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실태조사, 주민번호까지 무단 도용

[발굴] 경북과 서울·대구·인천 학교들 "교육부 돈 받으려 위법" 논란

등록 2013.10.18 17:14수정 2013.10.18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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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실태조사 사이트의 학부모 조사 화면. ⓒ 인터넷 갈무리


일선학교들이 교육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와 학생의 주민등록번호를 무단 도용 또는 활용하고 있다는 증언이 잇달아 나왔다. 학생과 학부모의 참여율을 높여 교육부로부터 더 많은 돈을 타내기 위해 학교가 탈법까지 저지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학교가 학생 동원해 학부모 대신 참여시켜"

18일 경북의 A중학교 B교사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참여율이 낮다는 교육청의 질책을 받은 학교 관리자가 학생들에게 학부모용 설문에 대신 답하도록 했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학부모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인터넷으로 대신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전산실에 들어가도록 한 뒤 이 같은 일을 벌였다"면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학부모의 참여율이 15%를 넘기기 힘들어 주변 학교들도 우리 학교와 같은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 학부모 조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의 정보로 설문조사에 참여하는 경우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교육부의 의뢰를 받은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9월 9일부터 10월 18일까지 전국 초등학교 4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 재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인터넷 조사다. 첫 실태조사인 지난해 조사 응답률은 25%에 그쳤지만 올해 조사는 80%에 이를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분석이다.

그런데 교육부가 시도교육청별 120억 원의 차등을 두고 돈을 지급하는 '시도교육청 평가' 항목에 올해부터 이번 실태조사 참여율을 0.5점(100점 만점)씩 반영하기로 하자 교육청이 학교를 압박하고 나섰다. 상당수의 교육청은 초중고 교감에게 실시간 참여율을 전자메일과 전화 등으로 알려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대구, 인천지역에서는 학교 교감이 교사들로 하여금 학생 주민등록번호를 무단 활용하도록 지시해 일부 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강서지역 4개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확인한 결과, 이들 학교는 모두 학교 관리자의 지시 또는 안내에 따라 학생 대신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학생들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참여 여부를 알아보고 있었다.

특히 이 지역 S초는 "교무실에서 전체 학생의 주민번호를 일괄 입력하는 방식으로 조사 참여 여부를 알아냈다"는 교사의 증언도 나왔다. 이 학교 한 교사는 "교감이 행정실무사를 시켜 교무실에서 조사를 벌여 불참 학생 명단을 만든 뒤 부장들을 통해 담임교사에게 전달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S초 교감은 "전혀 그렇게 한 바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또 다른 학교 교감은 "주민등록번호를 치면 불참여 학생을 파악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담임교사들에게 안내하긴 했다"고 관련 내용 일부를 시인했다.

대구지역 한 초등학교 부장은 지난 17일 이와 관련 메신저를 전체 교사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내용은 "안 했을 만한 학생을 주민번호로 확인하시고, 오늘 오후에 완결 지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면서 "100%인 반 너무 감사드리며, 오늘이 설문조사로는 마지막 부탁입니다"고 적었다.

주민등록법 등 위반... 교육부 "평가 반영비율 극히 적어"

현행 주민등록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은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부정하게 사용한 자'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무단 사용했을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김성보 전교조 서울지부 정책실장은 "실태 조사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이 학교에 전자메일과 전화로 독촉해 교장과 교감이 시달리고 있다"면서 "돈을 놓고 벌이는 경쟁에 눈을 멀게 하는 교육정책 속에서 주민등록번호까지 무단 사용하는 위법 사태가 전국 학교에서 줄줄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이소영 교육부 교육통계과 서기관은 "시도교육청 평가의 학교폭력 평가영역에서 참여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은 수준이며 그나마 학부모 참여율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책사업인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관심과 인식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평가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 <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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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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