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선진화법, '박근혜 법안'마저 바꾸네

[주장] 대선공약 이어 총선공약미저 파기할 건가

등록 2013.11.14 10:02수정 2013.11.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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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12일 "국회선진화법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와 다수결 원칙이 훼손되고, 민생경제법안이 줄줄이 발목 잡히고 있다. 막무가내식 야당이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게 판명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개정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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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 수정안이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 남소연


박근혜 정부는 원내 제3당인 진보당에 대해서는 위헌정당 해산 심판청구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하여 정국을 경색시키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원내 제2당인 민주당을 겨냥하여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청구를 제출하려 하고 있다. 정국 경색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회선진화법은 새누리당이 19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며 주도한 법안이다. 지난해 4·11 총선에서 국민들에게 '국회 파행 방지 및 정치개혁' 공약을 제시하고 표를 달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총선공약 중 하나인 것이다. 그리고 당시 새누리당의 리더는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이 법에 대한 새누리당의 변천에는 '한국 정치의 슬픈 자화상'이 투영되어 있다. 2009년 당시 한나라당은 국회 내 폭력을 가중처벌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국회 선진화 법안'을 입법 예고했었다. 이는 지금처럼 여야가 합의해야 법안이 처리되는 선진화가 아닌 야당 의원들의 물리력을 사법처리를 통해서라도 제재하겠다는 취지로 국회폭력방지법으로 불렸다.

당시 여당 내에서조차 입법부의 문제를 사법부를 통해 해결하려는 '정치 무능'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터져 나와 법 통과는 좌절됐었다.

다음 해인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의 깜짝 놀랄 만한 승리가 있었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이 거세게 불붙었다. 민심을 확인한 한나라당은 선거 직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했다. 그 누구도 2012년 총선에서의 승리가 불투명한 상황이 되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국회선진화법' 협의에 돌입했고 2011년 6월 27일 의장 직권상정요건 강화를 골자로 하는 '국회선진화법'에 합의했다. 일각에서는 '서로 야당될까 두려워' 합의한 법안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국회선진화법은 소수당이 반대하는 법률안 통과를 위해서는 180석 이상을 다수당이 확보해야 가능하다.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정당일지라도 법률안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실질적인 과반이 150석이 아닌 180석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법 때문에 19대 국회 들어와서는 여당은 날치기를 감행하지 않았고, 몸싸움은 발생하지 않았다. 몸싸움만 놓고 본다면 확실히 국회는 선진화되었다.


박근혜 위원장 결단으로 입법화된 '국회선진화법'

다시 시간을 1년 반 전으로 되돌려 보자. 2012년 4·11 총선에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야권연대'가 패배했다. 새누리당이 단독 과반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많은 이들이 야권 과반의석 확보를 점치던 상황에서 스스로도 놀라는 의석을 확보하게 되자 새누리당 내부에서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이견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해서 논란을 잠재운 사람이 바로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이었다. 이 시점은 새누리당 비대위원들이 나서서 '대선후보 경선 무용론'을 주장하며 박근혜 합의추대론을 설파하던 시기였다.

실질적인 여의도 대통령으로 통하던 박 위원장은 "총선 전 여야가 합의한 사항이고 (새누리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꼭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입으로 시인하니 새누리당은 행동으로 실천했다. 국회선진화법은 통과됐다. 법안 표결 당시 재석의원은 192명 중 찬성 127명으로 여야가 합의해 통과한 법안이었다. 이 법의 통과를 주도한 사람은 누가 뭐래도 박근혜 위원장, 이 법은 '박근혜 법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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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몸싸움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 수정안이 2012년 5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 강화, 신속처리제와 필리버스터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표결에 부쳤으며, 개정안은 전체 투표의원 192명 중 찬성 127명 반대 48명 기권 17명으로 가결됐다. ⓒ 남소연


그런데 법안 시행이 1년 남짓 된 무렵부터 새누리당에서는 야당의 발목잡기로 국회 파행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국회선진화법 개정 T.F'를 발족했다. 법안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날 무렵부터였다. 그런데 새누리당이 법개정 운운하며 T.F를 발족할 때도 국민 앞에 한 약속이기에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던 박근헤 대통령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침묵의 의미를 해석 못할 사람은 없다. 지난해 4·11 총선 직후 법안 통과를 놓고 갈팡질팡할 때에는 홀연히 등장해 한 마디로 논란을 종식시켰던 박 대통령이 지금 새누리당의 헌법소원 제기 등 선진화법 폐기 움직임에는 예의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박 대통령의 침묵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을까.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이 법의 개정을 위해서도 역시 18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심지어 야당이 합의하지 않으면 선진화법 개정안도 통과시킬 수가 없게 된 상황이다. 새누리당 의석수는 현재 155석이다. 그 어떤 법안도 홀로 통과시킬 수 없고,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대선공약 철회도 모자라 총선공약도 철회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한 지 이제 9달이 지나고 있다. 그동안 기초연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가 바꾸네' 하면서 내놓은 대표 공약들이 파기 축소되고 있다. 재원확보의 어려움을 들어 '어쩔 수 없다'는 식의 대국민 홍보를 펴고 있지만 역사의 페이지에는 객관적으로 기록될 것이다. 재원에 대한 예측을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말인가.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에 이어 총선의 대표공약인 '국회선진화법' 개정 움직임에 침묵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들이 앞다퉈 법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들의 점점 커지는 목소리는 박 대통령의 침묵을 오히려 돋보이게 만들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움직임이었더라면 김기춘 실장을 통해서든 어떤 방식으로든 목소리를 냈을 것이나 일관된 박 대통령의 침묵을 새누리당은 지지로 해석했는지 목소리를 더욱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주도와 박근혜 대통령의 침묵으로 '합의의 국회'에서 '일방의 국회'로 되돌리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되돌리려는' 움직임에서 일부 국민들은 '우리 민족의 지상 과제인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우리의 정치체제를 개혁한다'며 강행된 유신헌법의 잔영을 보고 있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유신헌법의 제정자인 김기춘을 비서실장으로 곁에 두어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래저래 유신의 망령이 주위에서 어른대고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블로그 busase.tistory.com에서 게재하였습니다.
#국회선진화법 #4.11총선 #박근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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