는 노원구청 직원과 기자에게 부담 갖지 말고 들어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일찍이 배우자를 떠나보내고 홀몸으로 아이들을 키웠다. 지하철 청소노동자로 일하면서 아들과 손자들을 부양했다. 올해 40세인 아들은 3개월 전부터 신장투석을 받고 있다. 결혼도 못한 채로 1급 장애를 얻었다. 결혼한 딸은 손자들을 데리고 얼마 전 가족들과 목포로 떠났다. 돈이 없어서 집안 살림을 모두 여기에 두고 갔다. 이씨는 "딸에게 쌀도 줘서 보냈다"며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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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희씨는 "아들 병원비가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펠릿보일러로 난방비 부담은 덜었으나, 가난은 여전하다. ⓒ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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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병원비, 전기, 수도, 난방, 휴대폰..." 지출 내역을 손가락으로 꼽아보는 이순희씨. ⓒ 김정현


다가올 겨울. 그에게 겨울이 유난히 춥겠다고 걱정하던 찰나, 방 한쪽 구석에 있는 목재펠릿 6포대를 발견했다. 이순희씨가 살고 있는 집에는 목재펠릿 보일러가 설치돼 있다. 9만 원이면 목재펠릿 20Kg짜리 30포대를 구입할 수 있다. 20kg 한 포대에 3000원 정도다. 30포대면 겨울 한 달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다.

천만 원 까먹던 쓰레기, 목재펠릿 원료로 재탄생

작년 11월, 이순희씨 집을 비롯해 노원구 상계5동 사무소 등 세 곳에 목재펠릿 보일러가 시범 설치됐다. 이 보일러는 버려진 나무, 쳐낸 가지를 모아 깎고 갈아서 작은 담배 필터 모양으로 만든 목재펠릿을 원료로 사용한다.

그동안 노원구는 지역 내 버려진 나무를 처리하는 데만 매년 천만 원 가까운 금액을 썼다. 작년부터 이 나무를 목재펠릿 제작에 사용, 보일러 연료로 사용하기로 했다.

목재펠릿을 이용하는 보일러는 열효율이 뛰어나다. 경유 보일러에 비해 연료비를 최대 75%까지 줄일 수 있다. 발열량이 무연탄과 비슷한 4500Kcal/kg이다. 유독가스 염려도 없다. 재처리 과정에서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1급 목재펠릿의 경우 질소가스, 아황산가스와 같은 유독가스 배출이 없다.

다만 보일러 설치비가 비싸다. 시중가로 350만 원, 이순희씨 같은 저소득층에게는 부담스럽다. 설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원구는 산림청에서 3년 전부터 실시한 '목재펠릿 보일러 보급사업'을 활용했다. 산림청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목재펠릿 보일러 설치비의 30%를 국비로 지원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재정의 40%를 지원해야 한다. 이는 노원구의 몫이다. 본래 본인 부담비용 30%가 있지만 노원구는 이 비용도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집수리 기금'을 활용해 무료로 보일러를 설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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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희씨가 목재펠릿을 보일러에 넣고 있다. ⓒ 김정현


'목재펠릿센터' 가보니... '쓰레기가 자원으로'

노원구는 점차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14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목재펠릿 제조공장인 '목재펠릿센터'를 열었다. 부지는 육군사관학교 근처의 쓰레기장으로 쓰이던 공터를 활용했다. 58평 남짓한 부지에는 목재펠릿의 재료가 될 폐목들이 쌓여 있었다.

목재펠릿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쌓여있는 나무를 건조시킨다. 나무 안의 수분을 빼기 위해서다. 이렇게 목재를 가공하면 일반 땔감으로 태울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2분의 1로 감소한다.

펠릿센터 한복판에는 목재펠릿 제조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제조기에 넣기 위해 충분히 마른 나무를 갈아서 톱밥 형태로 만든다. 목재펠릿 제조기가 합판으로 지은 가건물 안에서 굉음을 내며 목재펠릿을 만들어낸다. 기계는 매일 20Kg짜리 20포를 생산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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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현 / 노원구 제공

펠릿센터가 가동되면서 노원구 내 목재펠릿 보일러에 공급되는 연료의 가격도 낮아졌다. 저소득층에게는 1포대 당 3000원과 배달료를 받아왔는데, 올해부터 기초생활수급자에게는 배달료를 받지 않는다. 일반 구민에게는 배달료와 함께 1포 당 5040원에, 타 자치구에 거주하는 서민에게는 배달료를 포함해 1포 당 5600원을 받고 판매한다.

노원구 녹색도시추진단 김무형 담당은 "목재펠릿 원료로 메타세콰이아, 왕벚나무, 양버즘나무, 은행나무가 주로 쓰인다"고 설명했다. 노원구가 국립산림과학원에 의뢰한 자료에 따르면, 노원구의 목재펠릿 발열량은 4674Kcal/kg를 기록했다. 이는 국립산림과학원이 고시한 펠릿 중 1급, 2급 펠릿의 기준치인 4300Kcal/kg보다 높은 수치다. 그만큼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뜻이다.

목재펠릿사업, 지속가능한가

노원구는 펠릿센터 설치에만 1억 8900만 원을 지출했다. 매년 인건비, 재료비, 운영비 등으로 1억 3300만 원 정도 들어간다. 재정지출이 있지만, 부대사업으로 수익도 낸다.

노원구는 올해 말까지 7700만 원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측했다. 폐목을 얻기 위해 병행하는 ▲ 큰 나무 가지치기 ▲ 울타리 수목 정리 사업 ▲ 목재펠릿 판매 사업이 그것이다.  김무형 담당은 "원래 흑자가 나기 힘든 규모다. 그러나 공공성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에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노원구는 2015년까지 35가구 정도에 펠릿 보일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무형 담당은 "보일러를 설치하는 데에는 2평 정도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저소득층은 5평에서 8평 남짓 되는 셋방살이를 하고 있어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목재펠릿 보일러를 처음 설치한 이순희씨는 자신 소유의 집인데다가 보일러를 설치할 공간도 확보된 경우라 설치가 수월했다.

제조기 생산량의 한계도 있다. 올해 설치된 펠릿제조기는 1개월에 400포를 생산한다. 목재펠릿보일러 40대를 유치하면 1달에 약 360포를 사용하니 셈이 얼추 맞는다. 40가구 이상을 감당하려면 기계를 더 설치해야 한다는 의미다.

당초 올해 15대를 유치하려 했으나, 6월까지 보일러 5대, 난로 9대 총 14대를 설치했다. 2015년까지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총 40대를 유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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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릿센터에 목재펠릿 포대가 산처럼 쌓여있다. ⓒ 김정현


김무형 담당은 자신감에 차 있다.

그는 "이건 지속가능한 사업이라고 확신한다. (상황이 아무리 안 좋아져도) 최소한 현상유지는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도 금전적으로 득보다 실이 많지 않냐고 지적하자 김 단장은 "지자체는 소득을 보려고 사업을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목재펠릿 사업은) 국가적으로 탄소배출을 줄이고 녹색도시를 만드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이며, 구민의 삶의 질도 개선한다. 저소득층의 에너지 복지도 이뤄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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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녹색도시추진단 김무형 단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무로 가득했죠"라며 펠릿센터 옆 공터를 가르켰다 ⓒ 김정현


김 단장은 "내년에 산림청은 (목재펠릿 관련) 예산을 늘려 잡을 계획"이라 귀띔했다. 완주군, 동해시 등의 지자체에서도 바이오매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에서는 목재펠릿을 포함한 바이오매스 관련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다른 지자체 세미나에 불려 다니느라 바쁘다"며 미소를 지었다.
덧붙이는 글 본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 '또바기(ddobagimedia.tistory.com)'에도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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