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장이 다른 부처 수장으로 가는 '정거장'인가

[헌법 이야기] 헌법 106조가 정한 사법부 독립의 내용

등록 2013.10.29 16:36수정 2013.10.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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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황찬현 서울중앙지법원장의 감사원장 임명을 놓고 쓴소리가 나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박영선 의원은  "법원이 계속 고위 관직으로 가는 데 대해 사법부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라고, 박범계 의원은 "사법부와 행정부가 이런 식으로 인사교류를 하는 게 삼권분립 정신에 적합하냐. 삼권분립이 아니라 삼권융합 같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5일 양건 감사원장의 중도사퇴로 공석이 된 감사원장에 황찬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내정했다. 예전에도 현직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사법부가 아닌 행정부나 헌법재판소와 같은 기관에 임용되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는 이성보 법원장이 2012년 12월에는 국민권익위원장으로 내정되었으며, 2013년 4월에는 서기석 법원장이 대통령 몫인 헌법재판관으로 지명되었다. 이처럼 고위직 법관이 대통령의 지명으로 다른 기관의 우두머리가 되는 건 문제가 있다.

이는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훼손하는 행위이다. 권력분립원리는 국가권력구조 원리로서 권력의 집중과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이다. 오늘날에도 입법은 민주적으로 선출된 의회에, 집행은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에게, 사법은 법에 능통한 법률가에게 분담시킨다는 권력분립원리는 중요한 헌법적 의미를 지닌다. 만약 국가권력이 하나의 기관에만 집중되면 전제주의나 독재제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특히 사법권의 독립이 다른 권력에 의하여 유린되면, 시민의 자유는 물론 민주주의 가치마저도 유지될 수 없다.

법관이 행정부 소속 기관장으로 임명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법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 법관은 재판할 때 오직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할 뿐 어떠한 외부적인 압력이나 간섭도 받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 현행 헌법상 법관에게는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며, 일반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법관은 탄핵 또는 금고 이상의 형에 의하지 않고는 파면되지 않는다.

입법, 집행, 사법권이 대통령에게 집중된 통치형태인 1972년 유신헌법에선 일반법관에 대한 임명권을 대통령이 가지고 있었다. 현 정부 들어서 벌써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2번씩이나 교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비록 대통령이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을 새롭게 임명한 행위는 아니지만 법원장을 교체한 행위로 사법부에 대한 인사개입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있을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사법부 소속 법원장이 행정부 소속 감사원장으로 임명되는 것이 헌법 위반이 아닌지 더욱 따져 물어야 할 것이다. 헌법이 직접 법관에 대한 그 신분보장규정을 둔 까닭은 법관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의 재판청구권이 옹골지게 행사될 수 있도록 위함이다.
덧붙이는 글 여경수 기자는 헌법 연구가입니다. 지은 책으로 생활 헌법(좋은땅, 2012)이 있습니다.
#헌법재판소 #사법부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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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힘이 되는 생활 헌법(좋은땅 출판사) 저자, 헌법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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