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포' 대형마트 있던 자리, 중형마트가 차지?

계란협 "가격 정상화 노력에 과징금만"... 공정위 "법에 따라 정당한 절차 밟아"

등록 2013.10.19 15:11수정 2013.10.20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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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S 매체는 할인행사를 빌미로 헐값에 계란을 납품할 것을 강요하는 중형마트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했다(뉴스 장면 캡쳐) ⓒ SBS


중형마트의 골목상권 진출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유통·상생법에도 적용을 받지 않는 터라, 대형마트에 뒤지지 않는 영업력과 자본력으로 골목슈퍼들의 마지막 남은 밥그릇까지 빼앗고 있다. 대형마트 신규 출점 규제로 숨통이 트였던 골목슈퍼로선 또 다른 복병을 만남 셈이다.

최근에는 그 여파가 영세 중도매인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한국계란유통협회에 따르면, 최근에는 신규출점과 할인행사 등을 이유로 헐값에 계란 납품을 요구하는 중형마트들이 늘고 있으며, 마치 그 모양새가 대형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계란유통협회 김낙철 교육위원장은 "최근에 판촉 판매사원 사용 금지와 판매장려금 규제와 등을 잇따라 내놓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노력으로, 최근에는 대형마트들의 갑의 횡포가 다소 감소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런데 이번엔 중형마트들이 헐값 납품을 요구하는 등 갑의 행세를 하려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또 "중형마트의 그러한 요구를 무리하게 맞추다 보니, 무게가 적게 나가거나 질이 떨어지는 계란을 따로 모아 납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 15일 방영된 SBS <8 뉴스>도 이 같은 문제점과 함께, 할인행사용으로 납품되는 질 낮은 계란의 문제점을 집중 보조했다. 이날 보도에서 <8 뉴스>는 작은 계란을 특란이라고 속여 파는 중형마트들의 문제점을 언급하는 한편, 유통기간이 짧은 계란과 그렇지 않은 계란과의 신선도 비교실험을 통해 노란자위의 탄력성이 급격히 떨어진 계란들이 행사할인용으로 대거 유입될 수밖에 없는 유통 현실을 비판했다.

특히 이를 취재한 기자는 "(신규출점 중형마트들이) 좋은 물건 값을 할인해준다기보단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생색내듯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제하고, "파격 할인을 내세운 유통업체의 미끼상품 전략이 소비자 유인만을 노린 저급 상술로 전락하게 되면 결국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협회를 비롯해 계란 생산 농가나 중도매인들의 반발도 심해지고 있다. 이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계란을 공급하라는데, 어느 누가 손해를 보고 좋은 계란을 공급하겠느냐"라는 입장이다. 특히 협회는 중형마트의 헐값요구와 그로 인한 질 낮은 계란의 공급 문제는 이번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미 대형마트가 오래전부터 무리하게 요구 해왔던 내용이며, 다만 정부와 정치권의 강력한 규제로 최근에 와서야 그러한 요구가 줄어든 것 뿐"이라며 "싸게 공급받아 싸게 팔면 그만이라는 유통업체의 얄팍한 상흔과, 또 싸게 파는데 뭐가 문제라는 정부당국자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비난했다.

가격 정상화노력이 '과징금' 부메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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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용 계란의 노란자위 신선도가 더 떨어졌음을 보여주는 특란과의 비교실험 장면(뉴스 장면 캡쳐) ⓒ SBS


실제로 협회는 유통업체의 헐값요구를 근본적으로 시정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2년간 회원사와 함께 계란가격 정상화 노력을 기울인 적도 있었다. 그 당시, 협회는 계란의 할인폭을 직접 결정하고 그 기준 이상으로 할인해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회원사에게 발송했다. 대형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가 만연됐던 당시에는, 정부의 가격 정상화 노력도 없었으며, 또 납품단가 후려치기로 고생하는 납품업체의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던 분위기였다.

계란업자를 대변하는 협회로선 자구책을 마련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대형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요구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할인폭 이하 요구에 대해선 판매 중단'이라는 최후통첩을 하게 됐다.

그런데 협회의 그러한 노력들이 '가격담합'이라는 과징금으로 되돌아왔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한국계란유통협회가 계란 도매가격의 할인폭을 담합했다는 이유로 시정명령과 함께 12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그 결정에 대해선 아직도 말들이 많다.

그 결정에 대해 대다수 계란인들은 "유통업체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어도 실태조사를 할까 말까하는 공정위가, 우리가 살기 위해서 마지막 카드로 내건 '무리한 할인요구 거부' 행위에 대해선 불법이라는 대못을 박았다"라며 "앞으로 할인행사가 있을 때마다 질 낮은 계란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겠다"라며 비아냥 거렸다.

가격 정상화는 공정위만의 몫

계란인들은 공정위의 이중 잣대와 권위주의적인 일처리 행태도 문제를 삼았다. 이들은 "대형마트의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맞선 계란인들의 가격 정상화 노력은 불법으로 매도를 하면서, 판촉사원 문제와 판매장려금 문제를 해결했다며 잇따라 언론에 자랑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행태"라며 "우리가 그렇게(할인폭 제한 노력) 한 것이나 공정위의 최근의 노력들은 모두 가격 안정화를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실제로 공정위는 지난 7월 5일, 그동안 납품단가 인상의 한 원인으로 지적받아 온 '대형유통업체의 판촉 사원 파견요구 금지' 등을 주 내용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파견 비용을 빌미로 한 납품단가 인하 요구나 판매장려금과 광고비의 추가 수수, 그리고 진열대·시식대 설치비용과 샘플·시식용 상품비용 전가 등 대형유통업체의 고질적인 갑의 횡포를 원천적으로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정위는 또 지난 10월 7일에는 "대형유통업체들이 판매장려금을 통해 얻는 이중마진을 부당이득"이라 판단하고 '대규모 유통업 분야에서 판매장려금의 부당성 심사에 관한 지침'을 발표하는 등 대형마트 길들이기에 집중하고 있다. 신규 체결의 '판매장려금 약정'부터 적용되는 이번 지침에 따라, 대형유통업체는 앞으로 신상품 입점과 진열 등 판촉 목적 이외의 판매장려금은 일체 받을 수 없게 됐다.

협회의 가격 정상화 노력과 공정위의 가격 안정화 노력 사이에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공정위의 한 담당자는 "우리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당한 절차를 밟아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판촉사원 가이드라인과 판매장려금 심사지침'은 모르는 내용"이라고 잘라말했다.
#할인계란 #한국계란유통협회 #공정거래위 #중형마트 #대형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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