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칙과 실례의 정치', 4류 정치인이 된 박근혜

[게릴라칼럼] 노자가 경고한 4류 정치의 교훈

등록 2013.10.31 08:38수정 2013.10.3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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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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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아님 통보" 26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선거개입 및 노동탄압 규탄 범국민촛불대회'에서 한 시민이 '박근혜 대통령 아님 통보'가 적힌 태블릿PC를 들고 있다. ⓒ 이희훈


춘추시대 노자(老子)가 쓴 도덕경(道德經) 17장은 군주론 또는 정치론으로 불린다. 도덕경은 군주(君主) 또는 정치를 4개 등급으로 나누고 있다. 노자는 "가장 뛰어난 임금은 백성들이 그가 있다는 것만 알게 하고, 그 다음은 백성들이 가까이 칭송하게 하고, 또 그 다음은 백성들이 두려워하게 하고, 가장 나쁜 것(임금)은 백성들이 그를 업신여기게 하는 임금(太上 下知有之 其次 親而譽之 其次 畏之 其次 侮之)"이라고 적고 있다.

이 도덕경에 비추어 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에 해당할까? 우선 최근 벌어진 전교조의 법외노조 문제를 통해 살펴보자.

도덕경이 말하는 최고의 정치는 무치(無治), 즉 없는 듯 다스리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장 전결 사항인 노조의 설립 문제에 청와대까지 등장하고 있다. 노동조합 문제에 대해서 노조가 자주적으로 운영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최고 정치인 무치(無治)의 실현일 텐데 노조의 조합원 문제까지 간여하는 대통령의 현재 모습을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의문이다.

최고까지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두번째 임금은 백성으로부터 칭송받는 지도자다. 이를 덕치(德治)라고 부르는데, 과연 박근혜 대통령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칭송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임금이 하지 말아야 할 3류의 정치가 백성으로 하여금 임금을 두려워하게 만들어 따르도록 하는 것이라고 노자는 말하고 있다. MB와 박근혜 대통령이 법치(法治)주의로 위장해 국민들을 처벌과 징계로 두려움에 떨게 하는 정치가 여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형벌과 불이익으로 국민을 협박하는 정치는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최근 전교조에 9명의 해고자를 이유로 노조 설립 취소를 통보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시 처벌하겠다고 겁박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노자는 3류에도 못 끼는, 가장 수준 낮은 정치를 하는 최하의 임금으로 백성에게 업신여김 당하는 지도자를 꼽았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 전교조 교사들로부터 '대통령 아님' 통보를 받았다. 백성인 전교조 교사들로부터 업신여김을 받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인터넷에서 벌어지고 있는 '법외대통령 통보, 법외노동부 통보' 놀이가 이를 잘 보여준다.

공약 파기하고도 모르는 척 하는 대통령


노자의 도덕경을 논외로 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자신을 포장해 왔던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란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심지어 '반칙과 실례의 정치인'이라는 조롱까지 등장하고 있다.

계속해서 확산되며 확인되고 있는 대선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게 가장 큰 이유다. 국정원 직원들의 '오늘의유머(오유)' 사이트 댓글 달기와 찬반 조작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적으로 여론 조작 작업을 벌이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정략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대선 유세장에서 김무성 당시 선대위본부장이 말했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출처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뿐이 아니다. 경찰청은 국정원 직원들의 댓글 수사를 하고도 마지막 대선 TV토론회 당일 밤 늦게 진실을 은폐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수사팀의 수사를 고의로 방해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정원과 경찰이 선거 부정에 총체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확인돼, 국정원장과 서울경찰청장이 기소되고 재판을 받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까지 연임에 성공한 국가보훈처장은 책자와 강연 등을 통해 선거에 노골적으로 개입한 것이 이번 국정감사에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군인 또는 군무원들이 댓글 작업을 통해 선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점이다.

국방부 군인들과 군무원들도 국정원과 똑같은 방식으로 댓글을 달고, 트위터를 통하여 민주당 문재인과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비난하고, 박근혜 후보를 칭송하며 박근혜 후보 선거 자금 모금까지 독려하는 관련 글을 유통시킨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물론, 국방부는 이를 개인이 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업무에 참여했던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확신하기 힘들다.

여기다 법무부장관과 대립하면서까지 국정원장과 서울경찰청장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채동욱 검찰총장은 확인되지 않은 혼외자 문제로 쫓겨나다시피 물러났다. 뒤이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가 있는 국정원 직원을 보고 없이(이 부분도 당사자의 설명은 다르다) 체포한 것을 문제 삼아 수사팀장까지 업무에서 배제시키고, 감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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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기만하는 짝퉁 기초연금 반대한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공공운수노조연맹, 내가만드는복지국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기초연금 공약 축소를 규탄하며 국민의 노후불안을 조장하는 기초연금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공개적으로 "지난 대선은 공정하지 못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최대 수혜자다"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지만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 모드다. 70%에 육박하던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추석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더니 50% 초반으로 떨어졌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수식어를 더 심각게 만드는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약속인 대선 공약 파기에 있다. 기초연금 공약 파기를 시작으로 장애인연금, 4대중증질환 지원, 무상보육, 군복무 단축 등 줄줄이 공약이 파기 또는 실행연기 되고 있다.

교육분야 공약 파기는 더 심각한 수준이다. 반값등록금에서 시작해 고교 무상교육 전면 실시, 초등 온종일 돌봄학교 및 방과후학교 무상지원, 모든 중고교 스포츠강사 배치와 초등체육 전담교사 신규 배치, 학급당 학생 수 OECD 수준 감축 등의 대표 교육 공약은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줄줄이 파기 또는 무기한 연기 수준으로 후퇴하고 있다.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역시 '노조의 자주권 보장'이라는 애초의 공약사항을 파기한 것이다.

노자가 경고한 4류 정치의 교훈

이렇게 심각한 국정원과 경찰, 국방부와 국가보훈처, 최근의 검찰까지 개입된 부정선거 논란과 기초연금, 장애인연금, 무상보육과 반값등록금 등 대표 공약 파기, 사상 유례없는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등을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을 말하는 것은 코미디 같은 일이다.

부정선거에 대한 침묵과 대선 공약 파기, 국제기준을 무시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등은 한 마디로 국민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민들로부터 업신여김 당하는 대통령이 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이것이 2000년 전 노자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최하의 임금이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정치 아닐까?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세일즈외교를 주창하면서 외국을 수시로 방문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에 가서 도대체 무엇을 배우는지 궁금하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만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만나는 선진국 정상들에게 한 마디만 물어보면, 아니 함께 따라간 실무자들이 그 나라 관련자들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어떻게 하고 있는지 금방 파악이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의 논리대로 '전교조가 해직자 노조 배제라는 법을 지키지 않아서 설립 취소가 정당'하다면, 지금 당장 우리가 회원국으로 가입되어 있는 'UN 결사의자유위원회, UN산하 전문기구인 ILO(국제노동기구),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나오는 것이 맞다. 국제기구들이 요구하는 국제적 기준을 지키지 않는다면, 회원국이 될 자격도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속한 공약과 국제적 기준을 모르는 척 하는 대통령에게 대해 국민들은 어떤 판단을 해야 할까. 박근혜 대통령에게 노자가 경고한 4류 정치의 경고를 들려주고 싶은 이유다.
#법외대통령 #법외노조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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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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