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모두 잊혀질 권리가 있다

[주장] '잊혀질 권리'에 대한 고찰

등록 2013.10.28 11:16수정 2013.10.2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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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이런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이나 아이디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해보고,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보기도 하는 것 말이다. 당연히 필자도 인터넷 창을 켜놓고 멍하니 있다가 문득 본인의 이름을 검색해 본 적이 있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필자의 지인은 심심하던 차에 인터넷 창에 본인의 이름을 검색하고는 당황했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몇 년 전에 모 게시판에 적은 글이 검색결과로 나왔단다. 개인적인 일로 문의를 할 것이 있어 사설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적었던 글이라 이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인터넷에서 그것도 검색을 통해 마주치게 되자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아니 왜 내 글이 아직도 여기에 있지?'

SNS도 마찬가지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그 신속성과 다량 생성되는 표시 글들로 자신이 적었던 글들에 대해서 금세 잊게 된다. 카페나 다른 온라인 홈페이지상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카페에서 탈퇴를 하면 모든 것이 종료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본인이 일일이 신경 써서 게시글 등을 삭제하지 않으면 그 흔적은 계속 남아있는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의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그 이용 범위와 정보 생산량이 확대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잊혀질 권리란 삭제요구권의 확장된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초기에는 대체로 유명인들에 대한 과거의 정보, 사실에 대한 삭제의 정도로 이해되었다. '~의 여자', '~의 전 애인' 등 이미 달라진 사실에도 불구하고 꼬리표처럼 그 흔적이 남게 되면서 본의 아닌 피해를 입는 경우가 생기게 되었고, 그에 따라 본인이 원하지 않는 정보에 대한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개념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정보 기술의 발달과 통신, 기기의 발전 등을 통해 누구나 정보에 쉽게 접근하고 얻는 것이 가능해지고 생성된 정보의 유통기간이 거의 '무한대'에 가까워지면서 과거 생성한 자료나 개인의 공간이 오히려 주홍글씨처럼 남아 버리게 되었다. 유통기한의 증가와 검색의 용이성에 대한 인식 없어 필명 또는 익명에 근거하여 개인 정보를 공개하거나 정보를 생성한 경우, 검색에 따라 그 정보가 수집되고 분석될 수 있는 이른바 '신상털기'등에 대한 위험성도 높아졌다. 그에 따라 시간이 흘러 삭제하고 싶거나 더 이상 남기고 싶지 않은 자료에 대한 삭제와 제거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었다.

하지만 디지털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정보전달 범위의 증가와 그 속도 증가 등이 '삭제'가 불가능한 현실을 만들었다. 아울러 개인이 정보를 생성하더라도 이를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은 포털 사이트, 언론 기관 등과 같은 기업에게 있고, 온라인에서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용이해졌으나 이를 삭제·폐기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됨을 알게 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요구도 증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과거 온라인상에서 작성했던 글이나 의견 개진에 따른 그 흔적에 대해 걱정하거나 그로 인한 손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식이 발생하고 실제로 그러한 사례들도 생겼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민주 시대에서의 개인의 표현 자유의 보장과 그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잊혀질 권리에 대한 필요는 충분히 인정할 만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공적인 영역에서의 정보 생산에 대한 책임감과 작성된 언론 기사와 뉴스가 가지는 역사성이라는 관점에서 그 입법 내용과 범위에 따른 충분한 숙고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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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프랭클리 화면 ⓒ 화면캡처


최근에는 모바일 상에서 전송한 메시지가 개인정보의 노출이나 무단으로 도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수 초 후 자동으로 삭제되는 메신저 '프랭클리'가 국내에 출시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하였다. 이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사생활, 정보 보호와 노출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적극적인 방향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공동체(EU)에서는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잊혀질 권리를 법제화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미국 등의 경우에는 기업들과의 갈등에 의해 입법 시도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나 그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다.

기억에 의존하여 정보가 유통되는 시대는 이제 끝났다. 생산되는 정보의 양과 종류가 증가하는 빅데이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러한 빅데이터 시대에서는 정보가 곧 자산이고 정보가 곧 힘이 된다. 이 빅데이터는 유용하게 사용될 경우 사회 분석과 사회적 가치의 생산을 위한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 개인의 정보가 유출되고 통제되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빅브라더'가 등장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더더욱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에 대한 신중함도 필요하며 유통된 정보에 대한 처리와 관리, 그리고 그에 따른 사생활 침해의 가능성에 대한 염려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잊혀질 권리 #빅데이터 #빅브라더 #정보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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